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방에서 기자로 살기
후배들이 말하는 기자의 날-박영하 부산방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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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B 박영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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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에 온지 햇수로 5년째. 오늘도 귀가가 늦다. 칠순을 넘긴 노모는 전화가 없다. 매일 티비에 얼굴을 비추니 생사확인은 하시는가 보다. "얼씨구 또 술이가. 빨리 장가를 가야할낀데 큰일이다./ 어머이. 오늘 내 뉴스에서 뭐라하데요?/몰라...잊어뿟다."
내일은 그래도 이바구 되는 떼거리가 있어 잠자리가 편하다.
외박 나온 사병이 자살을 했다는데, 군에서 얻은 난청 때문이란다. 혼자 속앓이를 해온 유서도 있고, 치료시기도 늦었다는데 의혹이 많다.
* 만나기로 한 사병의 아버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다. 괜히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냐고.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전화로 설득에 들어갔다. 진상은 밝혀야 아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지 않겠냐고. 우여곡절 끝에 달동네에 위치한 집을 찾았다. 불행은 어찌 곱절로 오는지...' 말문이 막혔다.
오후 4시. 민간병원 담당의를 만나야 하는데 동선은 길고 시간은 없다. 뉴스 피디는 남의 속도 모르고 전화를 해댄다. "박기자, 5시반 뉴스에 넣자. 안되나? 라디오는 되제..." 쩝...
* 조직개편이 있고 경찰서가 7개가 됐다. 부산의 반이다. 우리 사건팀은 순수하게 3명. 숫자가 줄고 나서, 제작 부담이 줄 줄 알았는데 더 많아졌다. 덕분에 어머니는 아들얼굴을 매일 티비에서 보신다. 사건이 터져도 예비인원이 없다. 그래도 용케 다들 해낸다.
문제는 아이템이다. 매일 제작이다 보니 반나절 제작에 반나절은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사람을 자주 만나야 영양가 있는 아이템이 나올텐데... 오늘도 점심약속은 포기했다.
* 지역에도 사람이 산다. 경찰기자 4년차. 그러나 구역이 무의미하다. 그만큼 전문성은 포기해야 한다. 인력 탓도 하고 싶고 아이템 개수 탓도 하고 싶다. 지역 분권이 그렇듯 언론의 분권도 아직은 먼 얘기다. 그러나 언제까지 여건 탓만 할 수는 없다. '과연 매순간 기자의 사명에 충실한가?' 나를 기자로 봐주는 지역민들에게 한없이 부끄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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