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창조적 역할 중요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24>

종이신문과 웹 서비스를 담당하는 닷컴간의 실질적 협력관계 유무를 떠나 콘텐츠 생산주체와 내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외부 콘텐츠를 갖고 와서 웹 사이트에 제공했지만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한 닷컴의 경우 결국 독자들은 ‘뉴스’를 선호한다는 것, 또 그 ‘뉴스’가 인터넷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뉴스(예, 인포테인먼트)여여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콘텐츠를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200명 이상의 취재, 편집 기자를 보유한 국내 신문사 편집국 구성원들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늘어나는 업무 부담을 이유로 인터넷용 콘텐츠 생산에 적극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

트래픽과 마케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에 허우적대는 닷컴 종사자들은 저널리즘, 매체 신뢰도를 고려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 대부분 언론사들이 웹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의 유형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뉴스와 외부에서 가져오는 뉴스, 내외부 필자(기자 포함)의 칼럼이나 이용자 UCC, 외부 기업과 유무상의 제휴로 확보하는 부가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규모가 있는 일부 언론사닷컴은 자체적인 콘텐츠 기획과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서비스 채널을 강화하고 있지만 소득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많은 투자와 인력을 투입했지만 웹 사이트에서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은 여전히 뉴스가 압도적으로 높다. 또 비록 상당히 지명도를 획득한 서비스 채널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수입원’의 기능을 하지 못해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국내 언론사들의 인터넷 콘텐츠가 시장 및 소비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지 못한 데 다름아니다.  
물론 외국 언론사 웹 사이트라고 해서 뾰족한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벤치마킹 거리를 찾지만 역시 효율적으로 설계된 아카이브와 멀티미디어, 분석적인 정보, 신뢰도 높은 기자의 참여라는 것 외에 더 찾을 것은 없다.

국내 한 신문사닷컴이 자사 웹 사이트를 찾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쉬운 뉴스’, ‘’나’에게 도움이 되는 뉴스’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만하다.

소비자들이 포털뉴스에 몰리고 있고, 언론사들이 포털에 기사를 납품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독창적인 콘텐츠를 제시할 필요성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그렇다면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정말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결과적으로 매체에 몸담고 있는 종사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해서 좋은 콘텐츠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데서 모든 전제가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십여년간 변화무쌍한 미디어 환경을 견뎌온 신문사 내부조직이 콘텐츠 생산을 위해 최적화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신문사들이 조직과 인력을 재정의해왔지만 그 혁신의 범위와 세기가 떨어져 여전히 새로운 미디어로 탈바꿈하기엔 부족한 상태이다.

따라서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역할과 기구가 더 많이 나와야 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이 실려야 한다.

그러나 신문기업은 여전히 편집국에 핵심역량을 올인하고 있다. 가장 많은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종이신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자들을 비롯 인재를 집중배치하고 있지만 이미 서열화된 시장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지 않다.

신문시장은 아마도 당분간, 더 오래도록 그러할지 모른다. 더구나 똑 같은 뉴스를 만들어 지면과 인터넷 공간을 채우는 것으로는 신문시장도, 새로운 미디어 시장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훌륭한 최고경영자의 덕목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 다음 세대의 리더를 길러내는 능력을 제시한 것은 국내 신문기업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10을 일하는 기자와 1을 일하는 기자가 사실상 공평하게 대우받고 있고 학연, 지연과 같은 전통적 메커니즘에 의해 대체로 지위가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미래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가당치 않다.

일단 완전히 새로운 헌신과 희생의 풍토가 정착되는 게 중요하다. 이때 헌신과 희생은 조금 더 많은 일을 하고, 자리를 비켜주는 것 정도가 아니다.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에 기초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보다 실제적이며 미래적인 실천이다.

우선 신문기업은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내부 가용인력을 파악해야 한다. 그것은 단지 비는 시간을 누가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인지보다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있는 인력 발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콘텐츠를 새롭게 정의하고 시장과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정밀하게 찾아내고 그 기초 위에서 콘텐츠 생산을 할 수 있는 진보적 팀(Team) 구성이 절실하다.

이 팀은 지면과 웹, 영상과 포터블(Portable) 기기를 넘나드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며 때로는 신문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계열사의 전문가들로부터 코칭(Coaching) 받아야 한다. 그것은 적극적으로는 뉴스룸의 통합으로 구조화하겠지만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여기서 무엇보다 시니어급 기자들의 책임이 크다. 그들은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 정직한 평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얼마나 활력있게 움직이고 있는 지는 긍정하기 어렵다. 또 젊은 기자들도 취재환경과 신문조직에 안주하면서 더 이상 창의적인 노고를 기울이지 않는 풍토가 만연하다면 신문 콘텐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긴 어렵다.

콘텐츠 생산의 철학을 바꾸고 시장과 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 놓기 위해서는 조직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경영진과 신문기업의 조력자들은 도전과 창조, 열정과 재능을 가진 기자들을 발굴하는데 아낌없는 지원을 다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신문기업의 과제는 뉴스에 대한 재정의 즉, 콘텐츠 업무의 재정의를 토대로 조직의 재설계, 협력관계의 구조화를 조속히 이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자들도 스스로의 역할과 의무를 창조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여전히 신뢰도 높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들이 그 자체로 미디어화하지 못하고 기사공장 부속품이 되는한 신문도, 기자도 죽기 때문이다.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최진순 기자/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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