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통폐합' 선한 의지인가?


   
 
  ▲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득권 집단의 권력 해체’로 요약되는 참여정부의 개혁전선은 우리사회의 거의 모든 전문직 영역과 경제적 기득권 계층에 걸쳐 있다. 이런 국정 전략의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이론적 토대는 인터넷과 같은 상호작용적 커뮤니케이션 기술에서 기대되는 ‘정치 매개집단의 약화론’에 있는 것 같다. 대중매체 시대에는 정치 전문가나 이익집단, 그리고 엘리트들이 정치커뮤니케이션의 자원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의제 민주주의체제에서 대통령의 선출은 국민투표로 이루어지지만, 임기 중에는 국회와 정치·사회·언론 엘리트들과의 연대를 통해 사회 여론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인터넷은 시민이 정치정보에 쉽게 다가가게 하고 정부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상대적으로 정치조직이나 집단, 특히 언론의 영향력은 감소된다. 즉 인터넷에서 시민이 정치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높아지지만, 전통적인 정치 매개집단인 언론, 이익집단, 엘리트들의 영향력은 감소된다는 것이 ‘정치 매개집단 약화론’의 요지이다. 매개집단 약화론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구현과 그를 통한 권력의 재편과 맞닿아 있다.

참여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의사결정 과정 및 언론정책은 이런 논거를 뒷받침하기 충분하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대통령이 직접 출연하는 대화전략, 청와대와 정부 주요 부처의 온라인 홍보 강화전략, 국정홍보처 기능의 확대를 통한 대국민 직접 여론화 전략, 여론조사에 기반 한 정책결정, 언론보도에 대한 공격적 반박과 제소, 정부 소유 미디어의 적극적 활용 등은 정치매개집단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시민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기자실 통폐합정책은 이 같은 정책노선의 극단에 와 있는 것이다. 이 정책의 요지는 이렇다. 기자실과 기자단은 한편에서는 취재원과 기자들 간의 거래의 장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기자들 간에 기사를 표준화시키는 담합의 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자실은 힘 있는 언론사들이 배타적으로 울타리를 친 권력공간으로서 다른 시각을 가진 소수 언론을 배제하는 불평등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기자실 및 기자단의 해체는 언론들 간의 취재권을 평등화시키고 표준화된 기사양산 체제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주장은 많은 언론인들이 인지하고 있고 언론학자들이 상당수 공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선한 의지의 발로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 목적이 선해 보이더라도 그 주체가 적합하지 않으면 그것은 선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학자나 언론인들이 주장했다면 선한 의지이겠지만, 정부가 주장했다면 그것은 자신의 정치이해를 달성하려는 전략적 의도로 선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부가 언론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언론의 존재성은 독립성에서 나오며, 정부역할을 감시하는 기능은 다른 정치매개집단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정보공급방식을 일방적으로 조정해서 언론계의 취재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취재 가능한 접점을 줄여 국가가 정보통제권을 강화해서 언론과 파워 게임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생각하는 정치 매개집단 약화론 역시 문제가 있다. 대다수 시민들이 자신에게 즉각적으로 이득이 오지 않는 정치정보에는 관심이 없이 때문이다. 언론과 같이 중요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해 주는 집단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해서 정부활동을 탐사하는 것을 언론의 중요한 기능으로 생각할 때 이번 조치는 최종 혜택자인 국민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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