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연대감·따뜻한 환대 '뭉클'

한·베트남 기자협회 교류를 다녀와서


   
 
  ▲ 김창금 한겨레 지회장  
 
북부 하노이에서 남쪽 호치민까지. 한국기자협회 베트남 방문단(단장 남영진)은 10월18일부터 26일까지 육로와 항로를 포함해 1천4백㎞에 이르는 장정을 하고 귀국했다.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6개 도시(하노이→하이퐁→박장→나짱→빈투안→호치민)로 이어지는 3천리 강행군이었다. 그러나 단장을 포함한 9명의 한국기자협회 방문단은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어디를 가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베트남기자협회의 환대에 가슴 뭉클했다. 10년을 넘게 이어온 한·베트남 기자협회 교류의 힘은 심장을 맞대고 대화하는 아시아 언론인의 연대감인지도 모른다.

베트남의 첫 밤을 보낸 하노이에서 한국 방문단이 공식적으로 만난 사람은 국회의원인 레 꾸억 쭝 베트남기자협회 부회장이었다. 그는 베트남기자협회장 역시 국회의원인데, 11월 예정된 에이펙 준비 문제로 바빠 참석하지 못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웬 국회의원?’ 이런 의문은 각 지역 기자협회를 방문하면서 풀렸다.

베트남은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시장을 개방했지만, 여전히 공산당 중심의 노선이 각급 권력을 관통한다. 하이퐁이나 박장의 지역기자협회와 만날 때도 먼저 마이크를 쥔 쪽은 함께 참석한 인민위원회 쪽 사람들이었다. 그렇다고 정부권력 쪽 사람들이 권위적은 것은 아니다. 관례에 따라 외국의 손님을 영접하는 것이고, 베트남 투자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 언론인을 만나려는 것으로 보였다.

베트남 언론은 당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영향권 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수도 하노이에 인접한 박장 지역은 국제공항이 인근 40㎞ 거리에 있어 해외자본의 투자 유망지로 꼽히는 지역이다. 농업이 기본산업인 이 지역 기자협회 쪽 사람들한테 물었다. “신문이 주로 다루는 농촌문제는 무엇인가요?” 그러자 “고급 벼나 시장성 있는 과일나무 심기, 유통의 개선문제, 고급 기술을 적용하기 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더 잘 살기 위한’ 국가적 목표에 맞춘 베트남 언론의 책임같은 것이 느껴졌다. 반면 아직은 급격한 도시화나 산업화로 인해 일어나는 문화충격이나 도·농간의 문제 등은 아직 언론이 다루기에 매우 예민한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리와 만찬장에서는 자유분방함과 정이 넘쳤다. 중남부 해안휴양도시 나짱이나 남부 호치민은 늘 오토바이로 북적댄다. 오토바이 배기가스의 매캐한 냄새 때문에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콧속이 맹맹해진다. 그러나 베트남 커피 원두가루에 물을 내린 진한 커피액을 얼음과 설탕을 잔뜩 섞어 한잔 마시면 가슴이 확 트인다. 손님에게는 없는 것 있는 것 다 내놓으며 대접하는 극진함도 감동적이다.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격식이 아니다. 진수성찬에 베트남 찹쌀소주인 넵머이 잔을 건네며 “모짬 모짬”(건배)을 외치는 순박한 그들 앞에 취하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일 것이다.

호치민 공항을 떠나올 때, 한국방문단의 불평불만(?)을 굳은표정 하지 않고 다 들어준 베트남기자협회의 여자 안내인 킴 카인은 눈물을 글썽였다. 정확하고 성실하게 통역을 해준 하노이외국어대학 출신의 즈엉은 매력적이었다. 미국과 싸워 이긴 세계 유일의 나라라는 자존심과 당당함.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영웅 호치민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노래방에서까지 부르는 베트남 사람들. 가슴이 풍족한 그들의 따듯한 그 마음을 잊을 수 없다. 김창금 한겨레 지회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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