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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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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 종합일간지 10개가 ‘동성애’ 관련해 보도한 기사들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인권정책팀은 “레즈비언, 신문을 찢다”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고 이 자료를 공개하며, 동성애 관련한 보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0월까지 종합일간지에 보도된 동성애 관련 총 624개의 기사 중 34.6%가 동성애에 대해 편견이나 혐오를 내포하고 있고, 18.9%가 공정하지 않은 인용을 통해 동성애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며, 18.8%가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들은 동성애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사회적 해악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동성애를 질병 또는 일시적인 감정인 것처럼 간주하거나, 의사나 종교인의 입을 빌어 동성애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등 저널리즘의 원칙인 사실성, 객관성, 공정성을 결여한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나마 종합일간지 10곳에서 보도한 동성애 관련 기사 6백24개 중에 45%인 2백81개 기사들이 영화나 연극, 무용, 드라마 등의 ‘소재’로서 동성애를 언급한 것이다. 때문에 문화상품이나 문화코드로서의 동성애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제외하면, 동성애 정체성이나 동성애자의 삶과 관련한 언론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기사 10개 중 하나 이상에서 ‘동성애자’라는 말 대신 ‘동성연애자’라고 한다거나, 동성애자를 트랜스젠더와 혼동하는 등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언론의 동성애 관련 보도행위를 보면, 한국 사회에 동성애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무색해질 정도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인권정책팀은 동성애 관련 보도를 할 땐 혐오와 편견을 배제하고 선정적인 보도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동성애는 사람의 통합적 성 정체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언론이 유독 동성애를 ‘성 행위’ 중심으로 보도하며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언론은 동성애를 사회적 금기나 그릇된 행동, 또는 사회 문제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며, 정반대로 마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은폐하며 동성애를 지나치게 낭만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동성애를 낭만화시키는 것도 결국 동성애를 유별난 것으로 보는 편견을 반영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동성애자의 존재를 현실에서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동성애 관련해 올바른 용어를 사용할 것, 입증되지 않은 연구결과를 정설인 것처럼 유포하지 말 것, 사회의 혐오적인 입장만 부각시키지 말 것 등 가이드라인이 담고 있는 내용은 극히 익숙하고 일반적인 보도지침이라 할 수 있다.
왜 기본적인 보도지침이 동성애 관련 보도에 있어서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기자들이 동성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지와 편견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편견에 사로잡혀 공정성을 잃은 언론의 시선은 보도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측이 “우리 현실을 ‘사실 그대로’ 보도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언론인들이 더 이상 왜곡된 시야에 갇혀있어선 안된다는 경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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