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자연맹 특별총회에 참석해 주신 전 세계 기자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주신 노무현 대통령님을 비롯한 내외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전쟁 걱정 없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염원입니다.
20세기 말 동서냉전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을 때 우리는 21세기 개막과 함께 화해 협력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에서는 총성과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익을 명분으로 침략전쟁도 서슴지 않는 추악한 국가, 또 그 전쟁을 미화하는 호전세력이 존재합니다. 참혹하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전쟁 실상을 대할 때마다 과연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지칭할 수 있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여러분이 지금 발을 딛고 있는 한반도 역시 지난 수십년 동안 전쟁 위협에 시달려 왔습니다. 1945년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시작된 분단의 역사는, 달리 말하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투쟁의 나날들이었습니다.
반만년 역사를 지닌 한민족은 평화애호 민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적의 침략에는 모두가 떨쳐나 불굴의 투쟁으로 반드시 물리쳤으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민족을 침략하거나 못살게 굴지는 않았습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은 지금도 우리 한민족의 핏줄 속에 변함없이 맥박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생한 이른바 북핵 문제도 여러분들이 진실을 알고 나면 이해되는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과 대화, 특히 언론 분야에서 상호 교류가 있어야 진실 규명도 수월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남북한 사이에 언론 교류의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해 11월 말 금강산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언론인 간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올해에도 바로 며칠 전 북한 관계자와 만나 언론 분야 교류사업을 논의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핵 실험 이후 꽁꽁 얼어 붙었던 한반도 정세를 바로 우리 기자들이 나서서 화해와 화합 쪽으로 돌려 놓았다는 데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남북한 기자들끼리의 만남을 통해 언론 분야에서 신뢰를 쌓는 데 많은 힘을 넣을 생각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중국 베이징에서 2·13 합의가 있은 지 딱 한 달만에 우리가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2005년 12월 서울 특별총회를 유치했을 때만 해도 한반도는 전쟁의 먹구름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울 특별총회가 열리는 오늘은 전쟁 아닌 평화를, 증오와 적개심 대신 화합을 심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우리 기자들이 한반도 평화의 전령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들은 북측 지역인 금강산과 개성 공단을 방문해 이 땅에서 움트고 있는 화해 협력의 싹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외세에 의해 억지로 분단된 뒤 반세기가 넘었지만 ‘핏줄은 속일 수 없다’는 한민족의 속담이 그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평화와 화해를 염원하는 한반도의 실상을 여러분들이 널리 알려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우리는 현재 한반도 정세,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를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10여년 전 1994년에 제네바 기본합의문이 타결되면서 한껏 희망에 부풀었다가 배신당하고 말았던 쓰디쓴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합의문은 유감스럽게도 미국에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깡그리 무시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와서 다시 제네바 합의문과 유사한 2·13합의문이 만들어졌지만 언제 또 다시 뒤집힐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2·13 합의를 관계국들이 이행하도록 강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바로 우리들 기자들의 몫입니다. 특히,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합의문조차 뒤집어버리는 미국의 패권주의 행태를 견제하는 데 더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미국은 전 세계를 핵전쟁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핵무기 선제 공격 전략을 포기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으며 중동지역의 침략전쟁에서 발을 빼지도 않고 있습니다. 오직 자국의 국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은 위태위태하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여러분, 2·13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우리는 10년 안에 새로운 한반도를 보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한반도란 전쟁의 공포가 사라진 평화의 땅입니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불신의 장막을 걷어내고 평화공존의 튼튼한 틀을 마련하게 되는 때가 10년 안에 오게 될 것이라고 감히 장담해 봅니다. 그 때 우리 모두가 평양에서 다시 한 번 만납시다.
이번 행사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신 크리스토퍼 워런 회장, 에든 화이트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국제기자연맹 관계자 여러분, 또 주한 외교사절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문화부 김명곤 장관, 한국언론재단 정남기 이사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이번 총회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원해 주신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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