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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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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신애의 노래처럼 ‘세상은 요지경’인 모양이다. 1986년 10월 서울은 발칵 뒤집혔다. 북한이 비밀리에 2백억톤 규모의 금강산댐을 건설하여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 때문이었다. 각 언론에는 63빌딩이 절반 정도 물에 잠기는 입체 모형이 실감나게 제시됐고 정부는 위협에 질린 국민으로부터 7백73억원을 모금해서 대응 댐(평화의 댐)을 착공했다. 현재 북한에 건설된 금강산댐은 26억여톤 규모로 알려졌고 1단계 공사가 끝난 평화의 댐은 흉물로 방치되었다.
2006년 7월,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이 법석을 떨었다. 북한이 미사일 7기를 발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은 조용했다. 사정거리가 1천3백킬로미터인 대포동 미사일을 제쳐 놓는다 쳐도 4백킬로미터 내외인 스커드 미사일은 분명 서울 등 한반도 전 지역에 떨어질 수 있는데도 말이다. 심지어 조중동 마저도 63빌딩이 폭파되고 서울이 불바다가 되는 그림을 싣지는 않았다. 국민 아무도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을 겨냥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것은 사실 지난 20년간 꾸준히 진행된 남북관계의 개선 때문이 아니었을까?
2006년 9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조중동은 마치 곧 북한이 쳐들어 올 듯 난리를 벌였다.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을 한국이 환수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장차 우리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 꼴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직 국방장관들이 움직이더니 보수단체들이 궐기하고 그예 한나라당은 ‘국가의 안보를 지켜달라’, 애걸하러 의원들을 미국에 보낸단다.
전작권 환수는 전략적 유연성-미군재배치(신속기동군화)라는 군사전략의 틀 안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동아시아에서 이 군사전략이 노리는 것은 물론 중국이다. 평택으로 기지를 이전하는 것 또한 단기적으로는 동북아의 군사마찰(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문제가 그 1순위 대상이다)에 대비한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의 일환이다. 그런데 왜 주한미군, 아니 동북아 신속기동군이 철수할까. 이것은 미국이 동아시아를 포기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한 가정이다. 미군 철수가 바로 북한의 오판을 불러 온다는 두 번째 가정도 그렇지만 아예 대전제 자체가 비현실 자체이다.
언론의 사명은 갖가지 측면에서 어떤 사안을 분석하여 제시하는 데 있을 것이다. 물론 언론에 따라 강조점이 다를 수 있고 이에 따른 논쟁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소한 논리적 일관성은 갖춰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 및 미군기지 평택이전에는 찬성하면서 작통권 환수는 안 되고, 심지어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한나라당 방미단)고 하는 것은 이만저만한 자가당착이 아니다.
문제는 반대편에도 있다. 전작권 환수는 물론 군사주권의 회복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커다란 범주 밑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리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 더구나 이것이 미사일 방어체제와 같은 군사비 부담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더더욱 신중할 일이다.
한미 FTA의 외교안보적 의미 역시 중국포위이다. 유사시에는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대중국 경제봉쇄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현종 본부장이나 김종훈 대표가 자랑스럽게 강조한 ‘경제동맹’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동아시아 전략이 무엇이기에 이 쪽도 저 쪽도 우왕좌왕하는 것일까?
한국의 언론이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어마 어마한 전략들을 오로지 차기 대선의 판도 속에서 해석하기 때문이 아닐까? 기껏 5년의 수명을 가진 ‘대권’이 100년의 전략을 쥐락 펴락 하고 언론이 이를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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