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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여울 ‘일다’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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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다가오면 마음이 무겁다. 평소에도 ‘정치 드라마’ 기사들을 높은 비중으로 쏟아내는 언론들이, 더욱 극성스럽게 선거에 목을 맬 것이라는 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2년 주기로 대선, 총선, 지방선거가 되풀이되는 한국 사회에서 선거 시기마다 뜨겁게 달궈지는 이슈들은 각 정당과 정치인들의 행보를 둘러싼 것이다. 국민들은 언론의 보도를 통해 정당정치판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후보자들의 지지도를 비롯해 정치인들 주위로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연속드라마를 보듯 지켜본다.
선거는 물론 중대한 사안이다. 그러나 선거 시기에 각 정당과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며 선거에 올인 하는 모습을 보인다. 언론 역시 이를 지켜보기만 하는 입장은 아니다. 언론들도 나름의 선거 전략을 가지고 관련 보도에 열중한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사회적 이슈들이 뒤로 밀리고 묻혀지며 선거과정에 이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언론은 정치적 중립성이나 선거 보도에 있어서 공정성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언론들이 많은 경우 선거를 계기로 크게 성장하거나 혹은 퇴보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실태를 보면,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보도의 공정성이라는 것이 미명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생길 때가 많다.
많은 경우 언론들은 공식적으로 선언하지 않았을 뿐이지 태생적으로, 혹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좌우’로 선명한 색깔을 띠고 있다. 또한 지지정당과 안티정당 성향도 가지고 있다. 그 성향에 따라 각 정치인이나 정당의 잘잘못에 대해서, 보도를 통해 이를 극대화시키거나 혹은 정당화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때문에 좌우, 정당성향 별로 편파적인 보도들이 난무하고 있다.
한국에서 저널리즘이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좌우 대립과 정당정치의 틀에 갇힌 저널리즘은 민주주의가 성숙한 사회를 보여줄 수도, 이끌어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을 넘어선 장기적 관점의 정책과 이슈들도 발굴하지 못하며,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닌 개개인의 권리와 다양성 존중, 평화와 평등 같은 소중한 가치도 건져내지 못한다.
여전히 한국의 정치는 도덕성과 일관성, 그리고 ‘내용’이 부족하다. 언론들은 선거 시기 유달리 정치인들의 행보나 공약에 대해 주목하며 선거 보도에 올인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해당 매체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성향이나 정당성향에 따른 편협한 보도에서 벗어나, 과연 얼마나 한국의 정치문화를 개선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만드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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