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요, 바이스!

故조종옥 기자를 기리며

제가 그 날 사회팀 야근이었어요. 캄보디아에서 비행기가 실종됐다는 소식 듣고 “바이스가 캄보디아로 휴가 갔는데 그 비행기 탔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어요. 그 걱정이 방정맞아서, 그래서 사고가 났나 봐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바이스! 수색이 늦어진다고 해서 살아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제가 아는 바이스는 그런 사람이잖아요. 윤하 혼자 두고 떠날 아빠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밥도 먹고, 화장실에서 볼 일도 봤어요. 간간이 웃기도 한 것 같아요. 그 때 바이스는 형수님이랑 윤후 랑, 윤민이 랑 사선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을 텐데…. 정말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요.

눈물이 그치질 않아요. 쌍둥이를 낳고서야 행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하던 바이스의 웃는 얼굴이 자꾸 눈에 밟혀서 눈물이 멎질 않아요.

윤후는 잘 있나요? 밀가루 반죽 같다고 하셨던 윤민이는요? 단아한 모습이 아름다웠던 형수는요? 바이스는 제가 아는 최고의 아빠이자 남편이었어요. 캄보디아로 휴가를 간 것도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였죠.

공룡을 좋아했던 윤후는 아빠 엄마를 닮아서 참 총명하고 의젓한 아이였는데…. 제 아들 녀석도 윤후를 닮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 기억하시죠? 그 때 바이스가 서재 정리를 깨끗하게 해 놓으면 윤후가 자꾸 책꽂이 제일 밑 칸의 책을 다 빼고 윤후 책을 집어넣는다고 푸념하시면서 윤후를 자랑스러워 하셨잖아요. 그런 윤후가 눈에 밟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9개월 된 윤민이가, 사랑하는 형수가 눈에 밟혀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몸의 고통보다 더한 정신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요?

많이들 힘들어해요. 누구보다 바이스를 사랑했던 동채 형, 천희성 선배, 병도 형, 그 날 같이 야근했던 영훈이 형, 많은 선후배들이 슬퍼하고 있어요. 생면부지의 사람들도 블로그를 찾아와 많이 울어요. 바이스, 서로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세상이 짧다고 하셨었죠? 정말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랐네요. 바이스는 늘 따뜻한 웃음과 넓은 마음으로 저희들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저희는 그 사랑을 갚을 길이 없게 됐네요. 미안해요, 바이스.

윤하는 잘 챙길게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게요. 그래서 멋진 소년이 됐을 때 그 때 바이스가 얼마나 훌륭한 아빠였는지 얼마나 훌륭한 기자였는지, 또, 형수가 얼마나 좋은 엄마였는지를 잘 얘기해 줄게요. 윤하는 분명 자랑스러워할 거예요.

부모님 걱정도 묻어 두세요. 잘 견뎌 내고 계세요. 서울 부암동 절경의 예쁜 집사서 부모님, 장인장모 다 모시고 살고 싶다고 했던 막내아들의 작은 꿈은 제가 꼭 전해드릴게요.

믿을 수가 없어요. 지금도 전화를 걸면 바이스의 반가운 음성이 들릴 것 같아요. 바이스, 정말 좋아했어요. 고마웠어요. KBS라는 조직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이스의 존재였어요. 하늘을 자주 볼게요. 꿈을 자주 꿀게요. 하늘에서든 꿈에서든 제가 부르면 꼭 나오셔야 해요. 휴가 잘 다녀오겠다는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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