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눈치·기획사 눈치"속앓이만"

인터넷 연예매체 기자 인터뷰

“조금만 비판적으로 접근해도 연예 기획사를 의식하는 회사의 입장 때문에 쓰고 싶은 기사를 쓰지 못합니다. 현장에 나가 취재하다보면 내가 기자인지 기계인지 회의가 드는 때가 많아요”



기자 선배들이 말하기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자정가까이 일하고 일주일에 고작 하루 쉬는 날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 기자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견디는 것은 그래도 기사 하나에 사회적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낙이 있기 때문이라는 데 이것이 곧 기자의 맛이다.



한 인터넷 연예 전문 매체에 종사하는 홍길동 기자는 언론고시를 몇 년간 준비하다가 벽이 높음을 실감하고 인터넷 매체에 뛰어들었다. 홍 기자는 인터넷이라는 한계가 없는 공간에서 지면 제한, 시간 제한이 없는 언론 매체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한다.



그러나 막상 시작한 기자 일이란 것이 스트레스의 연속이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속앓이만 가득하다.



홍 기자는 “연예 기획사 측에서 보내주는 보도자료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면서 “기자가 취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쓰라는 주문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포털과의 계약 때문에 기사 건수를 채워야 하고 기사 히트 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예 기획사측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잘 써줘야 한다는 것도 회사의 논리다.



홍 기자는 “급여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체력의 한계가 느껴질 때면 몸에서 즉각 반응이 나타난다”면서도 “마감 개념이 없는 매체기 때문에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취재 현장을 가면 모르는 기자가 너무 많은데 신규 매체의 신입 기자들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기사 쓰는 것을 보면 괜히 화가 난다”면서 “기자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1분이라도 빨리 써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굴한 모습을 보일때면 기자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 기자는 자신이 기자가 아니라 기계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면서 포털 사이트와의 관계도 비판했다. 그는 “포털은 아니라고 하지만 심각한 기사 만들어 보내면 노출되지도 않고 기사 제목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 일상적”이라면서 “포털을 싫어하지만 포털 때문에 먹고 산다는 생각을 하면 기계처럼 기사 쓰는 것을 부정할 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연예 저널리즘에 대해서도 그는 “연예 영역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기획기사를 통해 사회에 비타민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연예 매체 시장이 이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차별화된 기사를 쓸 수 있는 구조만 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정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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