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先任) 기자제가 한국 언론계에 등장한 지 2년이 됐다. 매체마다 도입 취지가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인사 적체의 해소와 더불어 중견급 기자들의 적절한 활용이라는 일석이조의 묘책으로 시도했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어떤 언론사는 잘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어떤 언론사는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평가가 엇갈리고는 있으나 선임 기자제가 한국 언론의 인사문제를 해결할 방안 중의 하나라는 점에는 언론계에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앞으로 각 언론사의 대표적 인사 제도로 자리 잡을 것인가에 대해선 아무도 낙관하지 않는다.
우선 이 용어에 대한 개념 정립이 안 돼 있는 것이 문제다. ‘선임’이란 말은 어떤 직무나 임무를 먼저 맡는 것을 이른다. 군대에서 흔히 써왔다. 선임 병사, 선임 하사 등의 식이다. 연구소에서도 선임 연구원이라는 직함을 자주 볼 수 있다. 기자 사회의 직책에 이 명칭이 들어온 것은 한겨레신문이 선임 기자라는 이름으로 부장급 중견 기자들을 취재 일선으로 배치하면서부터다. 이후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MBC가 뒤따랐다. 선임 기자제는 일선기자의 경력을 충분히 쌓아서 데스크 역량을 지닌 이들을 취재 현장으로 배치해서 보다 알찬 기사를 생산하자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전문 기자, 대기자제도와 혼용되면서 용어의 개념 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가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각 언론사 경영진의 인식 미흡이다. 인사 관리를 장기적으로, 체계적으로 하지 않고 그 때 그 때의 필요에 따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괴는 임시방편의 인사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는 어느 언론사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당면한 인사 난맥을 풀 수 없음은 자명하다. 우리가 누차 지적했듯이 한국 언론계는 1988년을 전후로 경기 호황과 기자의 위상 상향을 배경으로 수많은 인재들이 들어왔다. 이들이 이제 중견 기자로 성장했으나 모두가 관리자로서 수장이 될 수 없는 노릇이다. 당연히 선임 기자, 전문 기자제가 활용돼야 하며, 나아가 대기자제도 활발해져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장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선임 기자제 등을 시스템화하는 언론사는 드물다.
일부 언론사는 선임 기자제를 좌천 인사, 혹은 퇴출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제도의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도를 도입했으면 적절한 지면 배정과 관련 부서와의 협력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실효성을 살려야 한다. 외부의 명망가를 기자로 영입해서 단기적으로 시선을 끄는 것 못지않게 내부 인력을 활용해서 장기적으로 지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언론사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경영진의 인식 개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기자들의 노력이다. 기자들은 다방면의 식견을 쌓으면서도 전문 분야의 높은 안목을 지닐 수 있도록 이전보다 더 많이 뛰고 더 공부해야 한다. ‘선임’이 됐을 때, 연차가 준 그 이름에 기대어 편안함을 누리려 하거나, ‘퇴출’ 직전의 대기 상태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름에 걸맞게 중량감 있고 차별화한 기사를 생산해냄으로써 외부 명망가를 영입한 경우보다 생산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의사소통의 교량 역할을 부지런히 함으로써 존재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 그것이 자신뿐 만 아니라 수많은 후배들을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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