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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호 YTN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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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 아내가 막내를 가져 배가 꽤 불렀을 무렵의 어느날. 6살 아들이 갑자기 내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도 지금 엄마처럼 뱃속에 아기 들어있어?”
허걱~~ 촌철살인이 따로 없었다.
15년 기자생활에 뱃살은 자꾸만 늘어나고,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 있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고, 주말에는 잠만 자는 내 모습.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많은 기자들의 자화상이리라.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다가왔다. 무엇보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 그러나 의욕 뿐이었다.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답답한 실내에서 뛰는걸 못 견뎌 한달을 가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한 계기가 된 것이 지난해 5월 ‘기자의 날 마라톤’ 대회. 난생 처음으로 뛴 5km. 수없이 숨을 깔딱거리며 간신히 완주했다. 거의 걷는 것과 다름없는 기록이었지만 성취감만큼은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정기적으로 또 강제적으로 달려야겠다는 생각에 동호회에 가입했다. 최소 1주일에 1번은 달리니, 이제 10km는 부담없이 뛸 수 있게 됐다. 1년 사이 공식 대회에서만 10km를 9번, 하프(21km)를 2번 달렸다.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체중. 1년 전 85kg에서 지금은 80kg 안팎이다. 가끔씩은 전자저울의 첫 숫자가 7로 시작되기도 한다.
또 식구들이나 회사 동료들로부터 “요즘은 얼굴 표정이 밝고 짜증을 안낸다”는 말을 듣는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내가 얼마나 얼굴에 인상 쓰고 짜증을 냈길래….
주말의 의미도 크게 바뀌었다. ‘잠자는 주말’에서 이제는 ‘달리기하는 주말’로…. 그것도 나 혼자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달린다. 내가 동호회를 나가면서 아내가 따라 나왔고, 이제는 아이들도 가끔씩 함께 달린다. 나는 건강을 되찾았고, 아내는 남편을 되찾았고, 아이들은 아빠를 되찾았다.
달리기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 또 어디서든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다는 것. 무리하게 달리다 부상만 입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편리하고 경제적인 여가생활이 없다.
내가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주변의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 특히 중랑천과 한강변의 그 상쾌한 공기와 예쁜 꽃들,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사람들의 평화로움을 지금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이제는 기자상도 바뀌고 있다. 우리가 선배들로부터 전설처럼 들어온 기자상, 술과 과로로 자신의 몸을 버려가면서 일에 파묻히는 기자가 이제는 더이상 칭찬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내 건강이 밑바탕이 돼야 더 열심히 뛰어서 일도 잘 할 수 있게 되고 내 가족을 지키고 사회와 국가에도 보탬이 된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꼭 달리기가 아니어도 좋다. 등산도 좋고, 수영도 좋고, 요가도 좋고,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골프도 훌륭한 운동이다. 어떤 식으로든 더이상은 몸 버리는 기자가 되지 말고 몸을 챙기는 기자가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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