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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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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잘못된 삼성 관련 보도, 어떻게 경제의제를 왜곡하나’ 토론회에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004년 주요 언론매체에 대한 삼성의 광고비는 3091억원으로 지상파 텔레비전 광고매출의 9%, 13개 종합.경제지 매출총액의 6.48%에 이르렀다”며 “이런 광고비는 진보적 언론을 포함한 모든 언론들을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손석춘 한겨레 논설위원은 삼성과 조중동 등 언론재벌의 동맹은 이른바 ‘삼성 저널리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결’? 말해놓고 보니 이상하다. 우선 진단이나 제대로 해보자. 부(富)와 권력의 편중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산업계 일반에 적용되던 ‘빅 3’ 모델마저 위협받아 이젠 ‘빅 2’ 체제로의 수렴이 나타나고 있는 세상이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빅 2’와 3위권 업체와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다. 이는 신문시장에서도 조중동 가운데 하나는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걸 시사한다.
게다가 신문은 다른 업종과는 달리 인터넷의 성장으로 인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분야가 아닌가. 전체 신문업계가 공동으로 대처하면 좋겠는데 업계의 리더라 할 ‘조중동’은 정치투쟁에 여념이 없다. 누굴 탓하기에 앞서 신문산업의 생존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건 정치적 갈등임에 틀림없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의 과도한 영향력을 규제 중심의 네거티브 프로그램으론 대처하기 어렵다. 전체 신문업계가 동의할 수 있는 포지티브 프로그램의 도입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신문법 논란이 말해주듯이 언론정책적 접근은 쉽지 않기 때문에 산업적 차원의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 ‘신용보증기금’ 모델을 원용해 가칭 ‘중소기업신문광고지원기금’을 구상해보는 건 어떨까. 언론정책이 아니라 중소기업정책의 일환으로 가보자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86%, 수출의 42%를 맡고 있는 한국경제의 ‘뿌리’지만, 오래전부터 이 뿌리가 썩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실업이 엄청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도 중소기업만큼은 기피 대상이라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구직자 10명 중 8명은 ‘입사 거절’을 하는 등 ‘자발적 실업’을 택하고 있으며, 입사를 포기한 구직자들 중에는 77.2%가 중소기업 합격자였다는 통계도 있다.
중소기업이 당면한 고통 중의 하나는 바로 광고.홍보 파워의 부재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이유 하나로 싸구려 취급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간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은 다른 건 다 건드렸어도 이 광고.홍보 문제만큼은 외면했다. 이걸 ‘중소기업신문광고지원기금’으로 돌파해보자는 것이다.
‘중소기업신문광고지원기금’은 ‘중소기업’에 액센트를 줄 경우 ‘정치’가 전혀 끼어들지 않게 할 수 있다. 조중동도 지지할 수 있다. 광고가 조중동에 몰리지 않게끔 제도화하는 것 정도는 조중동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중소기업신문광고지원기금’이 실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논의의 효과는 있다. 그건 언론의 지금과 같은 ‘재벌 우대, 중소기업 박대’에 대한 시정 없이 중소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우며 삼성을 포함하여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문제도 풀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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