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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국한 재미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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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워싱턴특파원의 수를 크게 늘리고, 미국 주요 도시와 캐나다 토론토, 멕시코시티, 상파울루 등지의 특파원과 통신원들로 미주 취재망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세계 11위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외신에 의존해온 우리 언론,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동향에 무관심한 채 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내문제에만 몰입해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차츰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워싱턴특파원의 역할과 기능은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전환기에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미 행정 각 부처의 정례브리핑 등 뉴스 소재를 누구나 거의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된데다, 각종 브리핑이나 세미나, 보고서 내용을 일부만 발췌해 소개하는 것으로는 국제뉴스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제뉴스 열독자들은 대부분 자기 관심사와 관련해 단편적이 아닌 좀더 깊이 있는 보도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언론의 미국보도와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우선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관련 기사는 국무부와 백악관, 국방부 등 행정 부처의 브리핑 중 한국 관련 부분이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의 한국 관련 보도를 전달하는 것이 주종이었다. 특히 미 언론의 한국 관련 보도의 경우 칼럼까지 번역해 때로는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소개해온 게 현실이다.
이런 것들은 굳이 기사화한다 해도 특파원이 아닌 서울의 국제부에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특파원들은 현지거주의 이점을 활용해 미국사회 전반의 다양한 쟁점들에 대한 심층보도와 분석을 제공하는 일에 집중했으면 한다. 모든 언론이 다같이 쓰는 스트레이트성 기사는 이제 신문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수가 많아진 연합뉴스에 의존하고 그 대신 기획취재, 혹은 특파원 칼럼 등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가령 인종 문제나 인디언의 현실에 대한 심층취재, 이민자로 이뤄진 용광로 사회가 어떻게 세계 유일 초강국이 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한 분석 등은 좋은 소재가 되리라 본다. 노르웨이가 어떻게 세계의 평화를 만드는 나라 (peace-making country)로 자리잡았는지를 소개하는 뉴욕타임스의 심층보도를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연합뉴스가 인원이 늘어난 상황에서 취재원을 다양하게 하고 또 미국사회의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미국 언론보도 번역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사실 무차별적인 미국 언론보도 베끼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미국 독자들이 아침신문을 받아보기도 전에 인터넷 기사를 번역해 한국에 먼저 전할 정도로 성급한 우리 언론의 미국신문 베끼기는 도를 넘어섰다고 본다. 일본 언론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워싱턴에 두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에는 미 언론보도를 게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다음으로 특파원을 한 차례로 그치지 말고 두 차례, 많게는 세 차례씩 발령해 일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면 한다. 한 차례 특파원 임기 3년으로는 어느 나라든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고 특히 미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귀국해서도 국제뉴스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일하다 다시 부임해 일하다 보면 앞서 파견 때는 잘 모르고 그래서 보이지 않던 미국의 다른 면모를 알게 될 것이다. 특파원 재파견을 통해 우리 언론은 해외취재에서 전문성을 더욱 높이고 독자들에게 양질의 기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함께 국제뉴스를 좀더 객관적으로, 그리고 상식적인 얘기지만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여러 측면을 살펴 보도하기 바란다. 최근 우리 언론의 국제뉴스는 주체성, 민족, 반미 등을 밑바탕에 깔고는 여기에 맞춰 선택되고 작성되는 경향이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나는 이런 보도태도는 사실관계의 초점을 흐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세계는 한국이 중심이 되어 돌아가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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