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이 국정홍보처의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 논란은 정부의 정책을 놓고 벌이는 설전이 아니라 정부의 특정 기구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과 이 기구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는 점에서 여타 정치적 논란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논쟁은 국정홍보처의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행위를 취했다는 점에서 매우 구체성을 띠고 있다.
우선 국정홍보처 폐지론의 논거를 보자. 한나라당의 정종복 의원을 대표로 하는 폐지론자들은 “국정홍보처가 본연의 임무인 국정을 홍보하는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정권홍보에 치중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가 `정책홍보처’가 아니라 `정권홍보처’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야당 측은 폐지론의 근거로 지난 9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자신의 명의로 홍보처의 예산을 쓰면서 `노무현 따라잡기’라는 책을 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게다가 해외순방시 영부인의 홍보책자를 배포하는 것이 정책 홍보의 범위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당 측은 이에 대해 `노사모도 외면한 책’ `국정홍보처 직원도 안 읽는 책’ 등 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당측의 반격은 여당의 최고 정치인이자 이 나라의 국정책임자인 대통령이 가담한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홍보처를 폐지하라는 것은 정부가 정책홍보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기 정책을 변명하지 못하면,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정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일부 언론이 정책에 대한 오해나 왜곡을 하는데 말하지 말라고 하고, 국정홍보처가 정책을 적극 변명, 설득, 해명을 한다고 하는데 입막음하라는 것을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들은 과거 정부가 부당한 일을 하고 국민을 속이던 그 시절, 시대에 대한 불안한 인상이 남아서 나오는 엉뚱한 말씀”이라면서 오히려 정부의 홍보기능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선 이 논란에서 공방의 상대가 서로 같은 격이 아닌 점이 눈에 띈다.
얼마 전 미국 방문에 나설 때 “태풍과 나의 입이 문제”라고 하던 노 대통령은 이 문제를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는지 모른다. 나중에 법안이 청와대로 오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만이다. 그에 앞서 양당은 국회에서 토론을 거쳐 표결로 차분히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논쟁은 노무현 정부의 홍보정책에 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스스로 국정홍보처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는게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수시로 나오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 대통령의 튀는 발언은 국정홍보처의 일을 어렵게 하지 않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조기숙 홍보수석,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등 홍보처와 청와대 참모들의 대통령 `개인 숭배성’ 발언도 국정홍보의 효과를 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의 언행 자체가 최고의 국정홍보인데도 노 대통령은 이를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국정홍보처가 꼭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나는 국정홍보를 잘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이번 논란은 대통령이 스스로 홍보(발언)의 기술을 세련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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