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월드컵 방송’, ‘고무줄 편성’, ‘월드컵 올인…월드컵 외엔 볼 뉴스거리가 없다’
월드컵에 ‘올인’ 중인 KBS와 MBC, SBS, YTN 등 방송 메인 뉴스가 비판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9일 CBS ‘노컷뉴스’에서는 “한국 토고 전이 열린 지난 13·14일에 이어 방송 3사 메인뉴스가 19일 또다시 특집을 편성해 최대 1백15분까지 늘렸다”며 “따로 스포츠 뉴스가 제작되고 있는 상황에서 메인뉴스가 스포츠뉴스의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으로 다걸기를 하고 있는 상황, 월드컵 붐을 타고 월드컵 관련 스포츠 뉴스 아이템을 최대한 수십 개까지 늘이고 있다”고 최근 월드컵에 ‘올인’한 방송뉴스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한국·프랑스 전이 열린 직후의 19일 밤 MBC ‘뉴스데스크’는 오후 7시 55분부터 9시 50분까지 1백15분간 진행됐으며 SBS ‘8뉴스’는 1백분, KBS는 60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한국·토고’ 전과 ‘한국·프랑스’ 전이 열린 13일과 19일 경기시간 이후 첫 메인뉴스의 월드컵 보도 편중현상은 “월드컵 외엔 볼 뉴스거리가 없었다”는 여론의 비판을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한국·토고’전이 열리기 전날인 12일 전체뉴스 28꼭지 중 절반이상인 16꼭지를 월드컵 관련 리포트에 할애했으며 ‘한국·토고’전, ‘한국·프랑스’전이 열린 후 14일과 19일 밤 첫 메인뉴스에서는 전체 60꼭지 중 42꼭지, 59꼭지 중 44꼭지 등 3분의 2이상이 월드컵 뉴스에 할애됐다.
SBS ‘8뉴스’도 12일 전체 24꼭지 가운데 월드컵뉴스가 12꼭지, 14일 밤 58꼭지 중 42꼭지, 19일 밤에는 56꼭지 중 42꼭지 등 비 월드컵 뉴스가 30%대를 넘지 못할 정도로 월드컵에 지나치게 편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그동안 타 방송사에 비해 월드컵뉴스 외의 뉴스에도 상당한 신경을 쓰는 듯 했던 KBS ‘뉴스9’도 정작 한국전이 열린 14일 밤에는 전체 46꼭지 중 31꼭지, 19일 밤에는 36꼭지 중 19꼭지 등 절반이 넘는 뉴스를 월드컵에 할애,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들 방송뉴스의 월드컵 뉴스는 ‘응원도구로 창업’, ‘응원도 파상공세’, ‘건강한 수면법은? 새벽경기 보는 요령’, ‘골키퍼의 과학’ 등 사사로운 소식까지 월드컵과 연관해 보도하는 등 꼭지수 늘이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엿보였다.
이로 인해 방송사들의 월드컵뉴스 편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민중언론참세상, 인권운동사랑방,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월드컵직접문화행동기획단’은 각각 13일과 19일 MBC와 SBS 사옥 앞에서 월드컵에 치중하는 방송편성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월드컵은 한 달간 한국사회를 마취시킬 것이고 이 망각의 시간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라며 “이런 비이성적 상황의 진원지는 방송을 비롯한 미디어로 토고전이 있었던 13일 방송사들은 경악스러운 ‘싹쓸이’ 편성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했다.
방송사들의 내부비판도 거세다.
MBC노조(위원장 김상훈)는 16일 발행한 ‘도를 넘은 월드컵 편성’이란 제목의 노보 특보를 통해 지난 15일 열린 공정방송협의회 내용을 전하며 “내부 구성원들도 MBC를 통해서 전달되던 사회의제들이 실종되고, 상업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 자존심의 상처를 입고 있음을 지적했다”며 “MBC가 사회적 이슈에 소홀하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도록 관심을 갖고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YTN 노조 산하 공정방송추진위원회도 “기계적인 배분은 불가능하겠지만 월드컵 뉴스가 뉴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원칙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월드컵 자체의 의미와 시청률의 중요성은 부인할 수 없으나, 뉴스 전문채널로서 YTN은 같은 주제를 보도함에 있어서도 공중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언련 박진형 간사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월드컵 뉴스 편중은 시청자들에게 뉴스 선택권 자체를 박탈하는 현상을 빚고 있어 이를 접하는 시청자들은 사회 전반적인 여론의 불균형성을 갖게 한다”며 “시청자들은 이로 인해 많은 정보에 있어 소외되는 현상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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