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언론인 통일토론회에 부쳐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북한의 핵실험 이후 동북아 정세는 위기국면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국면에서 필요한 것은 위기심화 조처가 아니라, 위기 완화와 소통의 장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그렇지 못하면 이 상황은 우리에게 통제 불능 내지는 관여할 수 없는 역사적 운명처럼 되어버린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부정적 인식은 북의 핵실험 이후에 비로소 표면화되었던 것이 아니다. 이미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 고립화전략에 미칠 영향을 계산해서 거부감을 보여 왔던 바이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 변수를 활용해서 동북아시아 패권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과 계산일뿐이며, 우리로서는 여기에 휘말릴 수 없다.

민간교류와 대화는 정부단위의 공식부문의 대화가 접촉이 단절된 상태에서 매우 중요한 평화 유지의 방어선이다. 정치 외교적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는 정부단위의 움직임은 위기국면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간차원의 교류와 접촉 및 대화는 이에 맞추어 위축될 이유가 없다.

냉전형 사고로서는 이런 현실에서는 민간접촉도 중단되어야 마땅하다는 식이 되겠지만,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입장에서는 도리어 민간접촉과 대화의 가치가 더욱 뚜렷하게 부각되어야 하는 국면이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11월 14일에서 16일 금강산에서 이루어지는 ‘남북언론인 통일토론회’는 매우 막중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우리의 경우, 유독 북한문제에 이르면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고”가 마비되어버린다. 북한의 행동에 대한 이념적 예단이 전제가 된 상태에서 정세 인식은 출발한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는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문제에 접근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남북언론인 통일토론회를 통해 우리는 북한이 어찌해서 이러한 행동의 단계까지 왔는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선택에 정상참작의 여지는 과연 있는지, 그리고 있다 해도 이러한 핵무장체제가 가져올 가공할 결과에 대한 우리의 우려와 입장은 어떤 것인지 매우 솔직하게 의견교환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생각은 틀린 것인지, 또는 이해할 만한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그에 더하여 동북아시아 정세 전체를 총괄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풀어나가야 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과감하게 토론해보는 노력이 요구된다. 물론 여기에는, 이 토론에 대한 “냉전적 단죄”가 있지 말아야 한다는 절대적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토론회의 핵심인 논의의 자유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논의의 자유가 봉쇄된 상태에서 토론회는 문제가 되지 않을 만한 범위 안에서 공식적 논의로 그칠 수 있다. 그건, 별 의미가 없다.

우리부터 자유로운 논의에 적극적이고, 상대에 대해 열린 태도를 최대한 지향할 때 우리가 제기하는 비판과 문제의식에 북의 언론인들도 심각하고 진지하게 경청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경험의 공유는 남북의 미래를 위해 매우 긴요하다. 이러한 경험과 논의가 바탕이 되고 자료가 되어 공식대화의 기반이 될 수 있으며, 돌파구를 여는 열쇠의 역할도 가능해질 것이다.

장소가 금강산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협력사업의 차원을 넘는 세계적 프로젝트이다. 평화와 자원의 가치를 동시에 가지는 현장으로서 금강산은 국제적으로 부각되고 조명될 이유가 있다. 한반도의 위기 국면에서, 이를 극복하고 타파하는 또 다른 동력의 존재가 이로써 인식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동력의 존재와 위력이, 강대국 정치의 계산속에서 혹여 또다시 희생될지 모를 이 민족을 지켜내는 막강한 보루라는 점을 이번 남북 언론인 통일토론회가 최선을 다해 입증해내는 현장이 되기를 뜨겁게 기대하는 바이다.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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