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끄덕이게 하는 글 써야 참 보람
(특집/한국기자들 무슨 보람으로 사나)성진혁 조선일보 노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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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진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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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Crime Scene Investigation)라는 미국의 인기 TV시리즈가 있다. 범죄현장을 과학적인 기법으로 분석, 증거를 수집해가며 범인을 잡는 과정을 그린 수사 드라마다. CSI요원들은 매번 첨단 과학과 정밀한 조사방법,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멋지게 사건을 해결한다. 그런데 극적 재미에 초점을 맞춘 이 방송을 보고 ‘똑똑해진’ 미국인들이 법정 배심원으로 참여하면서 웃지 못할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배심원들이 단순범죄를 다룰 때마저 검찰에 ‘CSI 수준’의 증거들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방영중인 이 드라마를 보다 등장인물 하나가 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This is my paycheck, not my life.” 과학수사대의 일은 ‘그냥 직업’이라는 얘기였다. 드라마에서 사회 정의를 바로잡는 사명감을 운운하는 건 고리타분하게 여겨질까 봐 그랬을지 모르겠다.
사명감하면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직업이 기자인지라, 요즘 기자의 소명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봤다. 프로정신? 전문성? 차별성?
인터넷 시대에 발맞춰 미디어의 형태는 크게 다양해졌다. 블로그를 앞세운 개인 미디어의 폭발력도 엄청나 ‘imedia’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반면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신문, 신문기자들의 위상이 특히 많이 흔들린다. 그야말로 ‘Paycheck’을 걱정해야 할 기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사정이 낫다고 해서 안도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기자의 모습 역시 천차만별이다.
어디선가 “전통적인 미디어는 앞으로 ‘인증자’로 진화할 것”이라는 글을 읽었다. 주체 못할 정도로 넘쳐나는 정보와 수많은 의견의 홍수 속에서 독자가 원하고, 믿을만한 ‘물건’들을 골라주는 역할로 이해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기자는 글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먼저 기자 자신과의 교감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스스로를 만족시키고 나서 독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글을 써야 참 보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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