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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KBS]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KBS기자협회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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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3-06-29 14:36:12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KBS기자협회 입장
 

  수신료 분리 징수 시도가 폭주를 거듭하고 있다. 수신료 통합 징수는 당시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해 1994년부터 이어져 왔다. 국민들에게 편리하고, 사회적으로도 효율적이기에 30년을 거쳐 생명력을 유지해온 제도다. 이례적이라고 할 만한 빠르기로 무리수를 거듭하며 진행되는 흐름을 두고 그 배경과 의도에 대해서 갖은 해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 단체들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수신료 분리 징수 시도를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로 규정한 바 있다. 
 
  통합 징수가 있었기에 KBS는 기상 이변 등에 따른 재난 보도와,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는 뉴스 등 공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해 올 수 있었다. 이처럼 공영방송의 존립은 물론 공영 저널리즘의 근간을 떠받치는 수신료 제도를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변경하려는 시도에 대해 KBS 기자협회는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 또한 이같은 ‘밀어붙이기식’ 추진이 초래할 엄중한 사태와 그 파장의 책임은 당국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 둔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가는 과정에서 입법예고 기간을 단지 열흘로 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국민의 권리보호를 고려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법에 따라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 이용자의 복지 및 보편적 서비스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방통위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은 두고두고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건 수신료 분리 징수가 목전에 와 있다는 현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이 되면 그동안 KBS가 수행해온 공적 책무의 상당 부분은 차질을 빚거나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의도가 어떻건 간에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의지를 드러냈을 때 사장과 경영진은 국면 국면마다 적절하게 판단해 대응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내놓았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의 급작스런 정책 변화에 시일을 허비하며 엄중한 상황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이 아니라 ‘존립’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현 상황에 대해 사장과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KBS기자협회가 토론과 숙의를 거쳐 전체 협회원 투표를 통해 총의를 모은 결과 사장과 경영진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 투표 참여자의 52.6%가 반대했지만 절반에 가까운 47.4%는 찬성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투표 결과를 결코 재신임으로 해석하지 말라. 사장과 경영진은 당장이라도 직을 던진다는 각오로 지금과는 다른 대응을 보여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과정에서 KBS를 위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시사·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각자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 다양한 의견과 격렬한 논란이 존재한다. 우리는 시청자들이 공영방송 뉴스의 효능감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를 되돌아 볼 것이다.
 
  또한 우리가 자문해야 할 건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에 대해 국민들에게 확신을 주었었느냐이다.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핵심축을 담당해온 우리 기자들은 이 현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려 한다. 우리들부터 수신료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했는지 냉정하면서도 겸손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수신료는 그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수신료에 걸맞은 뉴스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해 왔는지, 국민들이 보기에 우리의 보도가 월등히 뛰어났는지, 시청자들이 떠나간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만은 않았는지,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극단적 대결의 시대에 차별화된 뉴스, 고품격 뉴스를 만들어 왔는지, 뉴미디어 시대 정보의 홍수, 가짜 뉴스의 혼란 속에서 든든한 나침반 구실을 해왔는지부터 따져볼 것이다.
 
  여기서 시작해 우리 기자들은 ‘공영방송의 뉴스는 달라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뉴스를 혁신할 것이다. KBS기자협회가 그 주체로 나설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무엇부터 바꿀지 돌아보겠다. 뉴스 시스템 점검과 제도 개선을 위한 기구도 정비해 나갈 것이다. 필요할 경우 사내 노조, 직능단체와의 협의나 연대도 모색할 것이다. 
 
  하여, 사내 동료들과 노조에도 호소한다. 국민들의 마음이 더 떠나기 전에 우리는 ‘일’로 우리를 증명해야 한다. 각자가 목소리를 높이되 우리의 일터를 혁신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 동시에 경영진과 책임자들의 실책을 더 매섭고 혹독하게 지적해달라.
 
  정치권에도 촉구한다. 정파 간 위치에 따라 KBS의 현재에 대한 평가는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비판과 논란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상업적 미디어의 범람 속에 누군가는 공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재원이 필요하다. 진영 간 불신이 극에 달한 지금, 중재자로서 공론을 전파하는 공영방송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대안 없이 공영방송을 허물기보다 부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공영방송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에 나서달라. 
 
  시청자와 국민들께 호소드린다. 우리는 자성의 시간을 겪고 있다. 늦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의 재원에 관한 논의는 충분한 숙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한다. 시청자들의 공론도 확인해야 한다. 
 
  당장 장마와 폭염 등 '재난방송'의 계절이 시작됐다. 우리 KBS 기자들은 사명감을 갖고 시청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뉴스를 만들려고 한다. 우리의 주인은 오로지 시청자다. 
 
2023년 6월 26일
KBS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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