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변해야 산다"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15>

신문업계를 또 우울하게 하는 소식이 있다.

최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펴낸 '2006 소비자 행태 조사'에 따르면 신문 열독시간은 평일 22분, 토요일 18분으로 지난 7년간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OBACO가 처음 조사를 시작한 1996년의 평일 열독시간 46분, 토요일 45분에서 2배 이상 줄어든 것이다.

인터넷에서도 신문의 하향세가 두드러진다. 뉴스/기사 열독을 위해서 '종이신문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16.6%)'보다는 '(독립형)인터넷 신문이나 포털사이트(83.4%)'를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10대와 20대에서는 더욱 두드러져 평균 90% 이상이 포털사이트 및 인터넷신문 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소비자들은 정치-경제-사회-문화/레저-제품정보/쇼핑-생활/교육-TV프로그램연예 등의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지상파TV나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경제 정보유형에서만 상대적으로 신문의 선호도가 높았을 뿐이다.

또 신문 열독자중 신문광고를 본다는 비율은 38.2%로 전년 대비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독률 저하-포털뉴스 편중-광고주목도 하락 등은 신문산업의 확실한 추락을 보여주는 근거들에 해당한다.

미국의 '미디어포스트퍼블리케이션(Mediapost Publication)'은 2007년 트렌드를 예측하면서 다시한번 (신문업계를 향해) 쓴 소리를 하고 있다. 독자를 유지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TV, 인터넷 그밖의 1인 미디어 단말기(Personal Media Device)들이 더욱 융합하면서 독자들의 콘텐츠 소비를 주도하게 될 것이고,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의 변방에 서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신문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혁신 방안들 중에는 '콘텐츠'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어떠한 콘텐츠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은 상당히 결여돼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신문의 콘텐츠 기획은 일부 부서(TF)에 의해 주도되며 준비기간도 상당히 짧다. 또 독자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사후 조사가 이뤄지지도 않을 뿐더러 경쟁매체를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주요매체들의 특집면은 이를 반증한다. 중앙일보가 정규섹션 이외 교육, 패션, 금융, 부동산특집을 실었고, 조선일보도 교육, 기업, 건강, 금융 등을 다뤘다. 동아일보도 건강, 자동차, 부동산, 재테크 등을 다뤘다.

그저 그런 콘텐츠 기획이 예상보다 '습관'처럼 이뤄져서 결국엔 신문의 차별성이 엷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건강, 교육, 부동산 영역의 강화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모든 신문이 유사한 흐름을 보여 준다.

물론 이번 KOBACO 보고서에 나왔듯이 건강-자녀양육-재테크는 현대 한국민의 주요 관심사이다. 그러나 신문이 시장과 자사 독자에 대한 고민없이 트렌드만 좇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여기에 인터넷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신문기사가 그대로 게재되면서 웹 뉴스의 특징도 사라진다.

더구나 한국 신문업계는 올해 포털 뉴스 공급 중단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산업계 전반이 어떤 전망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지 못한 가운데 콘텐츠의 형식과 내용도 변화하지 않은 것이다.

세계의 신문업계는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한 해였다. 뉴욕타임스는 '타임스리더기' 베타판을 내놨고, 벨기에 경제 일간지 '데 타이트(De Tijd)'지는 4월 '휴대용 디지털 신문'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파이낸셜 타임스,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영국의 주요 신문은 물론이고, 미국 최대 전국지인 유에스에이투데이(USAToday)지도 통합뉴스룸 작업에 동참했다.

이러한 신문의 '디지털 혁신'은 뉴스조직, 멀티미디어 기기 등 그 외형에 초점을 두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콘텐츠의 변화와 직결된다.




 



작품과 같은 사진, TV를 보는 듯한 영상, 화려한 디자인이 어우러진 영국 가디언지의 '여행' 섹션-웹 사이트는 론니 플래닛 같은 세계적 여행 전문지 수준의 콘텐츠를 보여준다. 이것은 열광적인 독자들의 호응으로 뒷받침되면서 '가디언'의 브랜드를 안팎으로 각인시킨다.

시장에서 명성을 얻게 되는 콘텐츠는 더 이상 속도 경쟁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의 최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가네트(Ganett)'의 신문사들이 디지털-공공서비스-집단적 대화-로컬리티-맞춤 콘텐츠-데이터베이스-멀티미디어 등이 부상하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구축 중에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신문의 콘텐츠 변화를 위해서도 중대한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에 제시되는 원칙들은 뉴스룸 통합을 위한 전단계로서 정서적, 문화적 융화와 소통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첫째, 인터넷 뉴스 기획자들을 콘텐츠 혁신 부서 또는 TF에 합류시킬 것

둘째, 웹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데이터베이스 전담 부서가 정례적인 의견교환을 하도록 할 것

셋째, 데스크(에디터)는 웹 사이트 독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토론할 것-게시판, 블로깅(blogging)






   
   



넷째, 사진기자, 영상기자, 비주얼 편집기자(웹 부문 포함)와 베테랑(전문)기자를 팀으로 만들 것

다섯째, 위의 과정으로 생산되는 콘텐츠를 지면,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검증받은 뒤 보완할 것

여섯째, 이를 통해 가능성 있는 인터넷 기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를 정규 기자로 대우할 것

일곱째, 특히 종이신문 기자들의 인터넷 업무를 정례화하고 인터넷 기자의 편집국 교류를 활성화할 것

최상의 콘텐츠를 제시하기 위한 신문 뉴스조직의 일대 변화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따로 두지 않는다. 예를 들면 중앙일보의 디지털뉴스룸은 국내 최대의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실현하고 있는 부서다. 종이신문 기자들은 순환근무를 통해 이곳을 경험한다. 신입 기자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의 길을 열어두었다. 지난 5월 말엔 정치부 기자들이 인터넷용 영상 뉴스에 가담했다.

일부 신문기업에서는 기자들간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며 권위적인 뉴스룸을 개탄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활발한 의견개진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역동적인 뉴스조직이 없이는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온라인 경험이 없는 기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종이신문 뉴스조직에 안주하는 기자들은 한 마디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무임승차하려는 기자들이다. 그런 기자들이 많을수록 뉴스조직은 비루해지고 신문 브랜드는 잊혀진다.

신문의 오랜 명성이 회복불능의 치욕을 겪게 되는 일은 얼마남지 않았다. 변하느냐, 변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무의미하다. 어떻게 변하느냐의 과제만 남은 상황이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라도 변해야 야 길이 열린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얻을 수 없지 않은가.

완전한 쌍방향-유비쿼터스 미디어 세상을 향한 하드웨어가 마무리되는 시간이 불과 3년을 남겨놓고 있다. 한국 신문은 내년에도 변하지 않을 터인가?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최진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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