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준 사장 "신문법, 우리 구속할 가능성 크다"

동아 창간 86주년 기념식


  동아일보 창간 86주년 기념식.(사진제공=동아일보)  
 
  ▲ 동아일보 창간 86주년 기념식.(사진제공=동아일보)  
 
동아일보가 창간 86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자고 다짐했다.

동아는 또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정치세력의 왜곡과 신문법, 과거사법 등이 우리를 구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동아 김학준 사장은 31일 오전 자사 21층 대강당에서 열린 창간 86주년 기념식에서 “변화 선도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올 초 선정한 3대 경영방침(콘텐츠 업그레이드, 핵심 역량 강화, 독자만족 고객감동)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신문법과 관련해 “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신문법, 과거사법 등 제도적 제약들도 이제 구체적인 구속의 형태로 우리를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올해 5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는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앞으로 한국의 정치 지형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 확실하다”면서 “이것을 두고 특정 정치 세력들은 권력 감시와 진실 추구라는 우리의 당연한 노력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매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밝혀둔다”고 밝혔다.

최근의 동아와 관련된 사건들과 관련해서도 김 사장은 “최근 우리를 근심스럽게 했던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낡은 업무와 생활의 방식을 돌이켜보고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동아가 변화를 선도하려면 우리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하고, 그 변화의 시작은 낡은 관행의 타파에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사장은 “경영진은 동아 가족 모두가 각 부문에서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회사가 조직원의 질문에 허심탄회한 답변을 제공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아는 이날 장기근속상 및 동아대상 시상식도 가졌다. 근속 10년 단위로 주어지는 장기근속상은 40년 근속상을 수상한 민현식 감사, 30년 근속상을 수상한 변종현 부장 등 총 1백20명이 수상했다. 동아대상은 흑자달성, 인쇄품질 향상 및 예산절감 등을 이유로 이희준 경영지원국장이 수상했다.


 


다음은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의 창간 기념사 전문이다.

창간 86주년 기념사

친애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오늘 우리는 동아일보의 여든 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출근을 하면서 광화문 네 거리에 우뚝 선 사옥을 바라보며 새로운 감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동아일보는 조선총독부를 감시하기 위해 광화문 네거리에 자리해야 한다는 창립자 인촌 김성수 선생의 말씀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동아일보는 민주주의 민족주의 문화주의라는 사시 아래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에 최선을 다하며 86년을 달려왔습니다. 또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시대에 앞서 생각하고 사회의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 모든 것은 여기 이 자리에 계신 동아일보와 미디어그룹 자회사 가족 여러분, 그리고 그동안 동아일보를 거쳐 간 동우 여러분 모두의 헌신과 봉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창간 86주년을 맞이해 다시 한번 우리 모두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존경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저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2020년이면 100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동아미디어그룹이 ‘변화 선도 미디어 그룹’으로 새롭게 비약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사회와 미디어환경에 직면해 한국 언론계는 물론 이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종합 미디어그룹으로서 민족과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선포한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와 시련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이 하나가 되어 인재육성과 역량강화, 그것을 통한 콘텐츠 업그레이드라는 구체적 비전 달성 전략에 온 힘을 쏟아 부었습니다.

올해도 우리의 노력과 전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콘텐츠 업그레이드, 핵심역량 강화, 독자만족 고객감동 등 경영진이 제시한 3대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사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구체적인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저널리즘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권력 감시와 진실 추구에 매진한 결과 부적절한 처신을 한 총리가 끝내 사퇴를 하였습니다. '화재 GIS 분석’ 기사는 탐사보도에 온 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한 미래형 콘텐츠의 전형을 선보였습니다.
한국 언론사에 ‘맞춤형’ 전문 섹션의 장을 연 ‘이지논술’ 섹션 발행과 ‘인쇄시스템 첨단화 프로젝트’ 등도 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의 성과물입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일하면서 필요한 공부를 하며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은 아래로부터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전사적 친절 교육 등 고객과 독자를 감동시키고 만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우리는 그러나 지금까지 이룬 것에 마냥 만족하고 안주할 수만은 없습니다. 최근 우리는 안팎으로부터 새로운 다짐과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 요구들은 ‘변화를 선도하는 미디어그룹’이라는 우리의 비전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앞으로 한국의 정치 지형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이것을 두고 특정 정치 세력들은 권력 감시와 진실 추구라는 우리의 당연한 노력을 정치적으로 왜곡하고 매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새삼 밝혀두고자 합니다.

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신문법, 과거사법 등 제도적 제약들도 이제 구체적인 구속의 형태로 우리를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미디어 환경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성숙하면서 엄청난 정보량과 실시간을 무기로 한 새로운 미디어 채널들이 전통적 정보 제공자인 신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맞아 우리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아다니는 독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최근 우리를 근심스럽게 했던 여러 사건들은 변화를 선도하는 미디어그룹이 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당위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낡은 업무와 생활의 방식을 돌이켜보고 철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 아래 위의 원활하고 진지한 의사소통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만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동아 가족 여러분.

우리가 변화를 선도하는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려면 변화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우리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해야만 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올해 선정한 3대 경영방침의 구체적인 실천에 더욱 매진함으로써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자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지면 제작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원칙에 충실하도록 하십시다. ‘불편부당 시시비비’는 우리의 창간 정신이요, 언제나 지켜야 할 언론의 본령입니다.
동아일보 기사는 언제나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쌓인다면 ‘정보의 홍수’라는 뉴미디어시대에 신문의 활로는 활짝 열리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은 신문이 인터넷 콘텐츠가 되고, 통신과 방송 프로그램으로 다시 쓰이는 ‘콘텐츠 통합’의 시대입니다.
동아의 콘텐츠가 신문, 인터넷, 방송, 통신 등의 다매체 다채널을 거침없이 넘나들 수 있도록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제작 원칙과 모델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변화하는 독자의 요구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가 요구하는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맞춤형’ 정보를 콘텐츠에 담아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편집국 출판국 등 제작부서간에는 물론 광고국 고객지원국 경영지원국 사업국 등 모든 부서의 유기적인 협업과 의사소통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동아닷컴, 동아사이언스, 디유넷 등 뉴미디어 자회사와의 끈끈한 연대와 협력도 더욱 긴밀해져야만 하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위해 경영진은 동아 가족들이 각 부문에서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 회사의 중요 사안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서로 정확한 정보를 주고받고 필요한 경우 회사가 조직원의 질문에 허심탄회한 답변을 제공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스스로도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과감하게 버려야 할 업무와 생활의 관행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성찰해 주시기 바랍니다. 외부의 비판에 따라 피동적인 변화를 강요받기 전에 그 관행을 우리 스스로 먼저 타파하자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경영진은 이 모든 개선의 노력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지난해 이룬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경영의 성과를 독자 및 조직원과 함께 나누는 것으로 보답하겠다는 것을 거듭 약속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동아일보의 발전을 위해 힘써주신 장기근속자 여러분들과 동아대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받으신 분들이 자리를 함께 하셨습니다. 회사를 대표해 깊은 감사를 올리고 축하의 말씀을 함께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86년 전 동아일보 창간의 의미를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되새겨 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저의 기념사를 마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2006년 3월 31일
동아일보사 사장 김 학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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