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향후 추이와 전망에 대해 다각적인 심층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언론의 마땅한 의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핵 상황을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는 결정적 계기로 삼으며 위기를 증폭시키는 듯한 보도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한국기자협회가 성명서에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된 것은 북한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군사적 대응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반도가 또다시 국제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희생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일성대학을 나온 탈북자 출신의 한 기자가 분석한 대로 북한의 핵실험은 지난 2001년 미국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속돼 온 강경 압박에 대한 막다른 골목에서의 선택이다. 미국 주도의 강경한 경제 제재로 인한 궁핍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내부 불만을 다스리기 위한 체제 유지 포석도 겸하고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 해체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시나리오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여기서 한국이 절대로 고개를 끄덕거려서는 안 되는 것이 무력 해결이다.
사태의 차분한 해결을 위해서는 국내 언론이 현재의 위기를 증폭시켜서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외국인들에게 한반도가 위기의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된다. ‘한반도 핵공포’ ‘한반도 초긴장’ ‘한반도 핵폭풍’ 등의 자극적 표현으로 점철된 제목은 우리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뿐 만 아니라 미국 당국자들에게도 우리국민의 정서로 전달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부 신문이 그토록 걱정하는 경제엔 그야말로 극약이다.
핵실험에 대한 심층 분석 기사는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근거 없는 추정 기사는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외신을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냉철한 시선으로 선별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미국을 비롯한 일부 외국 언론들은 전쟁을 부추기는 기사로 독자와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선정적 상업주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국내 언론들은 일부 매체가 지난달 말에 북한의 강석주가 핵무기를 5~6개 보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오보한 사실을 뼈아프게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북한문제 전문가 로버트 칼린이 작성한 가상 에세이를 실제인 것처럼 앞 다퉈 보도한 것은 외신에 대한 맹신, 안보상업주의에의 편승 때문이었다.
일부 신문이 북핵 사태를 맞아 그동안 대립각을 세워왔던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는 심정을 충분히 짐작한다. 대북 포용정책의 실패에 대한 단죄를 통해 스스로의 주장이 정당했음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를 비난해서 국론을 분열시키기보다는 합심해서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와 핵보유 잠재국인 일본과 더불어 동북아 비핵화 논의를 해야 한다는 기자협회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주기 바란다. 한국 정부 뿐 만 아니라 언론의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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