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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국한 재미언론인·전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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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우석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한 이후 한 달 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은 과학적 논란에 대한 접근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고, 여기에는 이른바 `주류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주류 언론은 네티즌에 영합하는데 급급했을 뿐더러 근거 없는 기사와 자의적 해석을 보태는 등으로 건강한 여론 형성에 오히려 부정적 역할을 했다. 과학연구에 대한 논란은 검증을 통해 밝혀야 하는 것이고, 또 과학은 늘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단련되고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대부분 언론은 아예 무시하는 듯했다.
특히
에 대해 광고취소 사태가 벌어지고 방송사 폐지 운동 등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됐을 때 적극 나서 사회 일각의 비이성적 움직임을 경계하고 비판하는 일을 대부분 언론들이 외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주류 언론의 오랜 문제가 또다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유리할 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보도하고 논평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와는 거리가 먼 기회주의적 태도다.
나는 황우석 논란의 와중에 언론보도와 관련한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된 것을 계기로 우리 언론이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원칙을 정립하기 바란다.
우선 언론과 국익의 문제다. 황 교수팀의 난자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자 일부 언론은 ‘황 교수는 사전에 전혀 몰랐다’ ‘고개 숙인 영웅: 국민은 그를 보듬었다’ 등으로 황 교수를 감싸면서 ‘우리가 윤리라는 함정에 빠져버린 사이에 선진국들은 한참 앞서가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든다’고 했다. ‘황 교수팀이 의 협박과 회유 취재에 시달리는 사이 일본이 줄기세포 관련 분야에서 또 다른 세계최초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는 오보도 있었다. 황 교수 연구의 윤리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오류 의혹에 대해 검증을 거론하는 것이 국익에 위배되는 것인가.
나는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지탄을 초래한 아부 그라이브 포로수용소 실태보도와 관련해 미국 언론이 국익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는 사설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국익은 더 많은 애국적 선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황우석의 실험실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관한 엄격한 공식 조사를 통해 가장 잘 수호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과학연구에 대한 언론의 검증에 대해서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로서 중요한 사회적 논점에 대해 관련 전문가를 모아 의견을 제시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본령이라고 생각한다. 과학분야를 포함해 어떤 것도 예외일 수 없으며 이 것이 모든 언론이 지향하는 바가 아닌가?
언론의 취재윤리에 대해서는 마치 남의 일인 양 비판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이번 일을 우리 언론 전체가 취재윤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자가 형사나 검사를 가장해 특종보도를 하고 이를 마치 무용담처럼 자랑하는 일이 이제 정말 옛날의 일인지 스스로를 살펴봐야 한다.
사실 대부분 언론은 이번 사태 초반부터 정상적이지 않았다. 섀튼의 결별 발표에 대해 ‘(섀튼이) 독자적 연구에 자신감 생긴 듯’, ‘논공행상 불만 때문’ 등의 분석기사는 너무 저급한 것이었고, 더구나 ‘섀튼, 줄기세포 특허지분 50% 요구’ 등 황 교수팀 조차 부인한 기사를 게재한 것은 치졸했다. 나는 우리 언론이 신중하게 사실관계를 살피고 그 뒤에도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한다는 보도원칙을 특히 큰 사안이 터졌을 때 너무 쉽게 잊고 늘 여론에 휩쓸리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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