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꿈을 안고 모 언론사에 들어간 한 수습기자가 도를 넘은 교육 때문에 마음과 몸에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그 날 사고가 수습기자와 선배간 누적되어온 갈등의 폭발이었는지, 우발적인 사고였는지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선후배간 신뢰(Trust)가 부족했던 것 같다. 서로 믿으면서 가르치고 배우는 자세, 직장 선후배 기자로서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 온 관계였다면 그런 불행한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기자사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습교육과정을 되돌아보고 개선할 게 있으면 과감히 고쳐 나갔으면 한다. 그 동안 수습기자 교육과정은 시대발전과 더불어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아직도 구태의 목소리와 하소연이 들려오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근성 있는 기자를 기른다는 명분으로 인격적인 모독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여전히 남아있다. 과도하게 음주를 요구한다든지, 잠을 안 재운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기분 좋게 할 수 있는데 일부러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방적인 명령-복종 관계도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취재의 효율성보다는 관행처럼 버티는 것을 강요하는 주먹구구식 교육에도 문제가 있음이 많이 지적된다.
모 언론사 수습기자는 “하루 한 시간 밖에 못 자고 2∼3일 동안 밥 한 끼를 못 먹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냥 밀어붙이기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닌데 무리한 부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행태들은 선후배간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을 통해 지성있는 기자들을 양성한다는 수습교육의 본래 취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특히 인격을 무시하는 폭언이나 폭행은 언제든지 다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수습교육의 기본목적은 기자적 양심을 가지고 소신있게 일하는 기자를 길러내는 것이다. 수습교육과정을 통해 언론인으로서 사명감과 소명의식, 철학을 가진 기자로 거듭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 사건이나 사고현장에서 상황을 제대로 읽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특히 현장에서 진실을 찾아내고 관련자들의 아픔과 기쁨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수습교육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우리는 수습기자 교육의 문제점보다는 장점과 추억을 더 많이 알고 듣고 있다. 선후배들이 한데 어우러져 술잔을 기울이고 정을 나누면서 진정한 동지애적 관계를 맺어가는 곳이 수습교육현장이다.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것도 바로 그 교육현장이다.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팀워크를 이뤄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법을 배우는 곳도 바로 그곳이다.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수습교육 현장에서 얼마든지 선후배간에 아름다운 미담과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언론사에서 수습기자교육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하다고 감히 단언한다. 기자의 본질은 우리사회의 진실을 밝혀내고 이를 보도하는 것이다. 이런 기자적 자세를 충실히 안내하고 가르쳐줄 수 있는 수습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감시간을 엄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극한 훈련이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선후배 간에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 수습을 받고 있는 어느 기자는 “마와리를 빡 세게 도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인격모독은 참기 힘들다”며 “모 방송사 선배의 경우 30분간 쌍욕을 하는 것을 봤는데 이런 것은 없어져야 할 전근대적인 도제시스템의 폐해가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거듭 제안하지만 인간의 기본권, 인격조차 무시하는 욕설, 폭행 등의 관행은 선후배 기자들 스스로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각 언론사에서 하는 수습기자 교육프로그램을 튼실하게 재구성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언론사별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습기자는 우리언론계의 꿈나무임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과감한 인식변화와 투자가 필요하다.
교육프로그램에 선배들뿐만 아니라 경영진과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 교육콘텐츠를 풍족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언론재단과 같은 외부전문기관에 위탁해서 교육하는 방법도 적극 활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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