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영향이지만 사회발전 기여 '흐믓'
(특집/한국기자들 무슨 보람으로 사나)주정완 중앙일보 기협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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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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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일이다. 기사마감을 마치고 약간 긴장이 풀리는 오후 5시 무렵.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를 받으니 독자였다. 그는 신용불량자였다. 답답한 사연을 전화로 마구 털어놨다.
“시골에서 가축을 치는데 사업을 벌이느라 빚을 많이 졌다. 그런데 경기가 갑자기 나빠져 돈을 못 갚았다. 개인 워크아웃인가 하는 것을 하려고 하는데 안된다고 하더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알고 보니 지역농협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개인 워크아웃 적용이 안되는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었다. 신용불량에서 헤어 나올 탈출구가 막혀 있었던 것이다. 취재를 해보니 이런 사람이 6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며칠간 보충취재를 한 뒤에 기사를 썼다. 그 후 어느 교수는 이 기사를 인용한 논문을 썼다. 이 논문은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그 결과 충분치는 않지만 제도개선이 이뤄졌다. 기자로서 보람을 느꼈다. 제도개선에 그 기사가 다소나마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기자, 특히 신문기자들은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외부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자로서의 취재여건과 근로자로서의 대우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취재원들은 벽을 높이 쌓아놓고 공식 브리핑 외에는 기자 만나기를 꺼린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잘못 기사를 쓰면 소송이다 뭐다 하면서 압박한다. 신문 광고 시장이 위축하면서 근로자로서의 대우는 더 심하게 나빠졌다. 임금은 수년째 동결인데도 회사는 늘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엄살을 부린다.
일부 스포츠지의 대량 감원 소식도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러나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다.
기사 한줄 한줄이 사회적으로 갖는 무게를 잘 알기 때문에. 보람도 많다.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시각을 던지는 것이 미약하나마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론은 이렇다. 대한민국에서 기자로 살아가는 것은 비록 힘들지만 보람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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