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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강 기자협회 KBS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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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지 KBS에 대한 국정감사는 정치 세력의 ‘KBS 때리기’에 악용되어 왔다. 국회의원의 보도자료나 질의 중에는 국정감사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독립성과 자율성을 날로 확보해가는 KBS에 정치적,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종종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의 ‘KBS 때리기’에는 언제나 특정 신문이 가세해 한 목소리를 내곤 했다.
이런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지난 10월 5일자 기자협회보 1면에 실린 “KBS 전체예산 국회심의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는 우리에게 큰 당혹감으로 다가왔다. ‘으레 그려러니’ 하는 신문이 아닌 기자협회보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정치인의 주장을 여과 없이 실었기 때문이다.
국회가 KBS 예산을 심의하겠다는 것은 감시·비판의 대상인 정치권력이 KBS의 목줄을 죄겠다는 발상이다. 국가 예산이 정쟁의 볼모가 되는 일이 해마다 벌어지는 상황에서 KBS 예산 심의를 국회가 틀어쥐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치 집단들은 KBS 예산을 볼모로 노골적으로 KBS의 뉴스와 프로그램에 간섭하려고 할 것이다. 그 간섭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당리당략이 아니고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매년 상반기의 결산 승인 심사, 하반기의 국정감사, 그리고 감사원의 매년 정기 및 수시 감사, 방송위원회의 방송평가, 외부 전문가에 의한 경영평가 등 KBS는 현재도 수많은 규제와 감독 아래 놓여 있다. 여기에 더하여 아예 예산을 국회가 통제한다면 KBS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에 예속된 KBS는 KBS 프로그램 제작자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결국 ‘KBS 예산 국회 심의’는 공영 방송의 언론 기능에 사형 선고를 내리는 폭거에 다름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다른 매체도 아닌 기자협회보가 그 같은 정치인의 주장을 여과 없이 옮긴 데 대해 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너무도 당연하게 기자협회보가 존재하는 제1의 목적은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다. 1964년 한국기자협회의 출범 정신이 그것이었고 지금까지 기자협회가 수행하는 모든 활동은 그 같은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는가를 놓고 평가받아왔다. 그런데 공영방송 KBS에 재갈을 물려 언론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시도를 객관 보도의 허울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은 기자협회보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KBS는 지금 일체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에서 자유로운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치적 공격이 무엇을 노리는지 기자협회보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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