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사태 신문으로 읽기


   
 
  ▲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KTX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정규직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을 벌인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철도공사가 여성들로 구성된 승무원 직제를 만들어 자회사에 간접고용 형식으로 외주화시킴으로써 발생한 이른바 KTX사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노동 현안으로 꼽힌다.

KTX사태는 공기업이 여성노동력을 얼마나 손쉽게 꾀어내어 활용하고 있는지, 성차별 노동시장의 단면을 보여준다. 철도공사는 최근 새마을호 승무원들까지 외주화시켰고, 이로 인해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을 둘러싼 노동권의 문제와 그 ‘기준’의 문제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이 공사에 직접고용이 된 열차팀장 등과 같이 ‘승객안전’을 책임지는 업무를 맡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측은 승무원들의 주 업무가 ‘안전업무’가 아닌 부수적인 업무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불법 외주화를 눈 가리고 아웅 격으로 변명하고 있다.

또한 처음부터 공사에 직접고용이 되지 않은 신분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승무원들의 직접고용 요구에 대해 정당하지 않은 요구라고 무시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은 원칙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다각도로 현재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는 KTX사태를 신문에서 읽어보면 어떨까. 다수의 신문들에서 아예 이 사안에 대한 기사를 읽어보기가 어렵다. 오죽하면 지난 1일 ‘KTX여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KTX사태와 언론보도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지 따졌다.

설령 언론들이 지난 1년간 손에 꼽히는 개수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하더라도, 독자들로선 KTX승무원들이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만 사진과 단신을 통해 알 수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승무원들이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들의 요구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 KTX사태가 담고 있는 노동 이슈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인데, 정작 이렇게 핵심적인 내용을 보도하고 있는 언론은 드물다.

언론이 보여주지 않는데, 어떻게 시민들이 KTX사태의 본질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언론, 특히 주류 언론일수록 노동사안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노동권에 대한 개념도 별로 가지고 있지를 못하다. 기자들 중에 KTX승무원들이 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지, 자회사 정규직보다 철도공사 비정규직이 낫다고 이야기하는지 아는 이들은 드물다. 아니,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언론인들도 많다.

아이러니한 것은, 기자들 다수가 노동자라는 점이다. 자신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노동권을 침해 당했을 때에도 언론인들은 이 사안이 다른 정치적 사안이나 사회 여타의 사안들에 비해 소홀히 해도 괜찮은 문제이며 소수의 문제라고 볼 것인지 궁금하다.

노동시장 내 양극화와 성차별, 비정규직화와 외주화 문제가 사회구성원 누구나 입에 올리는 사회 문제일진대, 막상 언론에선 이와 관련한 구체적 현안에 대한 보도도, 앞으로의 추이에 대한 분석도, 대안 제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언론의 역할과 공공성에 대해 의심해보게 만든다.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