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과 금기 깰때 최대 보람 느껴
(특집/한국기자들 무슨 보람으로 사나)이용마 MBC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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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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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기자는 전사(戰士)다. 느닷없이 웬 과격한 말이냐는 반문이 나올 듯 싶은데, 사실 기자는 전사(戰士)이기에 앞서 매일매일 역사를 기록하는 사가(史家)다. 그래서 기자는 사회의 진실을 기록해야 한다.
말이 좋아 진실이지, 진실을 밝히려면 넘어야 할 고개가 너무 많다. 표면에 드러난 것과 이면에 감춰진 것이 다르기 때문에, 기자는 표면에 머물지 않고 이면을 파헤치려고 한다. 그러자면 진실을 숨기려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 기자가 전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 사회만큼 기자가 전사로서 활동하기에 안성맞춤인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건 부정부패와 비리가 다른 나라보다 많기 때문은 아니다. 사회의 발전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와 비리의 싹이 채 자라기도 전에 곧바로 모습을 드러낸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 세력이 집권한 뒤 달라진 현상이다. 역설적이게도 여기에는 수구언론의 공(?)이 지대했다. 과거 공직자들의 웬만한 흠결에는 눈을 감던 수구언론이 민주화 세력이 집권한 뒤 국민들의 기대 이상으로 청렴도의 기준을 높게 잡은 탓이다. 고위 공직자들을 비판하는데 과거와 같은 언론의 금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이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가 수구언론 자신들의 입지도 좁히겠지만…. 어쨌든 언론에서 하나의 금기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기자 생활의 또 다른 맛이 아닐까.
최근 불거진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은 권력층 비리의 완결판이다. 실타래처럼 하나로 엉킨 정치권과 재벌, 수구언론, 그리고 이를 몰래 훔쳐보는 국가권력. 여기에 두산 그룹의 형제간 분쟁을 통해 드러난 재벌의 추악한 행태가 겹치면 바야흐로 우리사회 부패구조의 최종심급이 그 완벽한 실체를 이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고지선의 가치로 여겨져 온 자본의 추악한 이면이 그 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언론은 지금 이 최종심급을 향해 스스로 설정했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더 이상 재벌 앞에서 알아서 기사를 내리던 과거의 언론이 아니다. 또 하나의 금기가 무너지고 있다. 더 이상 전사로서의 기자가 필요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자로서 이 시대 최대의 보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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