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뉴스조직이 미래성장 동력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20>



국내 언론사 내부에 온라인 뉴스조직이 생긴 것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이 형성되던 즈음이었다. 이때 온라인 뉴스조직은 자체적인 뉴스 생산은 엄두를 내지 못했고,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전재하는 것이 주업무가 됐다.

그러던 것이 2002년 한일월드컵을 전후로 온라인 미디어의 영향력을 자각하고 온라인 뉴스 생산과 유통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닷컴 내부에 취재기자를 채용하거나 별도의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전개하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현재 대부분의 언론사닷컴은 온라인 뉴스를 생산하는 취재기자는 물론이고 영상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을 보유했다. 일부 신문사는 통합뉴스룸 형태의 비교적 규모가 큰 온라인 뉴스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20여명이 넘는 인력이 영상과 텍스트, 사진을 결합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뉴스는 포털사이트 서비스 패러다임에 종속된 나머지 뉴스의 수준은 여전히 낮다는 평이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검색어용 기사가 양산되는가 하면 후진적인 속보 뉴스 생산에 매달리면서 '베끼기' 기사가 쏟아져 '오보'나 '법률 시비'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아직 온라인 뉴스조직을 갖고 있지 못한 언론사도 적지 않다. 한 신문사는 수년 동안 온라인 뉴스를 담당하는 기자가 1~2명 뿐이었다. 공중파 방송사는 더 심각해서 KBS를 제외하면 독자적인 온라인 뉴스를 생산하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언론사 온라인 뉴스조직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온라인 뉴스조직 유무나 규모의 문제를 떠나서 뉴스룸과 기자들 사이에 온라인 뉴스에 대한 가치와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국내 온라인 뉴스 지형을 재설계하고 있는 한 언론사의 기획 담당자도 “기성언론 기자들과 대화하고 협력한다는 것이 시장 파트너들과 갈등을 풀어가는 일보다 더 어렵다”면서 “뉴스룸 내부가 온라인 뉴스조직을 홀대하는 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불과 2~3년만에 급성장한 국내 온라인 뉴스조직은 실제 내용적인 성장보다는 형식적이고 양적으로 커졌을 뿐이다. 하루 쏟아지는 온라인 뉴스는 ‘속보’에 치우쳐 있고, 그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다루는 소재가 포털사이트 검색어나 연예인들의 언행이 전부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온라인 뉴스조직이 아직 언론사 내부에 분명한 존재감을 갖고 있지 못한 데 다름아니다. 물론 언론사들이 종전보다 온라인 뉴스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위상과 역할이 한정돼 있다.

즉, 신문발행, 방송뉴스의 공백 시간을 메꾸는 정도로 운용되고 있어 독창적이고 심층적인 온라인 뉴스를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구나 온라인과 오프라인 뉴스조직이 결합돼 ‘작품’을 만드는 것은 상상에서나 일어날 일이다.

수년 전부터 기자들의 인터넷 참여가 늘고 있지만 극히 소수 기자에 의해서만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동영상 취재 가담 문제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콘텐츠 생산에 비협조적인 것은 기존 업무 패러다임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뉴스조직은 최소한 웹 할동을 장려하는 정책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한 신문사닷컴 관계자는 “오프라인 뉴스룸과 경영진들은 온라인 뉴스조직의 강화를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오프라인 뉴스조직을 위주로 움직인다”면서 “온라인 뉴스조직은 하부적이고 종속적인 일만 떠안는 식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온라인 기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은 애당초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뉴스를 강화한 한 신문사 관계자는 “신문기자들보다 임금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임금보다 정서적 괴리감이 더 큰 문제”라면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체 뉴스조직 차원의 배려나 교육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뉴스조직의 협력으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한 한 신문사닷컴 관계자는 “온라인 뉴스조직은 영상제작만 지원했다”면서 “처음부터 기획작업에 동참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 기자를 채용하면 오프라인 뉴스조직에서 일정한 교육을 받도록 하는 한 신문사닷컴의 경우 그것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머물고 있어 온라인 기자의 자원화에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렇게 온라인 뉴스조직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부족한 데 대해 한겨레신문 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는 “뉴스조직간 유무형의 경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기자는 “우선 지면과 온라인 기사는 동일한 언론사 브랜드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전통매체의 위상이 줄어들고 있다는 기본인식을 전제로 뉴스생산과 유통, 뉴스조직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뉴스룸 간부들이 그날그날 ‘신문지면’이나 TV뉴스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과 수용자(audience) 관점에서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18~34세의 뉴스 소비자들은 이미 웹을 중요한 정보수집처로 활용하고 있고, 미디어기업들도 인터넷을 결정적인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뉴스조직은 어떻게 재설계돼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미 원초적인 해답을 갖고 있다. 그것은 종전보다 더 많은 사람과 열정을 온라인 뉴스조직에 투입하는 일이다. 그때 그것은 전체 뉴스조직의 미래전략 차원에서 진행돼야 하는 일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모든 언론사가 온라인 뉴스조직을 기계적으로 확장시킬 수는 없다. 개별 언론사의 여건을 충분히 파악해서 최적화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기존 오프라인 뉴스조직의 10%는 온라인 뉴스조직에 할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기자들의 수준을 정예화해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온라인 뉴스조직의 주요 업무를 온라인 속보 뉴스에서 오프라인-온라인 기획뉴스로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이때에는 영상 뉴스나 다양한 디지털스토리텔링의 적용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뉴스조직이 경제성이 낮다는 문제가 남는다. 이것은 온라인 뉴스조직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는 결정적 이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뉴스조직이 어떻게, 얼마나 중요한 업무를 해내느냐로 모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온라인 뉴스조직 투자가 당장에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투자가 보류돼서는 안된다. 세계의 유력매체들이 온라인 뉴스가 젊은 세대를 만족시키도록 진화하는 것은 매체 브랜드를 공고히 하는 효과적인 창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론사 뉴스룸 경영이 현실에 눈뜰 필요가 있다. 온라인 뉴스조직의 기자들은 이제 더욱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들에게 보다 창조적이고 의미있는 업무와 역할, 위상을 부여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대등한 지위를 갖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언론사 뉴스룸은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통합의 수위와 전략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핵심적인 방향은 기자들이 매체를 구별하지 않고 참여하는 뉴스룸의 문화와 전통을 갖는 일이다. 우리는 그것을 21세기 초부터 올드미디어 뉴스룸의 ‘혁신-융합’으로 부른지 오래다.

이와 관련 한 신문사닷컴 기획자는 “최근 신문경영이나 미래가 낙관적이라는 데이터가 나돌고 있다”면서 “그런데 그것은 혁신하는 언론에게만 의미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한다. 이 혁신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부딪히는 이슈가 온라인 뉴스조직의 정체성 문제이다. 온라인 뉴스조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지난 수년동안 포털사이트와 UCC, 무료신문의 파고 속에 신음하는 신문위기의 질곡에서, 통방융합의 치열한 전장에서, 오프라인 뉴스조직과 기자들의 무관심과 차별을 버티고 있는 온라인 뉴스조직과 기자들의 일치된 견해라면 그것은 정녕 지나친 것인가.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 /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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