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검증의 주체


   
 
  ▲ 황용석 교수  
 
대통령 선거전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한나라당 내 후보간 검증 논쟁은 과거 선거에서 보기 힘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경쟁 당이 아닌 같은 당 후보들에 의해 상호 네거티브 이슈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상으로는 도덕성 검증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그리고 전략적으로 준비된 한나라당 두 후보진영의 캠페인 전략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론 지지도에서 선두를 달리던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이 다소 하락했다고 한다. 비에 맞으면 옷이 젖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 후보 간의 논쟁은 대선에서 한편으로는 유리하게 다른 한편으로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다. 누가 선출되더라도 도덕적으로 많은 상처를 입기 때문에 이른바 ‘전당대회 효과’(convention effect)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미디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당대회가 끝나면, 선출된 후보의 지지도는 일반적으로 상승한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 역시 전당대회 직후 높은 지지도 상승을 보였다. 그러나 도덕성 논쟁으로 번진 현재의 대선 전초전은 과거의 패턴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다른 한편, 후보자의 논란거리가 사전에 필터링 되면서 국민들이 후보의 부정적 이슈에 내성이 생겨 본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내성효과’를 고려할 수 있다. 이 역시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에게 재미있는 관찰거리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어디까지나 정치를 내 삶과 떨어뜨려 관조할 때 얻는 여유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지금처럼 후보검증이 캠페인 전략가들에 의해 휘둘리는 것은 분명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현재의 ‘폭로정국’에서 언론은 이종격투기 중계자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걸음 뒤에서 양 진영의 갈등양상을 인용보도하고 있다. 현재 제기되는 많은 사안들은 이미 언론도 인지하고 있던 것들이 대부분일 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먼저 밝히는 언론의 자체 검증노력을 접하기 어려운 것은 왜 일까? 용기있는 탐사보도보다는 중계보도가 지배하는 것은 왜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보도한 내용을 사실로 입증할 자신감 부족, 대선 후보와의 정치적 대립각을 직접 세우는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 선거보도를 규제하는 각종 제도와 그에 따른 심리적 위축 등의 규범적 요소가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거법과 언론중재법 등 선거와 관련해서 매우 강력한 보도규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규제강도를 놓고 본다면 세계 최고 수준일 것이다. 최근 들어 늘어나는 언론보도에 대한 민형사 소송도 언론행위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덧붙여 인터넷 환경에서 보도내용에 대한 이용자들의 강력한 피드백 역시 기자활동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다양한 사회적 규제장치는 언론보도의 정확성과 사실검증의 절차를 강화시켜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위험관리를 우선하는 방어적 언론보도를 늘리고 있는 것 같다. 정치권의 아전인수식 공방을 중계하듯이 전달하면 언론은 그 내용에 대한 법적 책임으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롭지만 스스로 파헤칠 때는 높은 수준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하는 이들에게 진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이슈의 효과만이 중요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실이 더 중요하다. 언론의 존재가치는 진실을 가리는 용기있는 보도에서 더욱 빛이 난다. 후보검증의 주체를 정치 전략가에게 맡기지 않는 것이 진정한 책임 보도이다. 우리는 그것을 기다린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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