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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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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인 KBS와 MBC 비판에 늘 따라붙는 말 중의 하나가 ‘상업주의’다. 타당한 비판이다. KBS와 MBC가 그런 비판에 수긍해 상업주의를 포기할 리는 없겠지만, 만의 하나 그런 시도를 하려 한다면, 나는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왜 그런가?
상업주의를 포기하면 시청률이 떨어지고 수입이 줄 게 틀림없다. 그러면 일부 언론은 KBS와 MBC의 ‘위기’를 선언할 게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말도 나올 게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시청률이 바닥을 기고 있다는 말도 들어야 하고, ‘방만한 경영’으로 ‘흥청망청’ 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상업주의를 포기하고 지식인들이 좋아하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방영하면 시청자들로부터는 좋은 말을 들을까?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찬사를 보내는 이는 소수고 외면하는 이는 다수다. 절대 다수다. ‘국민의 방송’ 운운하는 말도 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우리의 공영방송 비판엔 상호 모순되는 주장들이 많다. 방송사 입장에선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모를 정도다. 그래서 아예 귀를 닫은 건지도 모르겠다.
공영방송 비판의 또다른 문제는 비판자들의 당파성이다. 나 역시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기에 자기 성찰을 하는 기분으로 말씀드리겠다.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된 97년 12월을 전후로 하여 방송의 공정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의 면모가 완전히 달라졌다. 97년 12월 이전에 방송의 공정성을 역설하던 사람들은 그 이후론 그 문제에 입을 닫았고, 반대로 97년 12월 이전에 침묵하던 사람들은 그 이후론 방송의 공정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97년 12월 이전이나 이후에도 변함없이 방송의 공정성을 역설하는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극소수일 게다. 이는 무얼 말하는가? 공영방송이 문제이기 이전에 한국의 학계·언론계가 당파성에 물이 들었다는 게 문제다. 한국 공영방송의 수준은 한국 사회의 수준이다.
그래서 공영방송 비판을 포기하자는 건가? 아니다. 공영방송 비판에 대한 비판 즉 메타-비판도 활성화하면서 비판을 당파성과 이해관계로부터 가급적 분리시켜 나가는 노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고 싶다. 너무 순진한 제안이라고 비웃음을 살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성찰을 위해 일단 화두로 던져보겠다.
방송위원회를 포함하여 방송사 이사 등 방송계 공직이 50여개가 된다. 바로 이게 수많은 언론학 교수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방송쪽 연구 프로젝트도 많다. 이 두가지에 눈독을 들이게 되면 제 아무리 양심적인 교수일지라도 순식간에 정치인이 되고 만다.
공영방송을 평가하고 그 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자들은 위 두가지로부터 ‘독립선언’을 하면 좋겠다. ‘독립선언’을 할 뜻이 없다면, 기술·기능적인 문제에만 몰두하고 공영방송 전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 그래야 당파성과 이해관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학자들에게 말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신문들 역시 당파성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찬반 논쟁 형식의 방송 관련 기사를 많이 게재하면 좋겠다. 세미나도 따로따로 하지 말고 양쪽 모두가 참여해 논쟁 좀 해보자. 방송비판이 또다른 정치판이 되지 않게끔 우리 모두 애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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