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지원방안' 기자들 위해 만들어야

한국기자협회가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선진화방안’(취재지원방안)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해 적극적인 대정부 교섭의 발판을 마침내 마련했다. 기자협회는 정부가 취재지원방안을 내놓아 언론과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언론노조, 방송PD연합회, 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기자협회연대회의 등과 보조를 맞추며 국정홍보처·청와대를 상대로 브리핑실 통폐합에 관한 협상을 벌여왔다. 그 타협의 결과가 검·경 기자실 개방, 기자접촉에 관한 총리훈령 제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발표문(안)’이었다.

기자협회는 예정된 공동발표문(안) 서명일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내부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기협은 공동발표문을 거부하고 다시 취재환경개선을 적극 요구하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했다. 공동발표문은 기자협회 등 언론단체 대표들이 대통령의 생방송 토론에 참여한 뒤 협상창구를 열어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가졌다.

정부는 토론회 이후 시작된 대화에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은 일방적으로 브리핑실 공사를 강행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양측이 대화를 진행해 온 만큼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고 믿는다. 기자협회는 당초 공동발표문을 추인하려 했으나 협회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못해 통일된 입장이 마련되지 않았다. 기협이 서명되지 않는 공동발표문을 백지화했다는 것은 협상내용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부에 대해 체결한 약속의 폐기는 아니다.

기자협회는 이번에 ‘취재환경개선투쟁특별위원회(위원장 박상범 KBS기자·이하 특위)’를 새로운 대화창구로 만들어 정부와 협상을 벌여 나가기로 했다. 특위는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논의한 결과 공동발표문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 미흡하다고 판단했고, 이런 판단에 근거해 기협은 결국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게 됐다. 이 방안은 기자의 공무원 대면 접촉권을 더욱 보장하고, 등록된 기자들이 출입증 제시만으로 정부청사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며, 정보 공개를 더욱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수사기관 기자실의 운영에 관해 수사와 보도의 공통 이익을 위한 세부적인 사항들을 주요 골자로 한다.

정부의 ‘취재지원방안’이나 기자협회의 ‘취재환경개선방안’이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면, 정부는 기협의 새 방안을 놓고 다시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13일 기협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시간이 임박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협은 이번에 언론노조와 보조를 맞추고 있으나 다른 언론단체들은 기협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우리는 이에 대해 취재·보도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입장차로 이해한다.

정부는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면서 공사 강행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언론의 취재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입안한 취재지원방안과 그 절충안인 공동발표문(안)이 일선 기자들의 찬성을 얻지 못한 채 시행된다면 그것은 결코 ‘지원방안’이 될 수 없다.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은 기자들을 위해 추진돼야 하는 것이지, 정부편의 등을 위해 추진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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