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방송사들 '화났다'
미디어렙 논의 배제 이어 방통융합 TFT도 제외
5개사 공동대응 방침…문화부 "라디오 스스로 준비해야"
라디오 방송사들이 최근 문화부의 미디어렙 논의가 라디오를 배제하고 TV사 살리기 위주로 흘러간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또 방송협회의 방통융합TF에서도 역시 라디오사가 제외돼 향후 방송 정책을 둘러싼 환경에서 라디오 방송사들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기독교방송(CBS), 극동방송(FEBC), 불교방송(BBS), 원음방송(WBS), 평화방송(PBC) 등 5개 라디오방송사는 사장단 명의로 지난 4일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최근 문화부의 방송광고TF 논의가 TV방송 3개사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라디오방송사에게 불공평한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공문에서 △안정적 재정 자립의 제도적 장치 마련까지 현행 방송광고 판매제도 유지해 줄 것 △문화부의 방송광고TF 논의를 유보하고, 이 논의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소위에 라디오방송 5개사 실무대표 참여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라디오방송 5개사 실무진들은 지난 11일 문화부 방송광고TF 4차 회의에도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다. 실무진들은 또 14일 실무 간담회에 이어 18일 문화부 방송광고TF에 참석해 라디오방송사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라디오방송사 실무자 대표는 미디어렙소위에서 어떤 경쟁체제이든 미디어렙별 담당 방송사 명단에서 라디오방송이 제외돼 있는 것에 대한 의도를 묻고 라디오방송 5개사의 공문이 문화부 장관에 전달됐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오 방송사들이 문화부의 미디어렙 논의 과정에 대해 반발하는 큰 이유는 ‘라디오방송의 자체 재원 조달’ 내용 때문이다.
현재 문화부 방송광고TFT가 논의 중인 방송광고제도 개선 내용에 따르면 미디어렙 설치와 관련해 1공영 1민영, 2공영 1민영 등이 논의 중이다. 이 가운데 TFT는 특수매체 지원방안에 대해 “종교방송의 경우, 해당 재단에서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이 설립취지에 부합”하다는 내용을 검토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라디오 방송사들은 자체 광고 영업을 하게 될 경우 여건도 안 좋을 뿐더러 영업을 한다 해도 광고가 TV로 몰릴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는 라디오 방송 죽이기’라는 입장이다.
CBS 마케팅본부 손호상 부장은 “방송 광고가 제한적 경쟁체제로 간다면 전체적으로 광고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광고단가가 인상되고 이는 상대적으로 TV에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문화부 소위가 라디오사를 배제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힌 만큼 복수 미디어렙 논의를 지금부터라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방송광고과 송수근 과장은 “시기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코바코 독점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에 방송광고 정책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때”라며 “방통구조개편 논의와 맞물려 있는 만큼 라디오 방송사 스스로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이 라디오 방송사들의 집단 반발이 계속되면서 현재 문화부 방송광고TFT는 라디오 방송사들에 방송광고 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한 ‘라디오 방송사의 입장과 대책’을 마련해 별도로 논의해보자는 입장으로 이달 26일 실무자들과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라디오 방송사들은 21일 실무회의를 갖기로 하고 이달 25일까지 각 사별 대안을 마련할 지, 논의를 전면 거부할 지에 대해 공동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방송협회의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에서도 KBS, MBC, SBS, EBS 등 TV사만 참여하고 라디오 방송사가 제외돼 있어 갈등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CBS는 이와 관련해 방송협회에 참여 의사를 공문으로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정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