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이주노동자

산업연수생제도 폐지를 앞둔 시점에서, 이주노동자 관련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고용허가제 시행에 있어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권단체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각종 송출비리와 인권침해로 인해 “현대판 노예제”라고 지탄을 받아온 산업연수제가 내년부터 폐지되고, 2004년 8월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연수생제도 시절 연수추천기관인 중기중앙회와 대한건설협회 등 민간단체에 또 다시 고용허가제 대행업무를 위탁할 방침이다.

산업연수생제도 운영 및 관리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투명한 감사와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기중앙회 등 이익단체를 고용허가제 업무대행기관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합리적 외국인력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도입한 고용허가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고용허가제의 공공성 확보와 합리적인 원칙마련을 주장하며 1백여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중기중앙회 등 이익집단 고용허가제 개입반대 공동투쟁본부’가 농성에 들어간 지 1달째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이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언론은 특정 몇개 사에 불과하다.

사실 많은 언론들이 이주노동자의 인권 및 노동권과 관련한 주제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반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으로부터 범죄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외국인의 출신 국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만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9·11 이후엔 미국의 ‘대테러’ 정책에 덩달아 호응하며, 근거도 없이 이슬람 국가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몰아가는 보도를 해댔다.

이것은 언론이 우리사회에서 이주노동자를 어떤 존재로 보느냐와 관련이 있는 문제다. 또한 언론이 보도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의 범주, 혹은 기사를 ‘수요’하는 독자들의 범주를 어떻게 상정하고 있느냐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인권과 다양성, 다문화를 이야기하면서도 다수의 한국언론은 여전히 민족주의에 입각해 이 사회에서 함께 노동하고 생활해 나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차등대우하고 있다. 심지어 합법적인 통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이나 국제 결혼을 통해 한국사회에 정착한 이주여성들 조차, 이등시민으로 간주하며 오로지 한국기업이나 한국인들의 이해관계와 국익에 입각한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바라볼 뿐이다.

7일 ‘중기중앙회 등 이익집단 고용허가제 개입 반대 공동투쟁본부’는 “산업연수생제도 하에 중기중앙회가 사용한 수백억의 관리비용 출처와 관리업무에 대해 국민감사 청구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은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 구조가 개선되길 원하며, 이를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사람이 아닌 ‘기계’로 전락시킨 것은 비단 산업연수생제도만이 아니다.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바라보는 한국언론의 관점 또한 그러했다. 따라서 언론은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관련한 시대적 요청에 대해, 자체점검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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