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지역 일간신문에 속하는 부산일보가 최근 3년간 누적적자가 100억원을 넘었다는 기자협회보 보도는 지역신문의 현주소를 재확인케 한다. 비단 부산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신문의 경영악화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현재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에 등록된 지역신문은 전국적으로 70개가 넘는데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시장 여건도 좋지 않은 상태다. 지방일간지 가운데 상위기업에 속하는 부산일보, 매일신문, 국제신문, 영남일보도 지난 2002년을 고비로 모두 매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005년 지발위의 구독자조사에 따르면 구독하는 신문이 없는 가구가 56.9%로 과반을 넘었고 전국지 배달 비중은 43%였다. 더구나 지역일간지 열독률은 1.0% 미만으로 나타나 지역 언론으로서의 영향력도 부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역 일간지(6.3%) 등 지역 인쇄매체를 통해 지역정보를 얻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신문과 시장, 독자의 환경이 열악한만큼 지역신문의 재정구조가 취약, 뉴미디어 투자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현재 지발위 사이트에 정리된 지역일간지는 72개. 2005년말 기준 인구 140만명, 49만 세대의 광주광역시의 경우에는 지역일간지가 13개. 한 신문당 평균적으로 2만부 남짓이 가정에 투입되는 셈이다.
2년 전 광주 소재 한 지역신문에 특강을 할 때 경영진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솔직히 막막한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지역신문시장에 중앙일간지가 들어와 있는 데다가 케이블TV, 인터넷 등 다양한 정보 채널들이 쏟아져 있어 광고와 구독 모델로는 경영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역신문들이 자연히 뉴미디어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주 전 강원도 소재의 한 일간지 기자들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뉴미디어와 인터넷 전략을 세우기 위해 중앙일간지 몇 곳을 둘러 보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다. 3년 전쯤 부산의 한 일간지도 노조를 통해 인터넷 뉴스 및 차별화한 온라인 미디어 전략의 자문을 구해온 적이 있다.
그러나 지역신문이 처한 위기구조의 본질은 뉴미디어 전략 부재가 아니라 지역시장과 독자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데 있다. 지역신문이 '지역'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지역신문 독자가 떨어져 나간 것이다. 지역신문의 지면 경쟁력을 비롯 콘텐츠와 서비스 전반의 핵심은 지역과의 연대에서 마련돼야 한다.
결국 지역신문이 지금까지 보여준 기본적인 신문제작 및 마케팅 패턴을 유지해서는 신문위기라는 구조적인 산업패러다임의 변화를 극복할 수 없다. 중앙일간지보다 더 열정적으로 혁신을 경주하지 않으면 지역일간지의 쇠락은 면키 어렵다.
현실적으로 지역일간지가 줄도산하는 사태로 전개되지는 않겠지만 종사자들은 정서적, 경제적 박탈감이 현저하다. 한 지역신문 기자는 “기회만 되면 전국지로 오고 싶지만 지금은 그런 길도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역을 무대로 하는 저널리즘의 토대가 붕괴되고 있다. 지역대학의 신문방송학과는 지역신문, 방송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존폐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인재의 유출현상도 심각하다.
지역신문이 새로운 혁신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산업적, 지역적 토대를 감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지역성(Locality)'에 근간을 두고 독자(CRM, Community), 데이터베이스(지역정보), 콘텐츠의 업그레이드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별 매체가 처한 공간적, 경영적 여건이 다른 만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지역신문의 미래전략 수행에 요구되는 핵심적인 질문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 콘텐츠는 지역성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는가
일본의 한 지역신문은 요일별로 세대별로 지역민을 향한 콘텐츠를 제작한다.
예를 들면 수요일엔 관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서예) 응모를 받아 이를 지면에 심사평과 곁들인다. 또 호주의 한 지역신문은 신문의 양쪽 끝을 활용해 지역주민의 일상생활, 기념일, 제보 내용을 다룬다. 물론 구독자에겐 지면 반영률이 비구독자에 비해 높다.
이렇게 지역신문이 지역민의 삶 속에 깊이 개입하는 콘텐츠 전략을 행사하는 것은 중앙일간지의 한정된 지역면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잠재적인 독자층인 유아와 청소년을 타깃으로 설정하는 것은 그들이 학부모 세대를 설득, 감동시킬 수 있어서이다.
▲ 주재 기자들은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한 지역 일간지 기자에게 주재기자들의 연령층과 뉴미디어 적응력 등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고 했다. 지역에서 잔뼈가 굵은 주재기자를 혁신의 대열에 동승시키지 못하는 한 지역신문의 미래는 없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기자로서가 아니라 풀뿌리 지역 정보를 입수하고 체계화하며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전환하는 첨병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지역신문 주재 기자들의 평균 연령대는 40대를 훌쩍 넘는 데다가 기본적인 업무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재기자 운용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설계될 때 지역신문의 힘은 커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지역 커뮤니티와 어떻게 유대하고 있는가
전남일보가 지역 환경을 소재로 장기간 리포트와 캠페인을 병행한 것은 지역신문이 지역 커뮤니티와 유대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을 지역사회 깊이 확장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인터넷으로 관련 지역커뮤니티와 연대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내 여론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인 동시에 지역현안과 관련된 참여지향적 독자기반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역 현안을 나열해보고 해당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 등을 목록화하는 등 본격적인 네트워크를 위한 정보관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이뤄지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고정적인 콘텐츠 생산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 지역 정보의 구축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만약 지역에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이고, 지역 이외의 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는 무엇인가를 따지게 되면 단연 지리 및 여행 정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보다 정교하고 세민한 정보일 것이다.
동시에 지역민 처지에서는 가장 빠르게 지역소식을 접할 수 있고(인터넷 뉴스 강화), 지역내에서 거주하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민원 정보를 비롯 교육-병원-마켓-재테크 정보일 것이다.
물론 이미 인터넷으로 지역단체들의 정보화 서비스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지역신문이 효율적으로 정보를 정리하고 기자들을 통해 지면과 인터넷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문의에 대응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이상으로 진술한 지역신문의 기초적인 물음들은 결국 ‘지역화’를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인터넷 기반의 투자도 필요하고 전담인력도 요구된다. 자연히 기자 재교육이나 영상 서비스 부분도 수반돼야 한다.
문제는 일의 우선 순위다. 지역신문 대부분이 과도한 인터넷 투자를 했거나 비능률적인 뉴미디어 진입을 했다. 아예 논의조차 꺼내기 힘들었던 지역신문에겐 타산지석의 재료가 된다는 점에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전문신문 관계자가 뉴미디어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기존의 기업중심 콘텐츠 생산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으로 뉴스조직과 기자들의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뒤 얼마 못가서 시장에는 소비자를 위한 전문 매거진이 창간됐다. UCC는 이미 일상 속에서 중심이 되고 있다.
지역신문의 살 길은 뉴미디어가 아니라 지역 자체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거기서 출발한다면 절반은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단 뉴스조직 및 기자들의 관행적 업무를 재정의해야 한다. 그것은 종전의 매체 패러다임을 180도 바꾸는 일이다. 거기서 지역신문의 뉴미디어는 시작된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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