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행복에 조금이나마 보탬 된다면

(특집/한국기자들 무슨 보람으로 사나)하현종 SBS 경제부 기자




  하현종 기자  
 
  ▲ 하현종 기자  
 
“두 기자 한국을 뒤흔들다”

출근길 지하철역 가판대에 걸린 한 주간지의 제목을 나는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제목 위에는 X파일 관련 특종을 터뜨린 선배 기자 2명의 열의에 찬 얼굴이 실려 있었다.



바쁜 출근길에 멍하니 서있던 내 자신이 멋적어 황급히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 좌석 맞은편 창에는 세상의 물줄기를 바꾸겠다며 야심 차게 기자생활을 시작했던 한 기자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특종은 커녕 행여 물먹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그저 그런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그저 그런 기자의 얼굴이 디졸브 됐다.



기자라면 누구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만한 특종을 터뜨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지만 지난 6년의 경험은 그런 능력과 기회가 모든 기자들에게 허락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친절하게 가르쳐 줬다.



왠지 우울해진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있을 때쯤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언젠가 미담기사를 준비하면서 만났던, 상고 졸업을 앞둔 소녀 가장이었다. 10평 남짓 임대아파트에서 대인기피증이 있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학창시절 내내 집안 살림하랴 공부하랴 열심히 살던 아이였다. 그 아이는 자신의 사연이 담긴 방송을 본 한 중소기업 사장의 배려로 일자리를 얻게 됐다며 들뜬 목소리로 전해왔다.



“기자는 기사의 추억을 먹고 산다. 훗날 살며시 미소 지을 수 있는 기사가 있다면 그게 성공한 기자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6년이라는 기자생활. 뒤돌아 생각해보니 남들은 다 한번쯤 해봤을 법한 특종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빙긋 미소가 떠오르는 기사들이 몇 개 정도는 머릿속에 떠오른다. 기자생활을 마냥 맹탕으로 하지는 않았던가 보다.



아마 앞으로도 경천동지할 특종은 나와 별로 인연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변변찮은 잡문일지언정 한 사람의 행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일은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힘들고, 또 기자 가운데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취재부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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