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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용상 前CBS보도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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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가 18일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정당,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관련 법인 또는 단체,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은 주요주주로 참여를 지양한다’고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사업자 선정방안을 확정발표하자 거센 논란과 비난이 물결치고 있다.
양휘부 방송위원은 이와 관련해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단체 또는 법인은 CBS 등을 의미하며, 법적으로 참여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심사점수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는 방송위원회가 자의적으로 CBS의 사업포기를 유도하고 탈락시키겠다는 의도를 발설한 것이다.
이것은 비리이자 일종의 음모다. CBS가 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기 위해 법정투쟁에 들어간 것은 당연하다.
이상과 같은 상황을 들여다 볼 때 방송위원회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정감사 등을 통해 CBS의 참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 방송위가 한 입으로 단물과 쓴물을 내뿜은 것은 자체 모순이며, 이 모순을 창출하기까지의 배경은 설명이 불가능하다. 국가의 방송 정책을 다루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공공기구가 이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발표를 했을 때는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는 꼼수라고 불신을 사기에 충분하다.
둘째, 어떻게 권력 쟁취를 목적으로 하는 정당과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법인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느냐고 방송위원회에 묻고 싶다.
권력 추구집단에 방송을 쥐어주면 흉기가 될 수 있고, 종교 법인에 방송을 쥐어 주면 봉사의 도구가 될 수 있는 상호 상이한 본질을 가진 단체이기 때문이다.
셋째, 방송위원회가 이 나라 최초의 민간방송인 CBS에 대한 정체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자의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면 여타 군소 라디오, TV방송사들이 겪는 피해가 어떻겠는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만약 방송위가 일각의 우려처럼 몇몇 거대 방송의 힘에 의해 굴절되는 방송정책기구라면 존립의 당위성을 찾기 힘들 것이다.
CBS는 방송위원회가 오인하고 있는 것처럼 특수분야의 특수방송이 아니다. CBS는 원래 기독교재단이 설립한 일반 방송이다. 이는 기독교재단이 설립한 연세대학이나 이화여대와 같은 성격이다. CBS의 방송프로그램은 애초부터 뉴스와 시사, 교양, 음악, 종교 등 다양한 콘텐츠로 다원 사회에 봉사해 왔다.
심야와 새벽시간에 종교 프로그램을 방송한다고 해서 CBS를 종교방송이라고 소외시키려 한다면, 연세대학이나 이화여대 등이 교양필수로 종교과목을 이수하게 하고, 채플을 보게 한다는 이유로 이 대학들을 특수 종교 교육기관으로 분류해 일반교육기관에서 소외시켜야 할 것이다.
방송위원회 발상의 뿌리를 캐어 올라가면 과거 군사독재 권력의 발상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더욱 개탄스럽다. 유신독재와 80년대 군사정권이 이 나라의 모든 언론을 벙어리로 만들고, 모든 국민을 귀머거리로 만들어 갈 때 CBS에 대해서만은 통제가 되지 않자 CBS에 대한 탄압발상이 바로 “종교특수방송”으로 몰아 부치는 정책이었다. CBS의 뉴스와 시사방송을 폐쇄케 하고, CBS는 ‘종교특수방송’이라고 홍보하고, 세뇌했던 것이다.
역사는 크게 변하고 새로워 졌는데 아직도 군사독재정권의 그 끈질긴 망령이 도처에 잠재하고 있어 방송위원회에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음이 이번 경인민방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매우 노골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이러한 방송위원회의 시대착오적인 정신은 개혁을 부르짖는 노무현 정권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과거사를 청산하고 새 역사 창조를 요구하는 거센 물줄기를 역류시키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혼신을 바친 애국자들이 친일파들의 득세에 의해 소외당했다. 독립군은 해방 후 일본군 출신에 의해 소외되었다. 군사독재에 저항하고 민주투쟁한 많은 민주인사들이 자유 민주주의 세상이 도래하자 기득권자들에 의해 소외되었다. CBS도 그 중의 하나다.
이 나라의 비극은 이같은 가치체계의 붕괴에 있다. 현재 방송정책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방송위원회가 언론 민주화를 위해 혁혁한 공헌을 한 CBS를 소외시키려는 저의를 드러낼 때, 우리는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가치체계 함몰의 굉음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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