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J소속 '놈'들의 특별한 만남에 거는 기대

국제기자연맹(IFJ) 특별총회가 오는 12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서울과 금강산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의 의의는 여느 총회보다 남다르다. 먼저 특별총회는 80여년 IFJ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총회 주제 자체가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이며 이를 촉구하는 선언문도 채택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번 총회에는 북한 국적의 재일조선인 총연맹 소속 조선신보 기자 3명(참가신청)을 비롯해 70여개국 2백여명이 참가한다고 해 모임의 의의를 더해주고 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1월 60년 분단역사 최초로 금강산에서 이뤄진 남북언론인 통일토론회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그 자리에 안 낀 일부 보수 신문은 이를 두고 일종의 빨갱이들과 좌파 언론인들의 만남이라고 규정했다.

말하자면 같은 색깔 놈들의 만남인 것이었다. 어차피 기자가 놈자(者)자를 쓰니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번 서울 특별총회까지 국제적 놈들의 만남으로 치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니, 이번에는 엄연히 전직 대통령‘님’과 현직 통일부 장관‘님,’ 그리고 국제적으로 명망있는 언론인들까지 포함돼 있으니 감히 놈들 취급까지 안하겠지만 성격 규정은 여전히 같은 급으로 놓을 공산이 크다. 어찌됐든 귀빈들을 모시고 이같은 행사를 여는 것은 일부 우파 ‘놈’들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급속한 변화 가운데서 이뤄진다는데 우리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꽃피는 춘삼월이 온 것처럼 지난 ‘베이징 2·13 6자회담 합의’를 계기로 속속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실무회담들이 진행중이다. 북한을 기축으로 활발한 양자회담이 일어나고 6자회담 당사국간 특히 남북, 미일간 활발히 외교관들이 오가며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 남북언론인통일토론회는 북의 핵실험이라는 2차북핵위기 이후 최고의 긴장 분위기 가운데서도 그 첫 해빙의 발걸음을 뗀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우리 ‘좌파 놈들’은 감히 주장한다.

기자가 무엇인가. 국내에서는 공평과 정의가 올바로 수행되는지 엄정한 관찰자의 역할이요, 해외에서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한다. 남북간 공식 채널이 다 막혀있을 때, 통일부 당국자가 ‘가서 제발 말조심하라’고 방북 사전교육에서 당부하고 ‘합의문조차 비공식으로 해달라’고 신신당부했을 때조차, 우리는 좁디좁은 기자의 정의에 따른 역사의 단순한 방관자에 머무르는데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 기자의 정신에 따라 역사의 참여자로서 나섰다.

물론 남북 기자들이 만나 6·15공동성명의 정신을 살리고 남북간 언론교류의 성명서 하나를 발표한다고 해서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 다가오는 가운데도 따뜻했던 금강산의 만남은 봄이 오고야맘을 알리는 전조이자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했다고는 충분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남북 언론인간 만남은 남북이 먼저 하나돼야 세계가 축복해주는 만남이 이뤄질 수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집안싸움 나는 곳에 하객들이 올 리 만무하다. 먼저 우리가 민족적 대의아래 하나되고 진실과 인류의 공통된 가치를 표방하는 통일을 지향할 때 충분히 세계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IFJ특별총회가 바로 그런 의미에서 국제적으로 “특별한 놈”들이 세계 유일 분단국인 이 나라의 평화와 화해 과정을 공고히 하는 “특별한 만남”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내친 김에 국제사회에서 언론자유 하위권으로 분류된 평양에서 IFJ총회가 열리는 그날을 그려본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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