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제13회 JAK 1030 콜로키엄 '언론인과 취재원(취재윤리와 취재기법)'이 지난 7일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열렸다. |
|
|
사회=이상기 기자협회 회장
참석자(가나다 순)
김동률=KDI 연구위원(저널리즘)
김영호=언론개혁국민연대 대표
신호철=연합뉴스 외국어뉴스국 자문위원
장재열=한국과학기자협회 소장
사회=주제는 알려드린대로 ‘언론인과 취재원’이고 소제목은 ‘취재윤리와 취재기법’입니다. 첫 번째로 우리가 이 콜로키엄을 하게 된 이유가 황우석 박사에 대한 MBC PD수첩의 문제제기인데요, 우리 언론의 취재윤리가 어떠해야 하며 언론윤리를 어떻게 봐야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취재문제에 대해서 우리사회, 우리 언론계에서 진지하게 점검해 본 적이 있는지 그것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김영호=MBC PD수첩 때문에 취재윤리를 말씀하신 것 같은데, 한국 언론은 보도자료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요. 그런 기회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취재윤리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보도자료 없이 취재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 경찰기자 수준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언론에서 사건 기사를 잘 다루지 않기 때문에 취재윤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10년, 20년 전만 하더라고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보도자료 없이 기사를 쓴 적이 없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취재기법이랄지 윤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 하면 경험적인 이야기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김동률=저는 좀 다른 생각입니다. 취재윤리에 대해서 자칫 간과한 것이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면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 과거 개발시대에 어떤 목적만능의 흠이 있어서 대개 ‘결과가 좋으면 좋다’는 공리주의적인 혹은 집단적인 단체와 공동체의 목적과 이익이 개인의 이익보다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취재윤리 같은 경우 취재를 해서 사회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면 다소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너그럽게 관용을 해 온 것이 이렇게 나타나 걱정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나친 점과 소홀히 한 점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시절 보사부 촌지사건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을 때마다 우선 윤리강령을 제정했지만 결국은 취재경쟁과 매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또 어떤 사회 부정부패를 파헤치는데 윤리문제를 다 따지다가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그 점에 대해 간과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양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우리와 단순 비교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경우에도 1900년대 초기에 펜실베니아주 감옥에 기자를 죄수로 위장해서 함정 취재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가 나중에 퓰리처상을 받는 등 흐르는 물줄기를 바꾼 일이 있었죠. 그래서 취재윤리라는 것이 지키면 굉장히 좋기는 하지만 저널리즘의 메커니즘 상 그렇게 취재윤리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쓰다보면 자칫 큰 목적을 놓칠 수 있는 그런 점이 있어서 아마 윤리라는 거 자체가 소홀히 해 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호철=지금 문화적인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외신에서 40년 넘게 일하다가 은퇴하고 나서 우리나라 언론에 몸담아 보니까 그런 부분을 절실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뉴스를 문화적인 것으로 봤을 때, 상당히 윤리적인 부분을 간과하는 문화가 흔하게 있지 않나 합니다.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해 봤는데, 제가 몸담고 있었던 AP라는 회사에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윤리강령이 아주 좋게 돼 있습니다. 그것을 외워 뒀지요. 그러면 그것을 기자들이 모르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실천의 문제인데, 그게 동양적 문화와 연결된다든지, 회사의 의지도 달려 있겠죠? 그래서 기자 본인들이 윤리를 무시하는 문화가 상당히 문제가 돼 있고 그 구체적인 예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재열=윤리 이전에 우리 언론계의 기본적인 풍토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과거의 풍토였잖습니까? 지금 간부직을 맡고 있는 대부분의 언론인들은 과거에 윤리개념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사건이 나서 위에서 ‘사진을 구해라’고 하면 경찰을 사칭해서 사진을 구하고 그랬어요. 과거에는 한번도 이런 일이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는데,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는 바람에 과거에 관행적인 것들이 지금 상당한 윤리적인 문제로 되는 것 같아요.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는데도, 언론계에서는 윤리에 대한 교육이 안됐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더구나 지금 간부들인 위에 있는 사람들이 전혀 그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관행에 젖은 사람들이 간부직에 앉다보니까 통제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신호철=그 문제에 대해서 제가 부연할 것이 있는데요, 회사에서 윤리강령 지키라고 외신에서는 말을 하거든요. 그것이 어떻게 기자들에게 스며드는 거냐면 간접교육 방식이 몸에 밸 수 있는 문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거 국책기업에서 외신 기자를 초대해서 포항에 간 적이 있어요. 비행기표를 다 끊어서 보냈더라고요. 비행기를 타고 갔었죠. 회사에서 이러한 계획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우리는 관행으로 비행기표, 교통비, 숙식 등은 회사에서 냅니다. 갔다 와서 비행기 삯을 보내니까 그 회사에서 깜짝 놀라서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하더라고요.
또 한 예로 금강산에 배를 타고 갈 일이 있어서 돈을 내고 갔는데 ‘다들 그 배로 가는데 그렇게 까지 할 이유가 있느냐’고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그런 요구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당위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외신은 그런 것이 몸에 배서 합니다. 뭘 할 때에도 윤리가 앞서야 한다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직간접적인 교육이 되는 거거든요. 그런 면에서 우리 언론은 회사의 의지가 없거나 약한 상태에서 취재를 하지 않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동률=선배님 말씀이 맞기는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도 AP나 뉴욕 타임스 같은 경우가 그렇고요. 일부 군소언론들은 이른바 정킷(junket-관비유람여행)이라고 해서 대부분 취재원에서 부담을 합니다. 그래서 ‘애니멀 킹덤’을 만들었다고 하면 뉴욕 타임스 등 거대 언론사는 경비를 부담하지만 대부분의 군소신문은 자기를 초대한 주최에게 전화해서 “아내와 아이들도 데려가도 됩니까?”라는 문의 전화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취재윤리와 촌지 같은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언론이 ‘자학저널리즘’에 빠져서 마치 ‘우리만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해 우리가 정확히 이야기해야 할 것이 미국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제가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 물론 우리에게 비난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자학적인 면이 있는 것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신호철=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주류 매스미디어를 기준으로 해서 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군소신문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죠.
김영호=저도 거기에 동의하는데요, 지금 미국의 이야기를 들고 나와서 미국의 큰 매체들은 촌지 수수하지 않고 군소매체에서는 촌지 내지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면서 대가적으로 돈을 받는 것은 언론사가 똑같이 하지 말아야 하는 짓이지 미국에서 작은 신문들이 촌지 받기 때문에 우리의 행위가 가학적으로 보는 것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은 우리는 보도자료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그 이외에 다른 취재기법상의 윤리에 대해서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반박을 하는 것과 미국의 이야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이야기는 어떨 때는 통용이 되겠죠. 우리가 원용하고 배울 점도 많겠죠. 미국을 따라야 한다는 것에 동의를 할 수가 없어요. 우리사회는 전부 미국의 이야기예요. 미국에서는 안 그런다는 식의 말은 이야기가 안되는 것입니다. 윤리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미국의 작은 신문사가 혜택을 받고 공짜표를 받는 등을 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 정도를 용인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요.
김동률=제가 이렇게 이야기했죠. 문제점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제가 그 자체가 통용될 부분도 인정된다고 모두에 말했습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는 현상을 그냥 전한 것입니다. 물론 문제가 있죠.
김영호=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까 제가 이야기한 것은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우리가 지금까지 촌지의 문제 이외에는 우리가 크게 간주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도청문제, 사칭문제, 잠입문제, 침입문제 등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안하는 거예요. 그게 왜 그러냐면 일례를 들자면 어린 학생이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구해야 하는데 사진이 없어요. 경험이 있는 선배는 앨범을 찾더라고요. 그런데 앨범을 꺼내서 그 애 사진만 가져가야하는데, 앨범을 통째로 가져가더라고요. 사회부 데스크를 보니까 그런 식의 자료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데 취재원에게 돌려주는 경우를 구경을 못했어요. 그런 경향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어요.
사회=반박도 하시고 어떤 면에서는 안티도 하시고… 그런 것이 콜로키엄을 하는 목적입니다. 문화적인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지금 김영호 대표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까지 기자윤리하면 주로 ‘촌지’문제에 대해서만 포커스가 집중됐는데,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MBC PD수첩도 그렇고요. 취재원에게 협박한다거나 아까 사진을 가져가 돌려주지 않는 등 그런 범주들을 나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신호철=그거 말하기 전에 제가 여쭤볼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 문화를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런 것이 일본의 영향을 받은 측면은 없습니까?
장재열=50년대 선배들의 취재 경험담을 들어보면 그 당시에는 사건기자들에게 자료를 훔친다거나 그런 부분이 상당히 용인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요. 50년대는 그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정당화 된 부분도 많고 미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죠.
사회=범주에 대한 부분을 김영호 대표께서 정리 해주시죠.
김영호=이번에 사건을 보면 MBC PD수첩에서 논문을 취소한다든지 거기에 보면 구속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검찰 구속. 또 회유도 합니다. ‘신분을 보장해 준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물론 PD하고 기자하고 차이는 있습니다. 그런데 MBC PD수첩만 이랬을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일들이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지 않겠습니까? 왜냐면 우리는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취재기법을 배운 적이 없습니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온 사람들의 경우 지금 현재 교과 중에 취재기법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키느냐? 제가 봤을 때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러면 입사한 이후에 그러한 재교육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런데 언론계의 취재풍토가 이러다 보니 PD들도 그렇게 취재할 수 있는 줄 알거예요. 문제는 MBC의 경우 언론비평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도 가끔 취재윤리나 기법을 다루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자사 프로그램도 안 보고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촌지 수수’문제만 많은 고민을 해 왔지 나머지 취재기법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한 적이 없습니다. 또한 사칭의 문제도 적지 않을 겁니다. 제가 추정을 할 때 취재 의도와 목적을 밝혀야 하는데 충분히 안 밝히고 있습니다.
장재열=취재기법도 기법이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는 상식선이라든가 일반적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입니다. 특히 과학자를 취재할 때 이런 식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취재한다는 것은 저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은데요, 과거 기자가 위에 있고 취재원이 밑에 있는 그런 상황에서 취재하는 경우를 우리가 자주 접했는데, 이럴 때 과학적인 논쟁을 두고 이런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상당히 심리적인 위축을 주는 것이거든요. 이것은 취재기법 이전에 뭔가 기본적으로 결여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호=동감하는데, 취재원이 과학자 이외의 누구든지 마찬가지겠죠.
장재열=마찬가지인데, 어떤 기자가 취재할 때 신사처럼 취재활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김동률=저는 이번 사건을 MBC PD수첩으로 포커스를 좁힌다면 가장 근본 문제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과학이고 한국의 프라이드고 사회에 굉장히 좋은 것에 대해서 강압을 했기 때문에 문제지 만약에 취재 대상이 거대 악이었다면 이런 강압, 협박 등이 아무런 문제가 안될 독특한 한국인의 정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앙일보에서 상문고등학교 비리를 보도할 때 대검 검찰이라고 해서 서무과장 집에 들어가서 자료를 훔쳐왔거든요. 맘대로 사칭했을 때도 국민들이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 비난하지 않고 다 찬양했습니다. 또 국민일보 기자가 검사 방에 들어가서 디스켓을 복사해서 보도했을 때도 주거침입 등 실형을 내렸지만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은 그 국민일보 기자에게 아무런 비난을 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용인이 됐습니다. 결국은 해방이후 최고의 성과물에 대한 어떤 흠집 내기 및 검증하려고 한다는 것에 대해 취재 강압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이지 만약 정치자금 등에 대한 것이었다면 강압 부분이 화제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대목을 모든 저널리즘이나 국민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재열=지금 말씀하신 부분이 제가 듣기에는 과거에는 그런 부분이 많이 됐는데 지금은 그것이 풍토가 됐다고 보는 것입니까?
김동률=풍토가 됐다기보다는 취재대상의 선택에 따라서 그게 달라진다는 말이죠.
장재열=과거에 그런 비슷한 취재방식이 관행이 돼 왔었고 지금 말씀하신대로 대상에 따라서 좌우 됐던 것이 용인됐기 때문에 지금 같은 이번 사건이 필연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영호=아무리 거대 악을 고발한다고 하더라도 취재기법이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것을 동원해서는 안되겠죠. 표현이 과장돼서도 안됩니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계기로 반성하자는 것이죠. 취재과정이 아까 말씀하신 내용도 뭘 가져왔다는 것도 불법행위입니다. 그런데 거대 악을 고발한다는 이유로 취재기법이 불법적인 행위를 동원해도 된다는 것이 용인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됩니다.
김동률=저도 기본적으로 선배님의 의견에 동의는 합니다.
김영호=사회적으로 용인한다? 용인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수사를 하는 경우에 억압적인 방법으로 수사를 해서 자백을 이끌어냈다면 그것은 법률적으로도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김동률=독수독과의 원칙인데…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예를 들었던 모든 것들이 법원에 가서 집행유예를 받았고, 검사 방에서 디스켓 훔쳐서 보도한 국민일보 기자는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습니다. 기소도 안됐고 출입처를 바꾸는 선에서 끝났습니다. 언론자유라는 것은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자유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선진국에서는 이른 바 우월적 자유라고 해서 동일한 사건에서 언론자유와 다른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언론자유가 이깁니다. 기자들에게 약간의 이익을 주는 것이 전 세계 언론 선진국의 공통된 추세입니다.
선배님 말씀대로 문제는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문제는 있는데 또 하나 우리가 짚어야 하는 것은 취재기법에 대해 지나치게 문제를 삼으면 거대한 공동체의 흐름에 대해서 소탐대실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운영의 묘’는 있어야 하지만 기본적인 한계라든지 어쩔 수 없는 상황논리를 우리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죠. 문제가 없다는 것은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문제가 왜 생겼으며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떤 경우에는 찬성하고 어떤 경우는 격렬하게 비난하는 점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김영호=그게 말씀하신 절취라는 것이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적이 없습니다. 언론계에서만 알려진 내용이기 때문에 사회가 그것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김동률=제가 여기 온다고 해서 조사한 것이 있는데, 그런 일이 많이 있습니다. 93년에 국민일보는 출입처를 옮기는 것으로 끝났고 중앙일보 같은 경우는 검찰에서 선고유예를 내렸습니다. 이것도 실정법을 위반해 1년을 받았는데 선고유예를 받았죠.
|
|
|
|
|
▲ 왼쪽부터 김영호 언론개혁국민연대 대표, 신호철 연합뉴스 외국어뉴스국 자문위원, 장재열 한국과학기자협회 소장, 김동률 KDI 연구위원. |
|
|
김영호=언론이 권력이기 때문에 사정기관이 용인을 한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정부기관이 용인했다고 해서 불법적인 취재기법을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김동률=아니죠. 이것도 죄는 있다는 것입니다. 징역 1년이면 처벌 받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공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선고유예를 받은 것입니다. 죄가 있다는 것이죠.
신호철=제가 여기에 와서 콜로키엄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개인적으로 볼 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다 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우리는 이 문제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더 좋은 출발점을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말씀하시는 취재기법 상의 문제들이 관행적으로 용인했다고 해서 면제부로나 위안을 삼는 관점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면 목적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선의 입장에서 말하면 현실과 동 떨어졌다고 자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보다 도 좋은 것은 우리 언론계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관점에서 국내 언론을 보는 관점을 제시해 달라고 저한테 기대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나 말씀드리면 윤리강령을 보면 완벽합니다. 대부분 똑 같은 형태로 외신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실천하는 유지사항이랄지 개인의 의지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이번에 MBC PD수첩이 강압 취재했다는 것은 직업상의 문제라기보다 상식 범위를 넘어갔다는 것 아닙니까? 사실은 MBC PD수첩에서 추구하려고 했다는 것이 진실추구노력, 국민의 알권리 측에서 봤을 때는 하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보면 윤리문제가 덧붙여져 마치 전부인양 돌아가면서 김동률 박사가 말씀하신 것에 대한 바탕은 이해합니다.
제가 드릴 말은 MBC PD수첩의 공과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직업상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데 충돌하는 관점에서 김 박사의 말에 부연설명을 하면 ‘몰래카메라’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몰래카메라를 본인의 동의 없이 녹음, 녹취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는 사회에서 소위 몰래카메라를 아무한테나 촬영하면 안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권력자, 정치인, 거짓말 하는 것 즐기는 사람한테는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저는 고민이 있어요.
한 예로 과거 일본의 아베 간사장이 남북문제에 대해서 NHK에 압력을 가해서 못하게 한 사건 있잖아요? 그런데 아사히신문이 취재해서 기사를 썼죠.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녹취를 비밀리에 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의 윤리강령에는 녹취, 녹음을 못하게 돼 있어요. 왜냐면 옛날에 아사히신문에서 사건을 취재할 때 녹취한 것이 밖으로 유출돼 이해당사자가 큰 피해를 본 이후로 윤리강령에 그렇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녹취를 했죠. 아베 간사장이 지금은 관방장관이 돼 있죠. 거대한 정치권력입니다. 딱 오리발 내밀면 대응할 방법이 없으니까 저는 녹취했다고 이해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MBC PD수첩의 취재가 딱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MBC PD수첩의 어느 정도의 조화를 이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김동률=말씀에 첨언하면, 몰래카메라가 좋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대상에는 필요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심정적으로 동의합니다.
장재열=이번 사건은 일반화 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독특한 사건입니다. 그 PD들이 목표를 위해서 생각 없이 취재를 한 것으로 봐야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과거의 관행에 의해서 취재했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황우석 박사와 관련한 취재를 할 때 취재원을 상관 대하듯이 신사적으로 할 수 있었느냐를 봤을 때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MBC PD수첩 보도를 일반화 시킬 수 없다고 봅니다.
김동률=제가 어제 아침에(6일) YTN에서 긴급 좌담회를 한다고 해서 포항공대 교수와 함께 참여했습니다. 포항공대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왜 과학의 영역에 저널리즘의 잣대를 대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널리즘의 영역이라는 것은 어떤 전제 조건을 붙이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과학적 성과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고 해서 저널리즘이 과학의 영역에 참여하면 안된다는 논리는 과학자들이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널리즘은 어떤 경우에도 이 부분은 가능하고 저 부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고 오히려 의혹이 있는 한 저널리즘이 참여하고 저널리스트들이 밝혀야 합니다. 기자는 ‘굶주린 사자’처럼 가서 과학적 성과든 예술적 성과든 찾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과학자들이 저널리즘이 과학적 성과에 대해서 잣대를 댄다는 것에 과학자들이 반발을 하지만 저는 맞지 않다고 어제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장재열=저널리즘이 접근할 때 단순히 사건?사고를 다루듯이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가지고 접근할 때 다른 말이 없는 것입니다. 전문성이 없을 때 접근하는 것은 항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제가 보기에는 그 PD들이 기계적 전문성이 부족했습니다. 일반적인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첨단 기술과 과학이 걸려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전문성이 부족한 PD들이 전문성이 없이 접근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전문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률=의사들의 경우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소아과를 잘 압니다. 그렇지만 과학은 생물과 화학, 물리 등은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과학 기사는 재미가 없습니다. 광고도 잘 안 붙죠.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사는 밑져봐야 본전입니다. 그래서 저널리스트한테 과학적 지식을 가지라는 말은, 좀 강조하면, 취재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장재열=저는 과학이 재미없고, 시청률이 낮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례를 들면 BBC가 프라임 타임때 시험적으로 과학프로그램을 내 보냈습니다. 처음에 엄청나게 시청률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계속 내보냈습니다. 나중에는 그 전과 비슷한 시청률이 나왔습니다. 과학을 마이너라고 생각해서 잘 다루지 않은 것이지 과학이 재미없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김동률=제 말은 전문적이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김영호=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과학이 재미없기 때문에 과학이 보고대상이 안된다는 식으로 말을 하시는데,(
김동률=아니 그것은 아닌데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되죠. 그렇다고 그러면 언론이 모든 영역을 다 취급해야 하지만 과학기사를 언론인들이 많이 써야죠. 그래야 우리가 과학을 잘 이해할 수 있죠. 지금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동률=예.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는 것에서만 좀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그럼 그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전문성을 갖추고 취재를 해야 한다는 말씀인데, 그러면 기자들이 스페셜리스트냐 아니면 제네럴리스트냐로 접근하면 어떻겠습니까?
신호철=제가 의견이 하나 있습니다. 국내에서 과학을 담당하는 전문기자들이 논의가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MBC PD수첩에 PD들이 나와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고 그럴 때 제가 보기에도 좀 어색하더라고요. 그리고 기자가 과학의 영역을 취재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전혀 아닌데, 예를 하나 들면 우리 언론에서 숱하게 ‘세계 일류’, ‘세계 최초’ 등의 말이 나오거든요. 외신은 그것을 쓰지를 못합니다. 만약 쓰고 나서 밝혀지면 거짓말이 되잖아요. 그래서 자체 내에서는 기자를 교육을 받을 수 없으니까 과학을 담당하는 전문기자가 회사에 있어요. 그 사람한테 통과를 해야만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세계에 수많은 인재풀을 가지고 있거든요. 서울에서도 가능해요. 제가 인터넷을 통해 남북관계에 관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는데, 인재풀을 해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요새는 세계적인 석학, 관리, 학자들이 이메일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도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언론계 풀이 우리 언론에도 필요합니다.
장재열=저는 특히 우리 언론계의 풍토가, 특히 과학계를 다루는 언론계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세계최초’ 등의 말을 많이 쓰는데 과학기사를 사회 사건기사로 보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금 간부들이나 기자들이 정치부, 사회부 기자로 출발하고 거기서 큰 사람이기 때문에 과학담당기자가 과학기사를 다룰 때 사회부 기사로 보는 거죠. 그래서 ‘세계최초’가 아니면 기사가 안되고 그런 겁니다. 일선의 취재기자들은 그런 것을 고를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기사가 안되니까. 그러니까 말씀하신대로 점잖게 쓰면 누가 읽겠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대한민국의 과학기자들은 쓸 게 없어요. 과학기사가 밑에서 올라왔을 때 기사의 이면과 의미를 볼 줄 아는 데스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단지 기사가 되느냐 안되느냐를 결정합니다. 세계최초냐 아니냐만 따지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일선 기자들은 데스크의 취향에 따를 수밖에 없어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과학을 다루는 언론의 풍토가 지난 30년간 악순환 돼 온 것이죠. 특히 IMF 터진 다음에 각 언론사의 과학기자는 거의 전멸했습니다. 특히 메이저 언론사라고 하는 곳도요. 그러니까 간부들도 말할 것도 없죠. 이번 사건 같은 경우도 이런 영향이 이어져 온 것입니다. 취재기자가 취재해 오면 거기에 이의를 달거나 의심을 하는 게이트 키핑의 풍토가 요즘 없습니다.
김동률=데스크가 그렇다고 해서 요즘 기자들이 “부풀리면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풍토 아닙니까? 바뀐 것 같은데요.
장재열=각 언론계의 간부들의 배경을 잘 보십시오.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언론계의 풍토를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에 따라 이번 사건의 해결도 가능할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사회=간부들한테 나중에 보고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신호철=MBC의 윤리강령을 보니까 몰래카메라의 경우, 예외적인 경우가 있더라고요. 국장에게 보고를 하고 국장이 필요하다고 허가하면 할 수가 있도록 돼있습니다. 보고가 됐으면 저렇게 난리가 나겠습니까?
김동률=어느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허락을 하고 그 죄를 아는 것입니다.
장재열=제가 말하는 게이트 키핑이라는 것은 기사 자체를 억압한다거나 제한하는 기능이 아니라 좀 더 좋은 기자, 바른 기자를 만들기 위해서 도와주는 기능의 게이트 키핑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런 면이 지금은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호철=MBC 윤리강령을 잠깐 읽어드리면,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조항에서 ‘사적인 장소에서 비밀 마이크와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용인될 수 있으며 비밀 마이크와 카메라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국장에게 보고해야 하며, 법률가에게 자문하여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돼 있어요.
김동률=말은 그렇게 해서, 선배님 말씀처럼 법원에 가 실정법 위반의 판결을 받으면 언론사도 다 아는 겁니다. 그런 부분을 다 받아들이고 보도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이 사건과 맞는지 모르겠지만, 미국 ABC 방송하고 ‘푸드라이언 사건’이 몰래카메라로 유명한 사건입니다. 푸드라이언은 미국 동부의 큰 슈퍼 체인점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유효기간이 지난 고기를 계속 바꿔서 팔았어요. 그것을 제보 받아서 ABC에서 기자 등 5명이 위장취업을 했습니다. 6개월 간 위장취업해서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다 찍었습니다. 그 것을 ABC 사장이 오케이 했던 거죠. 재판을 당하면 몇 천만 불 벌금을 물 각오를 하고 방송을 한 것입니다. 왜 하느냐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프라임 타임 때 ‘60 minutes’에 그것을 방송했는데 2001년 미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푸드라이언 측은 소송을 제기했죠. 법원에서 3천만 불의 벌금을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ABC는 보도를 하고 벌금을 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대법원에서 AB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모든 소송에서 ABC가 계속 졌는데, 마지막에 미국 대법원에서 ABC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결정됐죠. 그런 경우가 선배님이 지적하신 대로 엄청난 벌금을 물더라도 몰래카메라를 보내는 것이죠.
장재열=그러면 그 사진과 내용이 사내에 보고가 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보고를 해서 윗선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죠. 이번 사건은 그런 과정이 없다는 것 아닙니까? 전혀 몰랐다는 것이고 방송이 나갈 때까지 몰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갑니다.
김동률=그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짚어야 합니다. 게이트 키핑의 경우 세 가지가 있습니다. 개인이 있고, 부장이 있고, 회사가 있는데 MBC가 게이트 키핑을 안 한 것은 이렇게 이해를 해야 합니다. 옛날 권위주의 때는 기사를 내면 게이트 키핑이라는 것이 ‘야 이거 청와대에서 전화온다. 빼라’ 이렇게 됐기 때문에 최문순 사장은 아는 거죠. 다 알고 이전까지 PD수첩이 해 온 것도 있어서 많이 외부적인 영향을 받아서 게이트 키핑의 순기능이 없어진 것이죠.
사회=어제 ‘헤럴드 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방송 전에 간부들이 알았다고 합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재열=저는 상식적으로 간부들이 그 내용에 대해서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됩니다.
김영호=그것은 보도에 나왔잖아요. 청와대에서 “취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내부에서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죠.
신호철=제가 이해가 안되고 궁금한 것이 있어서 말씀드리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인터뷰한 연구원들이 후에 찜찜했는지 “내가 말을 잘못했다”고 해명한 것 아닙니까? 그것을 기사화 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MBC에서 보도를 하는 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왜냐면 동아일보 광고사태 났을 때, 70년대 중반인데, 외신에서 활발하게 썼어요. 박준규 씨가 공화당 당의장이었어요. 한참 누가 광고사태를 조장했는지 궁금해 했어요. 그런데 박준규 당의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 그거 미우니까 우리가 한거잖아!”라고 말했습니다. 원래 그 사람이 호탕한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크게 보도하려고 했는데, 조금 후에 전화가 와서 “아까 그 기자가 나한테 뭐라고 질문했지?” 이러는 겁니다. 말을 돌려서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내가 한 말은 그 말이 아니야”라고 했습니다. 영어로 해서 의미를 잘 못 전달했다고 하더군요. 우리 내부에서 논의를 했는데 결국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황 박사팀 연구원들이 인터뷰하고 나서 기사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것을 보도할 수가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사회=지금 그것에 대해서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취재원들은 인터뷰할 때 이런 면, 저런 면을 다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취재하는 기자들은 자신들이 의도한 결론대로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도 그런 경우를 많이 당했어요. 기협 회장을 하면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는데 이런 면만 쓰는 거예요.
장재열=그런 유머가 있잖아요. 상대방을 이야기할 때 ‘써서 조지고, 안 써서 조지고, 꼬아서 조진다’는 말이죠. 인터뷰를 하면 이런 말을 빼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앞 뒤 맥락 다 빼고 가운데만 써서 의미를 잘 못 전달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제가 게이트 키핑의 순기능의 예를 한번 들어보면요, 예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외신에서 사람의 몸에 ‘새피’로 채웠다는 기사가 났어요. 이상했죠. 어떻게 사람의 피가 아니고 새의 피로 넣을 수가 있느냐는 말이죠. 그런데 알고 보니 영어에는 ‘New blood’였습니다. 새로운 피가 한글로 바꾸다 보니 새의 피, bird blood가 된 것이죠. (사회=그것은 좀 지나치다.) 그것이 왜 그러냐면 외신에 들어왔고, 옛날에는 만우절 기사도 모르고 쓴 경우도 있었잖아요. 바로 이런 것을 걸러주는 기능이 바로 게이트 키핑이지 기사를 넣어라 빼라 이런 것이 게이트 키핑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언론사 조직 내에 충분한 계획이 서 있어야 언론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과학 기사를 다룰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김동률=그런데 넣고 빼고 하는 게이트 키핑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많습니다.
장재열=그러니까 과거의 게이트 키핑의 이미지는 언론사에서 굉장히 안 좋습니다. 넣고 빼는 것은 게이트 키핑의 악기능이지 기사의 질을 높이는 기능은 아니거든요.
김동률=그렇다 하더라도 게이트 키핑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는 넣고 빼는 것입니다. 고치고 하는 것은 데스킹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용어의 혼선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데스킹 기능을 제대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신호철=문제는 어떤 것을 다룰 때 맥락에서 벗어나면 안됩니다. 제가 이번 사건을 보면서 PD가 가지는 저널리즘적 배경과 교육이 기자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우리나라만의 풍토라고 해서 이해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PD가 이번에 뉴스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너무 몰입을 해서 맥락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혹시 있지 않았을까하는 우려와 의구심이 제 개인적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김영호=‘PD수첩’의 제보자가 누구인지를 모르겠지만, 제보자라는 것이 대체로 공분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지만 패배자나 반대자일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에만 매몰되다 보면 균형감각을 잡는 것을 떠나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제보자가 있었는데 얼마나 믿어야지 좋을 지에 대해서 사전에 판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취재원에 관련한 문제지만 이번에 그런 문제가 좀 큰 것 같습니다.
김동률=또 하나는 ‘PD수첩’ 이전에 한국 언론이, 언론의 속성이라지만, 황우석 교수에 대해 아우라를 많이 줘서 살아있는 신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이 큰 것 같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반성을 해야 합니다. 한 사람을 살아있는 신화로 만들어서 한 것이 검증도 없었다는 점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너무 몰아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재열=그것은 우리 언론 전체의 문제죠. 이번 같은 경우 PD들이 판단을 함에 있어서 선입견을 가지고 ‘사이언스지가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해 보겠다’고 나선 것은 아니었는지 궁금합니다. 체크해야 할 부분을 하지 못한 것이죠.
김영호=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제보자의 말을 너무 신빙한 것은 아닐까요? 거기에 대한 검증하는 과정이 없었어요. 제보자는 대체로 패배자, 반대자기 때문에 함정에 빠질 수가 있어요.
장재열=우리가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제보자가 알고 있는 상태라고 판단되면 검증을 더 해보고 시간을 더 갖고 보도했어야 했는데 그것을 놓쳤어요.
신호철=맞습니다. 반대편이, 제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맞춰가면서 취재를 했어야 합니다.
김영호=신문을 보면 취재를 하면서 취재원이 한 사람일 경우가 거의 다에요. ‘관계 당국자에 따르면’ 머 이런 식이죠. 복수취재원칙을 지켜야지 오류를 범하지 않는데 우리는 복수취재원리를 잘 안 지킵니다. 쉽게 취재해서 쉽게 보도하는 것이죠.
김동률=이번 사건을 계기로 저널리즘이 지나치게 하의 평가되고 저널리즘 자체가 위축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싶습니다. 언론 자유가 기본적으로 인간의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최고의 자유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자칫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특히 황 교수의 논문에 부분적인 오류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을 두고 정확하게 짚어가는 것이 저널리즘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재열=검증하면서 부분적인 오류가 있다면 해명이나 사실이 밝혀져야겠지만 이런 식으로 밝혀지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것이죠. 황 교수가 완벽한 인간이 아니고 그 밝혀지는 과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씀드립니다.
사회=지금까지 기자 쪽에서 본 내용이고 취재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기자들도 취재원이 될 기회가 많거든요. 저도 취재원이 되기도 했고요. 저희가 취재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장재열=제가 과학기자로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이 과학은 미디어 마인드를 갖고 미디어는 과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통점이 있어야 서로 이해가 되는데, 지금 보면 과학자들도 미디어 마인드가 없고, 특히 과학기술자들이 홍보라든지 기자에 대한 이해가 없거든요. 또 미디어에서도 과학적인 접근을 한다든지 하는 등 평소에 준비하는 것이 전혀 없거든요. 사건이 터지면 그저 투입돼서 기사 쓰고 끝나는 것이지 과학적 마인드를 갖추려고 기자들을 교육시킨다든지 기업과 연계한다든지 혹은 간부들을 과학적 배경을 갖춘 사람으로 앉히는 노력이 없어요. 사건 터지면 불을 끄고 끝나버리거든요.
김동률=그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거거든요
장재열=그것은 우리나라 언론사주나 경영자들의 의지의 문제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게 안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죠. 결국 서로 이해하는 공통분모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황 교수의 연구팀은 언론을 배울 틈이 없고, 기자는 과학자들을 귀찮게 접근하고 목적은 진실을 밝히는 것인데 제대로 접근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김영호=공인의 경우야 기자와 접할 기회가 많지만, 이번의 경우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그런 경우죠. 그래서 취재원이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일반화한다는 것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취재기자가 취재원에게 접근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겠죠.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이 취재원에게 목적과 의도를 충분히 설명해서 취재원이 알아듣도록 해야 되겠죠. 그래야지 아까 이야기 나온 것처럼 ‘의도한 내용이 아니었다’는 식으로 취소하는 경우가 없겠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의도와 목적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을 거예요. 기자는 취재기법에 대해서 거의 훈련이 없습니다. 입사 전에도 그렇지만 입사 후에도 거의 재교육이 없어요.
장재열=황우석 연구팀에 사실은 홍보나 언론을 아는 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호=그러니까 공인의 경우는 그래야죠. 기자에게 접근하는 자세를 자신들이 정리할 수가 있겠죠.
장재열=이를 테면 ‘아’라고 말했을 때, 기자가 ‘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기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기사가 어떻게 나간다는 감이 있어야 하거든요. 과학의 경우 본질은 똑 같은데 어휘를 어떻게 쓸 것이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과학과 기자가 서로 공통적인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김영호=이 사건의 경우, PD수첩은 난자 채취의 윤리성에 대해서는 한번 쯤 다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취재 과정에서의 문제점 때문에 1차 보도된 내용의 가치도 지금 완전히 전도돼버렸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그러면 PD수첩은 왜 보도물로 말을 하지 않고 입으로 2편의 내용에 대해서 많은 말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취재자는 기사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마치 주창자처럼 말을 한 경우가 돼버렸습니다. 이해가 안 됩니다.
신호철=MBC도 대통령이 이야기하고 난 다음에 사회 여론이 그렇게 돼서 불가피하게 방어적인 측면에서 그렇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영호=그런 면이 있겠네요. 그런데 윤리 문제는 충분히 거론됐어야 되지 않느냐 이거죠. 물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난자채취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무슨 윤리 문제가 되느냐는 거죠. 왜냐면 연간 낙태가 1백만 건에 이르고 있어요. 형법도 낙태금지를 규정하고 있고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공론화가 된 적도 없고 처벌한 사례도 드물어요. 제가 과문한 지 몰라도요. 이런 현실에서 난자채취 문제를 들고 나와서 윤리문제를 제기하니까 호응을 받지 못한 것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황우석 교수가 좋게 말해 국민적 우상이 된 상태에서 MBC가 1차 보도한 것에 대해서 내용의 가치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폄하된 것이죠. 한 번 정도는 충분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거든요.
장재열=MBC가 1차 보도를 하고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사과도 하고 했는데 MBC가 좀더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그 사과로 끝나버리면 진실과 문제의 핵심은 비껴버리고 윤리문제가 진실을 폄훼하는 경우가 될 가능성이 커요. 이제 PD수첩을 중단한다고 했는데 그러면 2차가 무슨 내용이 들어간 것인지, 어떤 것을 취재한 것인지 국민들이 궁금해 할 것 아닙니까?
김동률=지금 그것이 바람직하지만 국민들이 바라지 않아서 덮어두자는 것 아닙니까?
장재열=지금 남아있는 본질은 황우석 교수 팀이 가짜 논문을 썼느냐 아니냐는 문제잖아요? 그것을 MBC가 못한다고 하면 정부가 하든가 과학자들이 나서서 명백하게 밝혀야 하는 거잖아요.
김영호=그 말은 옳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MBC가 그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을 경우에 제가 볼 때는 대중적인 저항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그래서 MBC가 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다른 언론사가 할 수 있겠느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데 그런 용기를 갖기에는 만용에 가까운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회=결국은 ‘독수독과’, 즉 처음 취재하는 방식의 문제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신호철=그렇죠. 모든 것이 그것으로 덮어버린 것이죠.
김영호=우리가 또 하나 간과해선 알 될 문제가 뭐냐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MBC를 떠나서 당파성이 대단히 개입돼 있어요. 그래서 언론도 나눠지고 있고 걱정스런 모습입니다. 일부 언론들이 공격대상을 MBC로 보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2분법적으로 계산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회=당파성이라는 것이 이런 거죠? 평소에 탐탁지 않은 MBC가 취재윤리에서 걸려드니까 비판하고 MBC에서는 그 비판에 대해서 세게 나가고 거기에 대해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분열되는 그런 것이죠?
김영호=바로 그거죠. 걱정스러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장재열=그게 계속되면 피해는 과학계, 과학기술계 더 나가서는 결국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는 거예요.
김영호=MBC쪽의 보도내용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진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보수라는 식으로 편가름이 이뤄지고 있어요. 거기에다 좌와 우로도 나눠지고 있죠. 이것은 이념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장재열=언론이 바로 그런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신호철=대단히 안타깝습니다. 학교 운동권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면을 보면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내부 사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런 것이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고, 본질을 덮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말씀처럼 본질 문제가 논의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장재열=점점 더 이런 사건들이 과학기술자들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론이 독과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여지가 많습니다. 그런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적으로 대비하라는 것은 어렵겠지만 정부에서 과학자들이 미디어와 홍보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지원할 필요가 있어요.
김영호=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취재기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경찰학교 같은 경우 수사기법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형사건이 터지면 정리를 해서 그것을 교재로 해서 수사과정을 알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어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혹은 직장에서도 취재기법을 가르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언론재단에서 탐사보도에 대한 교육을 하는데, 탐사보도라는 말이 잘못돼 있어요. Investigative면 수사보도라고 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탐사보도 교재가 어떻게 돼 있냐면 자료를 분석·해석하는 것을 보도자료가 아닌 것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기획하는 기사들을 탐사보도의 유형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실제 강의 내용도 그렇고요. 언어 상의 오류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고 있거든요. 이것은 직업적 탐정의 수사기법을 언론에서 원용하고 있다고 봐야하거든요. 그래서 도청이나, 무단침입이나, 우편물 절취 등을 이해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능한지 또 잠행취재는 어떤 경우에 가능한지, 암행취재는 가능한지 등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교재나 강의가 없어요.
장재열=이번에 참 안타까운 것이 거대한 취재를 하는데 달랑 PD 2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를 했는지 저는 사실 그 부분이 이해가 안됩니다.
김영호=달리 말씀드리면 이번 사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취재기법을 하나의 교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볼 때는 2시간 정도의 강의가 충분할 것 같아요. 저널리즘의 원천은 현업이니까 이런 사례들이 많이 모이면 좋은 교재가 될 것 같습니다.
김동률=선배님이 말씀하신 취재기법은 대학에 과정이 있어서 가르치기는 합니다.
김영호=그런데 교수들이 경험을 한 것이 아니고 문서를 통해서 하는 것이죠.
김동률=저 같은 경우는 기자경험을 했기 때문에 괜찮습니만, 그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야기 할 것은 탐사기법 안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서 선배님 말씀도 그 중에 한 부분입니다. 자료 분석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취재랄지 말이죠.
김영호=그렇죠. 그러나 그 쪽에 주로 우리는 치중하고 그것이 본류인 줄 안단 말이죠. 물론 취재할 때 자료를 분석하고 준비해야죠. 그렇지만 주로 기획기사를 탐사보도의 전형으로 알고 있어요.
사회=마무리 발언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장재열=저는 취재기법도 중요하지만 사실 우리 언론계 풍토에서 이런 큰 아이템을 취재할 때는 시스템적으로 전문가를 포함한 팀을 구성해서 사전에 준비단계가 철저한 다음에 접근을 했으면 이런 문제가 많이 걸러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언론계 조직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다원주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취재역량을 갖춰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호철=저는 마무리를 겸해서 하나 말씀드리면, 이번 ‘PD수첩’ PD 2분이 취재하셨다는데 이분들이 상을 많이 받으셨더라고요. 한마디로 스타 PD죠. 제가 드리는 말에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제가 AP의 취재원칙을 적어놓은 책자를 보니까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상을 겨냥해서 취재하지 마라’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정열을 뽑아 객관적으로 보라’고 합니다. 상을 겨냥해서 취재를 한다는 것은 경험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충고를 조금 길게 마지막에 적어 놓았더라고요.
제가 그분들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국내 언론계가 발전하는 계기를 삼았으면 하는 관점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혹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야 되고 그랬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제가 어느 기회가 되면 국내언론의 취재관행을 외신에서 40년 정도 일하면서 쭉 보니까 가지고 있는 문제가 심각해요. 진실은 추구하되 방법론 자체가 무책임하고 사실 어떻게 보면 정반대가 되는 그런 경우가 많아요. 지금 말씀하시는 언론계 구조상의 문제, 경영상의 문제 그리고 지금 윤리상의 문제가 지금 부각됐지만 저는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고 발전하는 아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률=아까 말씀하신 PD 2명이 취재했다고 하는 말씀은 잘못됐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말씀을 드리고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2가지인데, 첫 번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학적 성과에 대해서 저널리즘 잣대를 대지 말라고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널리즘은 어떤 경우에도 어떤 전제 조건 없이 의혹이 있으면 다 파헤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이런 일을 계기로 한국적으로 독특한 PD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 PD저널리즘이 지난 시대에 해 온 공과에 대해서 잊어서는 안됩니다. 과거의 공과를 단지 이 한번의 잘못으로 일거에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저널리즘이 이 사건을 바탕으로 위축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과학계나 언론계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일입니다.
사회=고맙습니다. 제가 94년 1월 19일에 국방부 출입할 때인데, 제가 한겨레 1기고 6기들인 정치부 기자들과 저녁을 같이 먹는 자리에서 저더러 한마디 해달라고 해서 “기자들은 하루에도 12번 이상 거짓말하는 사람들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왜냐면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려면 사실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어떻게 취재를 했냐면-그 말에 대한 반성이죠-정부나 기관의 문제점을 취재하려면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에 부탁을 했어요. 기자라면 말을 안 하니까. 그래서 많은 정보를 얻었어요. 그러니까 취재원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평소에 최대한 신뢰를 쌓아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이대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