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주는 기쁨' 배워가는 중
(특집/한국기자들 무슨 보람으로 사나)박승정 전자신문 IT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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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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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기자로서 선배는 무슨 보람으로 살아요?”
어느 날 후배기자가 느닷없이 물었다.
갑자기 말문이 ‘탁’ 막혔다. 다소 생뚱맞은 질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늘 묻고 듣고 적기만 해온 내게 ‘진지한’ 물음이 오니 당황스러웠다. 아니, 좀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애써 외면해온 물음을 던진 후배기자가 원망스러웠던 탓이다.
“김 기자는 그럼 무슨 보람으로 사나?”
답할 시간을 벌기 위해 질문을 되돌려줬다.
신입기자인 후배는 열심히 답하려는 듯 했다. 기자라고 하면 일반 서민이든 고관대작이든 만나주니까 좋은 것 같다는 우회적인 답변이 나왔다. 또 기사가 나가면 그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에서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타이밍이 좋았다. 좀더 연차가 든 후배기자들에게 차례로 물었다.
답은 다양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를 꼽기도 했고, 활자화된 이름을 보며 자기만족에 빠진다고도 했다. 강자와 약자 모두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어서 좋다는 답도 나왔다. 반대로, 들을 수 있을 만큼만 들어도 되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고도 했다. 당당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얘기도 나왔다.
인터뷰 기사 덕분에 몇 십 년 전 지기를 만나 기뻐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준 ‘우연’을 사랑한다고도 했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이상호 X파일’처럼 세상을 저렇게 뒤집을 수도 있구나 하는 ‘무서운’ 느낌이 좋다고도 했다.
그랬다. 초년병 시절만 해도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산업부 취재를 하다보면 들어주기만 해도 ‘고맙다’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 어려운 사업을 얘기하며, 정치·경제·사회문제를 안주로 삼다가도 개인사로 들어가면 어느덧 말이 길어진다.
문득, 늘어진 말꼬리를 접으며 ‘들어줘서 고맙다’고 한다. 요즘 그 고마움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떠받쳐주는 ‘들어주는 기쁨’을 보람으로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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