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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우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전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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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김미현 교수가 ‘세계의문학’ 여름호에 평론 ‘수상한 소설들·한국 소설의 이기적 유전자’를 실었다. 김 교수는 “소설을 보는 독자들에게는 일정한 환상이 존재한다. 원하는 대로 읽거나 부분만 강조해서 비판하는 것도 환상에 포함된다. 이런 시각이 소설의 ‘왜상(왜곡된 이미지)’을 만들어낸다”라고 적었다.
정수장학회 관련 조사결과 발표 내용, 보도,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문득 이 ‘왜상’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가 나온 다음날, 장학회 이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 사안을 엄정하게 바라보고 싶어서였다. 이사장은 불쾌해 했다. 진실위가 재단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진실위의 한 관계자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요컨대 짜맞추기식 조사였다는 말이다.
이른바 ‘진보’ 매체들의 보도 양태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어떤 매체는 진실위 발표의 권위를 과장해서 보도하기도 했다. 엄정함을 유지하지 않고 ‘왜상’에 휘둘려 몰아가기 식 보도를 했다는 점에서, ‘수구’ 매체들을 답습하고 있었다.
부산일보가 박근혜씨 때문에 편파보도를 해 온 것처럼 보도한 매체와 토론회의 패널들도 있었다. 이들은 부산일보가 한국 언론 사상 초유의 총파업(88년)을 단행해 승리했고, 편집국장을 기자들이 투표로 뽑고, 노조가 ‘최강’으로 평가받고, 이미 오래 전 신문에 ‘5·16 군사쿠데타’란 표현을 썼고, 우리당과 민노당 관계자들이 더러 보도의 공정성과 관련해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었다. 나는 이들이 ‘왜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모든 이들이 기본적으로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과 고 김지태씨는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은 중학생 때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았고, 부산상고 동문이며, 유족들이 장학회 관련 소송을 제기했을 때 변호사로 활약했다. 그는 정수장학회를 ‘장물’이라 부르기도 했다.
둘째,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의 정신적 대부라는 송기인 신부가 진실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진실위의 조사 과정에 ‘왜상’이 작용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셋째, 부산지역에는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있다. 부산일보 노조와 기자협회가 “국가가 정수장학회를 환수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장학회를 공적 독립 법인화하고, 이사진 구성권을 부산일보 구성원들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하자, 이 단체의 몇몇 인물들은 자신들도 재단 운영에 관여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부산일보가 거대 신문사가 된 것은 부산시민들 덕이므로 부산시민들에게도 일정 지분이 있고, 공대위는 그 ‘부산시민’들을 대표한다는 논리이다.
그것은 가당한 일이 아니다. 정수장학회를 명실상부하게 공적 독립법인화 하자는 주장의 핵심은 편집권 독립과 공공성 확보인데, 시민사회단체가 언론사 운영에 개입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미 ‘제 5부’라 불릴 정도로 권력화 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미안한 얘기지만, 국민들로부터 예전 같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ㄱ은 사고지부로 지정됐고, ㄴ은 최근 이명박 후보 지지 단체를 주도한 인사를 대표로 선출했고, ㄷ은 전 핵심 간부가 우리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고, ㄹ은 아예 관에서 선호하는 인물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시민단체들끼리 지분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있고, 언론사를 탐내는 정치 세력이 배후에서 조종할 가능성도 있을 터이다.
나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엄정하게 바라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점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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