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전쟁은 피해야 한다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고 말 것인가. 지난 9일 북한의 전격적인 1차 핵실험의 후폭풍이 좀처럼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관련당사국간 조정을 거듭하면서 강도를 더해가는 느낌마저 든다. 유엔은 즉각 안보리를 열어 대북제재안을 결의했고 미국의 라이스 국무장관은 일본 한국 중국 러시아를 방문, 안보리 제재에 따른 각국의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요구했다. 중국의 탕자쉬안 특사는 미국과 러시아를 방문한데 이어 다시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핵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세계가 북한의 제2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압박 속에 북한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6자회담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금융제재 해제문제를 6자회담에 들어와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과 제2차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중국 등에 밝혔다는 정보가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외교소식통을 통해 전해질 뿐 중국은 공식입장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도 그런 입장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기존 대북제재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답답하고 불투명한 안개 속 상황이 여전히 한반도 상공을 뒤덮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전쟁의 위험은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다.

유엔안보리에서 채택한 1718호의 대북 제재안에 군사제재근거가 빠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안에는 해상검색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겨있다. 해상검색은 핵무기나 핵물질을 실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해상에서 정지시키고 조사하는 것으로 북한이 반발할 경우 무력충돌까지 일어날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또 한국에 대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론 한국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얘기하면서도 실제로는 대북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강요하고 있다. 이들 사업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며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0월 19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회원국들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으로 흘러가는 금융돈줄을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요구했다.

미국은 특히 한국, 중국 등 국제사회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하도록 계속 압박의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지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와 9·19공동성명이행을 약속하지 않을 때는 어떤 대화도 않을 것이며 오직 제재만이 있을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북한도 이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면 물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자세를 누그려 뜨리지 않고 있다.

북한과 국제사회가 이렇게 대화하지 않고 계속 극한 상황으로 달려가다가는 어느 시점에서는 분명 화염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언론은 북한에 대해 모든 대화를 중단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미국내 고위급 레벨에서는 대북제재안이 별 효과를 못보고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을 계속 강행하고 핵물질로 의심이 가는 물건들을 테러리스트 그룹 등에 수출하게 되면 북한체제를 없애겠다는 방안이 심도 있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 방안은 물론 군사제재를 포함하게 될 것이라는 쯤은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마치 1994년 3월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한의 박영수 단장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발언한 이후 미국이 선제공격을 검토했던 긴박한 상황이 다시 닥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주한미대사는 자신의 가족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주한 미국계 상공인들은 한국을 일정시간까지 떠나라고 통보했다. 일부 국민들은 쌀 라면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기도 했다.

당시 초기에는 우리 언론들은 이런 위험과 긴박한 상황을 명확히 짚어내지 못했다. 천만다행인 게 비밀리에 움직이는 미국의 울시 CIA국장의 모습을 잡아낸 언론보도가 있었으며 그때서야 위기의 심각함을 인지했다.

미국은 김영삼 대통령에 북한의 우라늄 농축지역에 제한공격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동의해줄 것을 요구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이 특사를 자처,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해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간의 정당회담 합의를 이끌어냈다. 극적인 순간이었다.

우리언론은 그 때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최선의 가치를 두고 이를 위한 보도 방향을 잡아야 할 때다. 냉정하게 상황을 짚어보고 무력충돌이나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든 막는데 앞장서야 한다. 국제사회의 강경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에게만 책임을 밀어두는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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