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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용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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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서 첫 발을 내디뎠을 때나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에나 항상 자문해 보곤 하는 게 있습니다. 아마도 회원 여러분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왜 기사를 쓰는가, 내가 왜 이 기사를 쓰는가 하는 것입니다.
수습시절 사건 사고 기사, 변사 기사를 쓸 때 난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누가 죽고, 누가 다쳤는지 한두 줄짜리 기사를 쓰는 데 왜 이렇게 알아봐야 할 게 많은가 의문이 들었고 그저 단순히 이게 취재라는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선배들은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무엇인가를 화두로 던져 주었던 듯 합니다.
경쟁의 효율성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선호하는 성격 탓인지 꽤나 뒤늦게 나름의 답을 얻었습니다. 기사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하며 우리들 기자는 기사를 통해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가 리포터(reporter)나 헤럴드(herald)를 뛰어넘어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어내고 잠시나마 기쁨에 젖었습니다.
어떤 기사는 단순히 누가 죽고 누가 다쳤다는 데 그칩니다. 어떤 기사는 이렇게 하면 사고가 나 다치고 죽게 되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부고장 같은 기사가 좋은 것인지 따뜻한 인간미가 흐르는 기사가 나은 것인지는 불문가지일 것입니다.
‘행복한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우리가 쓰는 기사 또한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닥쳐 있는 수많은 난제도 우리 나름대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분단 조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민족의 통합(통일이라고 하지 않겠습니다)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통합이 됐을 때 우리의 삶의 질이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통합을 얘기합니다. 그저 운명이고 숙명이기 때문에 “자나 깨나 통일”을 외치는 것은 아니란 것이지요.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 상호 신뢰, 상호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데 국가보안법은 동족을 적으로 인식하도록 강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 중에 하필 동족을 적으로 여기게 만드는 국가보안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보통사람들에게는 정신병을 안겨주는 불행의 씨앗입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부르짖는 우리 기자들과는 양립 불가입니다. 국가보안법은 우리의 손으로 장례를 치러 줘야 합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의 생명과 재산, 행복한 삶을 위협하는 적이 과연 누구인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공복(公僕)이란 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리사욕만 채우는 부패한 관리가 우리의 친구일 수 없습니다. 남의 재산을 탐내는 도둑이나 심지어 인명까지 앗아가는 강도가 우리의 적이란 것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국가 권력을 빙자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준 나라 도둑, 나라 강도들에게는 인과응보가 무엇인지를 반드시 가르쳐줘야 합니다. 평화로운 삶을 파괴하고 전쟁의 불구름을 불러일으키려는 호전세력은 지금 이 시대 한반도, 나아가 세계 인류의 최대의 적입니다. 우리 땅에서, 이 지구상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자들에게는 펜을 총으로 바꿔서라도 소멸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기사로써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기자협회에는 6천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돼 있습니다. 이 사회의 소금이자 목탁이라는 기자들이 수천 명 모인 기자협회의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힘으로 행복한 사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나아갑시다.
“바담 풍”하면서 “바람 풍”하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자중자애(自重自愛), 이 넉 자를 명심합시다. 협회 또한 손가락질 당하지 않도록 투명하고 올바르게 운영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06. 1. 1. 제40대 한국기자협회장 정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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