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혁신없는 투자는 자살골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14>

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이 떨어지고 있는 원인으로 인터넷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으로 뉴스와 정보를 습득하는 시간이 느는 만큼 활자매체를 접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광고주협회가 공개한 신문매체 및 이용에 관한 조사연구에서 나타난 구독률, 열독률 하강추세에서도 드러난다.

또 국내외의 여러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18~34세 연령층의 경우 신문을 멀리하는 비율도 높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한 경향은 아직 신문에 익숙하지 않은 저연령층으로 갈수록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때 신문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아예 인터넷으로 기사를 제공하지 않는다거나 총량을 규제하고, 게재 시점에 차이를 두는 방식을 취했다. 또 신문구독료에 상응하는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풀 텍스트를 볼 수 없게도 했다.

이처럼 인터넷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방식과 형태를 바꾼 노력이 종이신문 구독자를 늘리는 등 실제 효과를 거뒀는지 여부는 논란이 있다. 중요한 것은 최근 신문의 인터넷 전략은 폐쇄적인 방식이 아니라 개방적인 태도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인터넷 환경-포털사이트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논의도 활발하다. 특히 신문 웹 사이트로 들어오는 방문자의 경로를 확인하고, 신문구독자의 특성과 일치하는지 또는 온라인 유료화의 잠재력이 있는 충성도 높은 이용자인지를 가늠하는 분석틀이 점점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신문구독자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가치있는 결과를 낳을 것인지 조사도 하나의 변화한 관점이다. 매일경제가 지난 7월 신문지면을 엽서처럼 접을 수 있도록 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것은 의미있는 사례다.

물론 신문지국 등을 네트워크로 엮어 구독자 관련 정보를 전산화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지속 관리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이것은 보다 개인화한 뉴스를 생산하는 배경이 되고, 크로스 미디어(Cross Media)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의 기준도 된다.

그런데 국내 신문은 이같은 구조적인 작업들, 그러니까 시스템화하는 데는 등한히하고 즉자적인 대응에만 몰두해왔다. 뉴미디어 관련 업체들을 만날 때마다 신문사 경영진의 태도는 일반적으로 “왜 이리 좋은 것을 여태 안하고 있느냐” 식이다.

이미 시장에서,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망선고’가 내려진 아이템도 경영진은 경천동지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왜 우리 신문에 찾아 올까”라는 냉정한 자기 평가는 뒷전이다.

최근 몇몇 신문에서 선전한 T-페이퍼도 설득력없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신문은 전시공간까지 신문사옥 안팎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 T-페이퍼가 해당 신문사에게 충분한 재설계(Reshape-Reconstruction-Redesign)의 테이블 안에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신문과 뉴미디어를 위해 진단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문산업은 IP-TV, DMB, 와이브로 등 새로운 시장과 어느 정도로 친화적인가?

둘째, 우리 신문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제대로 된 내부 인프라-시설 장비, 데이터베이스 등을 갖추고 있는가?

셋째,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뉴미디어에 대한 투자(속도와 규모)와 관련 어떤 수준의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가?

넷째, 특히 기자들은 뉴미디어를 포함하는 새로운 창(窓)-인터넷 등 뉴미디어에 대해 창의적인 실행을 할 태세가 돼 있는가? 또 이를 뒷받침할만한 조직설계가 충분한가?

다섯째, 우리 신문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그를 위한 로드맵은 준비돼 있는가?

위의 질문들은 신문기업이 뉴미디어 진입을 위해 특별히 점검해야 할 것이 아니라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것에 해당하다.

점점 중요하게 요구되는 기술부문도 직접투자가 필요한 대표적인 영역이다. 최근에는 IT기업들과 공격적인 제휴와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는 흐름이다.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위한 스튜디오나 동영상 촬영 및 편집 인력 등을 채용하고, 디지털 뉴스와 관련된 직제를 신설하는 따위의 뉴스조직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일보가 동영상 UCC 엠군을 운영하고 신디케이션 사업을 모색한다거나 중앙일보가 디지털뉴스룸을 강화하는 것은 뉴미디어의 특성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첫 발자국에 다름아니다.

조선닷컴의 ‘갈아만든 이슈’ 관계자는 “우리 독자들이 웹 사이트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만큼 충분히 학습을 했다”고 말했다. 그뒤 조선일보는 지난 여름에 신문건물 안에 TV 스튜디오 수준의 영상 설비를 갖췄다.

중앙일보의 디지털뉴스룸은 30여명에 육박하는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조인스닷컴의 파견인력과 경력기자들로 구성된 이 창의적인 뉴스룸은 최근 본격적으로 영상물을 생산하면서 신문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뉴스룸 관계자는 “전사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만큼 인터넷 이용자의 특성을 파악하며 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룸이 창의적인 뉴스룸의 전통과 역사를 써갈 수 있도록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 신문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사업들이 반드시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상당한 리스크 요인도 있다. 또 국소적이고 일시적으로 진행돼서도 안되는 프로젝트다.

여기서 중요한 시사점은 일관된 혁신과 개조의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신문기업일수록 기자들의 창의성이 무르익어 있다는 점이다.

인쇄 매체의 관행과 정서, 조직체계를 공고하게 가진 신문사가 뉴미디어에 섣불리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뉴미디어 투자 이전에 신문 내부의 낡은 구조와 문화를 깨지 않으면 “빈 수레가 요란한 격”을 피할 수 없다.

뉴미디어는 새로운 생태계이다. 새로운 서식지에서 살아가기 위한 노고가 필요한 것이다. (뉴미디어 진입을 고려하는) 신문기업에게 놓인 절체절명의 과제는 투자 이전에 내부 혁신이다.

빈익빈부익부가 고착화하는 한국신문 시장의 뉴미디어도 이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70%가 쏠리고 있다. 스포츠신문계는 광고주들로부터 이미 10% 미만으로 밀쳐져 있다. 차별성없는 관점과 실행으로는 상황을 도저히 역전시킬 수 없다.

일부 조사에서는 종이신문이 오피니언 리더들로부터 신뢰도를 얻은 매체로서 광고주들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적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은 뉴미디어의 영역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간 상태다. 쌍방향적인 웹 서비스는 도입된지 오래고, 영상을 서비스하는 곳이 늘고 있다. 또 상당수 기자들이 블로그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한 예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창조적이고 개방적이며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게 된 변화상을 표상한다. 그러한 혁신만이 신문을 살린다. 이를 위해서는 희생도 필요하다. 앞선 길을 가고 있는 국내외의 유력 신문들이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경영자들과 종사자들이 조속히 (희생과 혁신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그 합의만이 신문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 겸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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