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규제생산 메커니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보급률과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뉴스 소비는 물론이고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기에 그 어느 곳보다 인터넷 중심 사회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는 전 세계에서 인터넷 활동에 대한 규제법과 제도가 가장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윤리법), 전기통신사업법 , 청소년보호법, 그리고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이하 선거법), 등은 인터넷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규제법이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언론행위에 대한 규제도 예외는 아니다.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에서는 인터넷 신문에 대한 법적 개념을 정의내리고 언론기업으로서의 법적 책무를 제시하고 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등에관한 법률에는 타율적 규제 및 조정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가 인터넷 신문에 대한 조정·중재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본인여부를 확인받는 인터넷 실명제가 국회의결을 통과하면 7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본인 확인제 대상 사이트는 일일 방문자수를 10만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구체적 규모는 대통령령에서 정하기로 되어 있다.

선거법은 선거라는 특수기간 동안 정치활동을 규제하는 법이지만, 정치보도까지 강력하게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보도내용에 대한 사후심의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선거 UCC물에 대한 운용기준’을 보면, 블로그나 게시판 활동까지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법규가 존재하고 있으며 새로운 규제기관도 등장했다. 지금도 여러 의원과 주무부처에 의해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는 새로운 입법안들이 제출되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편에서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및 정치권의 발 빠른 대응책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관련 법안들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보면, 언론철학이나 정치철학이 부재한 임시방편식 규제책이 없지 않다. 현재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터넷 규제법안들은 헌법적 가치나 매체특성을 깊이있게 고민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각 부처나 기관이 만든 다양한 규제내용은 인터넷활동을 이중·삼중으로 틀 짓는다.

이처럼,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규제장치가 만들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 규제법안은 규제 기관의 힘과 생존의 환경이기도 하다. 일탈적 사회현상에 대해 정부부처간에 앞 다투어 규제법을 준비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외부적 명분과 다르게 규제기관의 자기 생존논리가 없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규제기관의 자기생존논리로 만들어진 법안은 규제기관이 걸어온 ‘손쉬운 길’을 벗어나지 않는다. 융합시대 법률안의 융합보다는 규제기관의 ‘집행 연속성’이 더 중요하게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둘째,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선정주의 역시 무분별한 인터넷규제를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다. 의원입법활동이 계량화되어 시민사회로부터 평가받기 시작하면서 의원 성과를 높이기 위한 법률안들이 다수 제출되고 있다. 일부 법률안은 통과 자체 보다는 제출에 의의를 두고 선정적인 내용을 법률안에 담고 있기도 하다. 언론보도를 노린 일종의 보도전략이기도 하다.

셋째,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규제법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문제이다. 문제거리가 생길 때마다 법을 제정해서 해결하려고 한다. 좋은 의사는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만 처방하는 반면, 능력이 부족한 의사일수록 병의 증상별로 약을 처방한다. 그러다 보니 감기하나에도 많은 알약이 처방된다. 마치 우리사회에서 법안을 바라보는 시각은 후자에 가깝다.

넷째, 여기에는 문제가 되는 사회현상마다 새로운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시민사회영역에서도 국가나 정치권을 대상으로 인터넷 규제에 대한 법안제정을 촉구한 측면도 있다. 결국 이것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사회 전반을 과잉규제하게 만들고 있다.

단기 효과를 기대한 처방보다는 인터넷문화 체질을 개선하는 보다 근본적이고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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