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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원 매일경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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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개성공단 시찰을 요청한지 10개월만인 지난달 24일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청와대 춘추관을 출발해 개성공단까지 가는데는 1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38선을 넘어 개성으로 들어선 첫 느낌은 황무지에 들어온 것 아니냐는 착각이었다. 산은 나무없는 벌거숭이였고 들녁은 사막처럼 내 팽겨져 있었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들어서자 별천지가 눈에 들어왔다. 높지는 않지만 그럴싸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고 공장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개성공단은 총 3단계 공사(총 2천만평에 공단 및 배후도시를 2012년까지 조성) 중 1단계공사(1백만평)의 절반도 완성되지 않았지만 활기가 넘처 흐르고 있었다. 공단 주변 곳곳에는 포크레인과 레미콘 차량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사업이 2단계, 3단계로 들어가면서 골프장 호텔 호수공원 등을 짓고 배후 도시도 가꾼다는 계획이 실현불가능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옷을 만드는 신원, 신발을 만드는 삼덕제화 등 입주 업체들의 생산라인에서는 북한 근로자들이 한눈 팔새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남한으로 들어오고 해외로도 수출된다고 한다.
개성공단은 분명 남북한 모두에게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했다. 개성공단은 현재 북한 근로자 1만3천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5만2천여가구의 개성시민들을 먹여살리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청와대 기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평양에서 내려왔다는 북한 개성공업지구 지도총국의 박철수 부총국장은 “개성공단 사업은 더 이상 뒤로 퇴보할 수 없는 비가역적인 상황으로 들어섰다”며 “개성공단 성공을 통해 남북은 협력의 단계를 더 높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은 남한에게도 ‘평화’라는 선물과 함께 ‘남북공동번영’의 초석을 깔아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건설하기 위해 38선 철책을 걷고 주변의 지뢰를 제거했다. 또 끊어진 철도를 연결시켜 놓았다. 개성에 주둔해 있던 군사들도 뒤로 재배치했다. 또 남한에서 급격한 임금상승으로 경쟁력을 잃은 신발, 섬유, 전자제품 조립 등의 사업이 개성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사업으로 꽃 피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개성공단이 남북경제통합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하려면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당국이 어느 날 갑자기 입주기업들에게 공장과 설비 등을 나두고 나가라고 명령하면 그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도 투자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해주어야 한다. 또 우리 정부차원에서도 이같은 리스크를 커버할 보험상품 같은 것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북한은 특히 개성공단 공개와 함께 개성의 박연폭포, 왕건릉과 같은 관광지를 연계한 견학 및 관광프로그램을 개발, 남북한 주민들 뿐만아니라 외국인 투자가들에게도 적극 소개하면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개성이 현 시점에서 주목받는 것은 이같은 경제협력뿐만아니라 2차 남북정상회담을 모색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청와대 백종천 안보실장을 비롯한 비서관, 행정관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개성공단에는 아직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할만한 회의실 등이 부족하다. 하지만 남북정상이 의지만 있다면 비좁은 게 장애가 될 수 없다. 회의장이야 조립식으로라도 금새 지으면 되고 개성시내로 들어가서 할 수도 있다. 개성은 남북정상이 화해와 실질적인 협력을 도모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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