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흠씬 맡으며 고된 하루 마무리
(특집/한국기자들 무슨 보람으로 사나)허재원 스포츠투데이 체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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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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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따르던 선배들이 한분, 두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힘없이 회사 문을 나선다. 든든하기 그지없던 후배들 역시 ‘희망이 있는’ 길을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한단다. 지난밤의 흔적을 자랑이라도 하듯 아직도 가시지 않은 술 냄새를 폴폴 풍기며 열심히 노트북을 두드려대던 동기가 앉아있던 앞자리에는 어느덧 신문 더미가 수북이 쌓여있다.
사람은 줄었고 신문은 그대로다. 기사의 질이나 전문성을 염려하는 것은 사치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기사 제작 머신’으로 하루 이틀 변모해간다. 2005년 8월. ‘예전엔 이랬지…’라며 회한에 잠긴 미소를 짓는 선배들 앞에서 이제 갓 3년째에 접어든 기자생활에 무슨 낙이 있나 고민에 잠겨본다.
‘사람 냄새가 나는 기사를 쓰십시오.’ 편집국 문에 처음 들어섰을 때 편집국장께서 신입 수습기자들을 모아놓고 강조하신 말씀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정확히 전하고, 바람직한 여론을 형성하는’ 기자의 역할이란 대학 시절 강의 시간에 졸면서 메모한 문구에 불과했다. 기자라는 ‘태’를 갖추기 위해 사람에 대한 애정이 필요했고, 나 자신 역시 사람 냄새를 풍기는 기자가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몇 달 전, 어려워지기만 하는 스포츠지의 장래를 염려한 한 취재원이 나에게 그럴싸한 영입 제안을 했다. 농구판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제 갓 1년6개월. 그동안 ‘어쩌다 신문사가 이렇게 됐나’라는 한숨과 함께 ‘기자 생활을 헛하지는 않았구나’라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안한 상황, 수십, 수백 번의 망설임을 뒤로하고 나는 ‘그럴싸한 영입제의’를 과감히 거절했다.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늦은 밤 고민을 털어놓는 선수들, 진심어린 애정을 담은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취재원들, 어려운 상황에도 재미있는 기사를 생산해내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선후배들에게 등을 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입사 3년차 풋내기 기자가 사는 낙은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이 ‘사람냄새’다.
‘사람냄새’를 흠씬 맡으며, 오늘도 고된 하루의 보람을 애써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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