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제40대 집행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특히 올해는 사회 양극화 문제와 남북문제뿐 아니라 언론계 내부적으로 생존문제를 비롯해 기자 재교육문제, 복지문제 등 여러 현안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때문에 언론계 안팎으로 새 집행부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클 수밖에 없고, 신임 집행부 역시 이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포부를 가감 없이 밝혔다.
신임 집행부는 “무엇보다도 저널리즘 위축을 극복하고 회원사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해 가는 한편 국보법 폐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종호 부회장(문화일보)기자로 살아가기가 정말 쉽지 않은 시대이다. 환란 위기 이전 10년 동안 한국 언론은 87년 민주화운동에 무임승차해 자유언론이라는 과실을 즐겼다. 그리고 환란 이후 10년, 우리 언론은 한편으로는 시장 만능주의에, 다른 한편으로는 극심한 당파성 경쟁에 휘말리며 꺼져가는 거품을 고통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금권주의에 사로잡힌 채 독자보다는 광고주의 이해를 앞세우고, 사회 주도세력의 교체과정에 당사자로 뛰어들어 정파적 대립에 앞장서면서 독자의 신뢰라는 저널리즘의 유일한 밑천을 빠른 속도로 잃어가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는 바깥의 변화요구를 읽지 못하고 기술과 사상의 진보를 두려워하는 독선적인 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많은 기자 노동자들의 직업 정체성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양극화 문제 또한 언론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자유언론의 존립 근거인 의견과 사상의 다양성이 위축되고 시장과 담론의 독과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쇠락해가는 저널리즘의 시대에 기자협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를 회원들과 함께 고민해 보고 싶다.
이보경 부회장(문화방송)새 집행부에 참여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날, 올드 페이스인 내가 다시 뉴 페이스인 척 참여해야 할지에 관해 고민을 했다. 전 번에도 여성특위를 맡아만 놓고 결과적으로 흐지부지한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양만 할 수도 없었던 건, 언론 동네를 언뜻 둘러볼 때 아직 남아있는 내 또래 여기자를 발견하는 일 또한 만만치가 않았던 탓이다. 그래, 정 없다면 내가 해 보자. 무엇보다 정 회장의 역점 공약인 국보법 폐지 투쟁이 안쓰러워서.
우리는 이쯤에서, ‘당신의 견해에는 함께 하지 않지만 그 표현을 위한 투쟁에는 함께 한다’ 는 볼테르의 말을 즐겨 인용한다. 하지만 정작 프랑스인들 중에는 시큰둥한 사람도 있다. 그는 큰 부호였는데 역사적인 존경까지 받는 건 불공평하기 때문이란다. 마찬가지로, 이제 기자협회가 나서서 국보법 폐지에 큰 힘을 보탰다 한들, 일부 존경에 인색한 후손들이 시큰둥해 할 수도 있으리라. 표현 업종 종사자들이 자기들 밥줄인 표현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하면 이상하지, 제 할 일을 하는 게 뭐 특별해? 최대 수혜자가 자기들인데, 하면서. 그래서 안쓰럽다. 그래도 이제 좌우파를 좌우파 그대로 쿨하게 명명할 때도 되지 않았나. 방송에서 ‘얘는 좌파 정치인…’ 하고 군더더기 없이 소개할 수 있도록. 일본에서도 하고 미국에서도 하며, 칠레에서도 하고 유럽에서도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해.
송승은 부회장(부산일보)사석에서 선후배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혹은 언론과 관련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신문 산업이 위기다, 더 나아가 언론이 위기상황이라는 얘기들이 나온다. 걱정이 대단하다. 그만큼 현재 언론이 처한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리라.
이런 상황에서 감히 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기로 결심하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곧 결론이 났다. 그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언제 힘들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다.
이번 회장단에 합류한 기간동안 어려움이라는 놈의 반대편에 딱 붙어있는 희망을 찾는데 힘을 쏟고 싶다. 특히 자금 시장 등 복합적인 문제에 맞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지방언론의 문제, 각 회사별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해답을 찾아볼까 한다.
위정환 부회장(매일경제)앞으로 일선 기자들과 기협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데 최선의 힘을 기울이겠다. 일선 기자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 기협활동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통해 집행부와 회원사이의 괴리를 해소하고 집행부와 사무국 즉 그들만의 기협이 아닌 회원을 위한 단체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이와 함께 최근 급변하는 언론환경 속에서 기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자들이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언론인으로서 자질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는 협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것은 현 기자사회의 최대 관심사인 동시에 언론 발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수형 부회장(동아일보)1950년대 미국 언론계는 갈등이 심했고 기자들도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다. 매카시즘과 같은 이념적 광기가 극성을 부리던 상황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당시 기자들이 보인 반응은 4가지였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미디어 윤리(Media ethics)에 관한 논문에 나오는 얘기다. 첫째 부류는 상황에 순응하면서 그런 갈등이 있는 것을 부인한다. 둘째는 그냥 일하되 상황을 자신에게 약하게 적용하려고 애쓴다. 셋째는 ‘다 잊고 지내자, 월급만 받으면 된다’는 부류. 넷째는 다른 쪽에서 보상을 찾는 부류다. 이를테면 술을 마신다든가 기자협회나 언론단체의 일을 한다든가.
기자협회는 다른 쪽일까. 그래서는 안 될 것 같다. 기자 일과 기자협회 일이 다를 필요도 없고, 달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자협회가 되면 좋겠다.
오주승 부회장(광주일보)개인적으로 한국기자협회는 생소한 존재다. 기협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다. 기협 일을 해본 적도 없다. 왜일까. 우선 지금까지 기협이 회원 다수의 생각과 동떨어져 존재해 왔다고 생각한다. 기협은 물론 기자들의 친목단체이자 권익옹호단체이다. 그렇다고 이게 전부는 아니다. 기협은 회원인 기자들의 정신, 즉 혼의 집합체가 되어야 한다. 한 사회 건전성의 상징인 언론의 성숙도를 표시하는 바로미터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기협이 이에 부응해 왔다고 자인할 수 있을까. 나는 부정적이다.
기협 외면론자인 개인적 습성을 버리고 정일용 새 집행부에 동참하게 된 것은 정 신임 회장의 기협 개혁과 변화에 대한 소신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새 집행부 임기 2년은 짧지 않은 기간이다. 뭔가 하나라도 바꿔 가는 데 동참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박관우 부회장 겸 보도자유분과위원장(BBS)내가 일로서 언론을 처음 접한 것은 23년 전이다. 5공 시절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언론을 일로서 처음 만난 것이다. 그 때는 대부분 80년대 학번들이 기억하듯이 학내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는데 학보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주화가 주요 이슈였다.
기자생활 17년째 접어든 지금도 이런 생각은 크게 변함이 없다. 요즘 언론계는 급격한 IT기술의 진화로 복잡 다양한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언론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 그리고 본질적 사명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23년 전 그 때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 가치의 중심이다. 요즘 자사이기주의와 상업주의, 한건주의에 부끄러운 언론계의 자화상을 접할 때 마다 언론이 참으로 사회의 소금과 목탁이 되기 위해서는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여기에 중앙과 지방 언론사가 따로 맡을 역할이 없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언론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만큼이나 민주주의와 진실을 위해 언론이 자기 책임을 다하는데 한 마음 한 뜻이 돼야 할 것이다.
김보협 부회장 겸 권익옹호분과위원장(한겨레)고민을 많이 했다. 올 초 집행부 제안을 받고 ‘권익옹호분과? 참 희한한 분과도 다 있군’ 했다. 거품이 많이 빠지긴 했다지만, 아직도 기자 직군을 ‘특권층’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익 옹호라니.
그런데 정일용 회장의 설득이 와 닿았다. “기자의 최고 권익이 뭡니까. 취재 잘하고 기사 잘 쓰는 거지…. 그거 막고 있는 거 많습니다. 정보공개법, 국가보안법…. 그런 악법 고치는 일이 중심이 돼야지요.” 그런 권익 보호라면 꼭 필요한 일이다 싶었다. 아직 기자라는 큰 범주보다는 ‘어디’ 기자라는 게 더 커 보이는 게 현실이다. 기자 일반의 권익이 침해당했을 때는 나서겠다. 기자협회만의 힘으로 부족할 때는 여러 곳에 연대의 손길을 뻗치겠다.
문관현 부회장 겸 국제교류분과위원장(연합뉴스)일단 기협이 추진해 온 국제교류 사업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하며 보다 내실 있고 회원 개개인의 참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교류사업을 이끌어 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궤도에 올라섰다고 판단되는 중국과 미국, 베트남 등과의 교류사업에는 소수 간부가 아닌 다수의 회원들이 참여해 친선교류의 폭과 깊이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삼고자 한다.
특히 분쟁지역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취재를 나가는 기협 회원들의 신변안전과 원활한 취재 활동을 보장해 주기 위해 해당 국가의 기자단체와 관계 정립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무엇보다 2007년 2월로 예정된 국제기자연맹(IFJ) 금강산 특별회의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준비위원회 구성 및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본다.
홍성배 부회장 겸 자격징계분과위원장(제주일보)신규 회원 가입의 경우 기본원칙을 세우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공명정대하게 처리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신규 가입은 운영위원회 때 투서가 돌출하는가 하면 장시간 논쟁이 이어지는 뜨거운 감자이다. 서류 심사는 물론 필요하다면 현지 실사를 통해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겠다. 이 과정에서 시·도협회장들과도 긴밀히 협조함으로써 지역의 실정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운영위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회원 관리방안도 모색해 나가겠다. 선거 때마다 고무줄 늘어나듯 회원 수가 요동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협회의 규정을 준수하는 회원과 의무를 등한시하는 회원이 동등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진욱 부회장 겸 남북기자교류특별위원장(연합뉴스)왜 남북간 기자 또는 언론 교류가 필요한가? 기자협회가 대북지원 단체도 아닌데 웬 교류? 북한에 있다는 조선기자동맹이 우리의 교류 상대가 될 수 있는가? 많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 두 마디로 답하기 어렵다. 남북관계의 이중성이랄까? 국가보안법적 사고를 가진 이들에서부터 새로 제정된 교류협력법적 사고를 가진 이들까지 우리 사회는 무한대의 편차를 보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특정 세력에게는 불행하게도, 2000년 이후 한반도 정세는 뚜렷이 당국과 민간 할 것 없이 남북간 교류와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평화와 통일의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남북통일에 기여한다는 기자협회 강령은 이런 시대 흐름과 잘 들어맞는다. 남북 최고당국자가 서명한 6.15공동성명에는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거칠 것이 없다. 중지를 모아 시대 흐름을 선도해 볼 수는 없을까?
최종식 부회장 겸 지방언론활성화특별위원장(경기일보)지방언론활성화특별위원회는 지역언론 발전을 위한 기자협회의 역할을 찾는데 중점을 두겠다. 지역언론 개혁 등 산적한 문제를 지역협회와 함께 찾아내 이를 공유하고 정책적인 개선과 내부적인 실천운동을 벌이겠다. 이를 위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지역별 순회세미나와 연수, 협회간 교류, 체육대회 등을 통해 일체감을 찾아 갈 것이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서울 중심의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지역민과 함께하는 지역 언론이 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나서겠다. 올 상반기에는 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역순회 간담회를 갖고 지역언론 발전을 위한 기자협회 차원의 의제를 선정토록 하겠다. 지역협회와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지역언론 발전을 위해 기자협회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지지와 비판을 기대한다.
남창룡 부회장 겸 재외동포기자특별위원장(세계일보)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과 북이 재외동포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런 만큼 남북한 통일시대를 대비한 재외동포 위상을 정립하는데 주력하고 싶다. 이를 위해 ‘재외동포 기자대회’나 민족 관련 세미나가 평양에서 정례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남과 북은 재외동포 언론인을 도와야 한다. 우리말로 발행되는 신문이나 방송이 동포 3,4세의 우리말 교재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재외동포 기자의 평양 방문 횟수가 늘수록 남과 북의 당국은 화합 등을 기초로 한 재외동포 정책을 새롭게 짜리라 본다. 재외동포언론인협의회 사무국이 서울에 있는 만큼 평양에도 둘 수 있도록 힘쓰겠다.
재외동포 언론인의 민족 동질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데도 노력하겠다. 조국과 주재국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는 재외동포 기자의 활약이 큰 만큼 올해 한국언론재단과 공동으로 ‘재외동포 기자상’을 제정하고 싶다. 또한 국가 발전을 위한 재외동포 역할과 기능에 대한 심포지엄(3월)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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