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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천 전 기자협회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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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천 전 기자협회보 기자, 게이오대 매니페스토연구회 연구위원
올해 만큼 정책이란 말이 자주 등장하는 대통령 선거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는 매니페스토가 소개된 이후에 동아, 중앙, 조선일보가 매니페스토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16개 시도지사들의 공약을 평가해서 보도했다.
올해는 서울방송이 정책선거를 위한 매니페스토 실천 운동을 선언했고 중앙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들도 대선주자들의 정책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에 팔을 걷었다.
선관위는 지난 21일로 각 후보자가 선거공약을 제시할 때, 목표, 우선순위, 기간, 공정, 소요예산 및 조달방안 등의 사항을 수치 등으로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매니페스토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대선 주자들의 정책을 다루는 이같은 선언과는 달리 각 언론사들의 보도태도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을 찾아 보기 힘들다.
<대선 주자들 정책 공약 어떻게 나오나>(동아일보, 3월 3일자), <이-박, 경선 기싸움 노골화>(문화 3월 13일자), <세대결 승리한 이명박, 당심도 접수>(오마이뉴스 3월 13일자),<이명박 출판 기념회 대선출정식 방물>(조선일보 3월 13일자),<747 효과 이명박, 박근혜와 격차 벌려>(중앙일보 3월 15일자)
위의 기사들은 이명박씨의 ‘747공약’을 키워드로 검색한 정치 기사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제목만 살펴보면, 정치부 기자들은 각 대선 주자들이 발표한 정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보다는 정책이 어떻게 나왔고 누가 관여했는지, 정책발표로 누가 더 대선가도에서 유리하게 되었는지, 상대후보는 이에 대해서 어떤 대응수를 준비하고 있는지가 더 주요 관심사다. 공약의 타당성을 다룬 기사는 찾아 볼 수 없다.
선관위가 제시한 몇 가지 원칙만으로도 대선 주자들이 내 놓은 정책들의 문제점을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다. 정책을 누가 만들었는지, 몇 번의 검증을 거쳤는지는 유권자에게 중요한 정보라기보다는 정치부 기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닌가. 정책들이 5년내에 실현 가능한지만 따져보아도 대선 주자들이 내 놓은 많은 정책들이 허점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조선일보가 사설을 통해서 <나라 새롭게 할 정책 내 놓으라>고 대선 주자들에게 요구한 것은 긍정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한번의 주장만으로 대선 주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전략을 바꿀리는 만무하다.
대선 주자들이 새로운 정책을 내 놓을 때 마다, 선관위가 제시한 매니페스토의 기본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듭하거나, 언론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 줄때만이 대선 주자들의 정책 내용도 바뀔 것이다.
“5년 이내에 정책을 실현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 10년 후는 다음 대통령이 걱정할 일이 아닌가?” 최소한 이런 질문만이라도 던졌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도 정치 기사가 민주주의를 죽이는 한해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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