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사랑방'을 되돌려 달라

서울 태평로 1가에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건물이 우뚝 서있다.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언론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언론인들을 위한다면서 신축한 건물이다. 당시 언론인의 상호협력과 친목도모, 국제회의 등의 장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프레스센터가 처한 형국은 괴상망칙하다. 땅주인은 서울신문이다. 반면 건물의 등기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주체로 되어있다. 하지만 이 빌딩의 실제 관리자는 한국언론재단이다. 지주 건물주 운영주가 모두 제각각이다. 신군부가 언론을 인위적으로 통폐합하고 양심적 언론인들을 강제 해직시키면서 기존 언론에 대한 위무용으로 공간을 지어준 것이다. 권력이 언론을 손아귀에 쥐려는 억지가 빚은 파행의 한 단면이다.

한국프레스센터의 전신은 그 자리에 있었던 신문회관이다. 1959년 신문편집인협회는 신문회관 건립을 최초로 공론화했다. 당시 정부는 서울신문 자리를 제공했다. 한국기자협회는 1964년 창립을 계기로 신문회관 운영의 한 주체로 참여하였다. 현 이 건물의 실질적 운영자는 한국언론재단이다. 이 재단의 전신은 사단법인 한국언론회관. 언론회관을 낳은 모태는 1962년 입주단체 대표로 구성된 ‘신문회관 이사회’이다. 신문회관의 산파역은 다름 아닌 편집인협회 관훈클럽 한국기자협회 등이다. 순수 언론인 단체인 이 3대 조직이 프레스센터의 근본을 탄생시킨 것이다.

프레스센터는 서울신문이 하층부분을 쓰고 상층부분을 언론재단과 방송광고공사가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주인이어야 할 언론단체 언론직능 단체는 13,14층 등에 조밀하게 몰려있다. 7천3백여명의 현직 기자들이 가입한 최대 유일 기자조직인 한국기자협회는 13층 남쪽 공간에 숨어있는 듯 더부살이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는 어떤가.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기자클럽은 수도의 한 중심 건물에 보무도 당당하게 위치한다. 퇴임한 전직 언론인들을 위한 공간도 훌륭하다. 소속 언론사가 다르지만 현직 저널리스트들은 퇴근시간이면 사랑방에 모여들 듯 클럽에 와 정보를 소통한다. 세계의 정보 네트워크를 미국이 좌지우지한다면 미국의 정보는 바로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기자클럽 주변서 출렁거린다.

한국언론재단은 국감에서 지적받는다는 사유를 붙여 입주 언론단체들에게 유상입주로 전환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건물 존재이유의 실질적인 주체에게 권력의 위탁을 받은 대리인이 “방 빼”라고 팔뚝 자랑하는 격이다. 아니면 돈을 내고 사무실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런 주객전도가 어디 있을까. 5공에 의해 저질러진 언론계 파행이 27년이 지나서 이런 괴이쩍은 행태를 낳고 있다.

지난 6월 경주서 열린 기자협회 전국대의원대회에서는 ‘프레스센터 되찾기 운동’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기자들은 프레스센터의 출발점인 신문회관의 자주적 운영관리 정신을 되찾고자 한다. 현 운영주체인 언론재단의 이사회에서 기협 편협 신협의 참여 몫은 너무나 소소하다. 들러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프레스센터의 실질적 운영권을 되찾고자 대장정을 떠난다. 비록 지난한 발길을 될지라도 한국기자사회의 정정당당한 교유의 공간을 회복하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거론했다. 기자에게 기자의 공간을 되찾게 도와주는 것이 최고의 선진화 방안은 아닐까.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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